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내내 비가 내렸다. 눈이 녹기 시작했다.
며칠 내내 비가 내렸다. 눈이 녹기 시작했다.
한 달 전만 해도 2미터 이상이나 쌓여 있던 눈이었다.
파괴된 마을은 처음에는 까맣게 그슬린 지붕만 보였다.
며칠 밤이 지나자 눈 밖으로 차츰차츰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눈이 녹기 시작했고 마침내 시체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오래된 시체들이었다.
처음으로 드러난 것은 1월에 죽은 시체들이었다.
몸뚱이는 꽁꽁 얼어붙어 있었고 얼굴은 잿빛 밀랍 같았다.
날씨가 온화해지자 시체에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냄새가 나자 마을 사람들은
눈으로 시체들을 덮어 버렸다.
-사랑할 때와 죽을 때-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소설
전쟁은 왜 하는 거죠?
아들이 남원으로 가는 차 안에서 물었다.
전쟁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참혹한 시체 위에 쌓아 올린 역사다.
인류의 역사는 끝없는 전쟁의 역사다.
이름을 남긴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쟁 영웅들이다.
때로는 침략자의 장군이거나 왕이고,
때로는 방어하는 나라의 왕이거나 장군이다.
네가 아는 위대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봐라….
그 누구도 전쟁을 치르지 않은 사람은 없단다.
전쟁을 하지 않는 방법은 뭐죠?
전쟁보다 평화가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야겠지…. 필요 이상의 욕심을 버려야 하고.
그런데 인간이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그러게요.
왜! 인간들은 그렇게 욕심이 많죠?
너는 욕심이 없어?
별로…. 그럼, 다행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