일상의 소중함
어제저녁에 퍼펙트 데이즈라는 일본 영화를 봤다.
도쿄 공공화장실 청소부의 이야기다.
올해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아들과 함께 봤는데
특별함이 없는 무료한 영화였다.
영화는 청소부의 하루 일과를 따라간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의 일상을 그냥 보여준다.
주연은 유명한 배우인 야쿠쇼 코지였다.
어디서 많이 본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쉘 위 댄스의 주인공 역할을 맡았다.
그는 이 영화로 칸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러니 연기에 대한 평은 할 필요가 없다.
주인공 히라야마는
매일 같을 일을 반복한다.
이를테면 아침에 일어나면 화분에 물을 주고
동전을 쌓아둔 곳에서 몇 백 엔을 챙겨 나간다.
집 앞에는 음료자판기가 있다.
그는 거기서 매일 같은 커피를 구입한다.
청소 장비가 실린 차를 타고 화장실에 도착해서
세심하게 청소한다.
그리고 같은 목욕탕에 가고 선술집에서 술을 마신다.
때로는 단골 바에 간다.
그러다가 일상이 조금씩 흐트러진다.
엄마와 싸운 조카가 오기도 하고 함께 일하던 동료가 갑자기 일을 그만둔다.
아사쿠사에 매일 가던 단골 술집의 여사장에게 이혼한
전 남편이 찾아오거나 하는 일이다.
그의 변함없는 일상에 조금씩 파문이 일어나지만
그는 다시 자신의 일상을 되찾아간다.
그리고 영화는 끝난다.
그리고 오늘 오전에
이십 년 전에 도쿄에서 함께 일하던
직원에게 전화가 왔다.
내가 면접을 보고 채용한 직원이었다.
나는 과장이었고 그 친구는 대리였다.
그와 나는 아무것도 일본 땅에서 3년을 함께 살면 일했다.
그는 영어와 일본어에 능통했다.
나는 당시 일본어도 영어도 하지 못했다.
일종의 통역을 하는 직원이었다.
나는 아마 서른쯤이었고 그는 나보다 세 살 아래였다.
그 친구는 지금도 그때 하던 일과 비슷한 일을 하고 있다.
그가 나와 함께 일하던 회사를 그만두고 나자
그때 만나던 일본 회사에서 사업 제안을 했다고 한다.
그렇게 그 친구는 일본 회사의 한국 총판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중엔 그 일본 회사가 힘들어지나 아시아 총판을 하게 된다.
그가 판매하는 것은 반도체 검사장비인데 요즘 반도체 경기가
좋지 않아 회사가 어렵다고 했다.
그 친구의 일상도 조금씩 무너져 내리고 있다.
예기치 못한 일들이 우리의 일상을 매일 위협한다.
일상의 회복력이 없다면
우리의 삶은 나락을 빠져 버릴지도 모른다.
요즘 감기에 걸려 2주간 아픈 이후로 내가 가장 오랫동안
해왔던 일상 중의 하나인 달리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매일 먹는 약 때문인지 몸에 힘이 없다.
하지만 곧 나의 평온한 일상을 되찾을 것이다.
기다리면 시간은 간다.
추운 겨울 가고 봄이 오듯 감기 따위는
점점 몸에서 흔적 없이 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