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걷다 - #3
깊은 어둠이 내려도 타이베이의 밤 산책은 유효하다.
게다가 어김없이 야시장이 서기라도 하는 곳에는,
지글지글 날것들 살 익어가는 소리와
왁자지껄 손에 손을 잡고, 두 뺨 상기된 표정으로
구경거리에 여념 없는 사람들. 연인들.
생기발랄한 분위기가 이를 데 없이 좋은걸.
소박하지만
깊은 믿음과
자신의 생활과 인생에
충실한 그런 사람들
리어카 한 대 크기만 한 좌판에 즐비한
어묵이며 국숫가락이며
정육각형 모양으로 가지런히 썰어놓은
애호박, 감자, 우무와 유부
펄펄 끓는 국물을 한 국자 가득
퍼올려 담아내면, 금세 한 끼
식사가 되어 동행과 나의
출출함을 달래줄 수 있으니
더없이 바람직하다.
제법 '서민적인' 가격에
여행자도, 오가는 동네 주민들도
그저 흐뭇한 마음
알아보기 힘든 이국의 글자일지라도
내 주문 그대로 한 그릇
받아드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지
낯선 향채와 기름기 자르르 흐르는
두툼한 양념고기 사이에서
외할머니의 장조림 고기맛이
슬며시 느껴져,
잠시 상념에 젖기도 하고
그득히 쌓여 있는
갑각류의 단단한 껍데기,
그러나 그 안쪽 숨은 속살의
단맛 떠올리며 입맛 다시기도 하고
꼬치는 그저
두어 개 사들고 양손에 쥔 채
하나씩 쏙쏙 빼먹는 그 맛이 제 맛
어떤 맛일까 이건,
호기심을 자극하는 모양새에
결국 다시 지갑을 열고 만다.
짭짤함과 달큰함을 수 차례 넘나드는 한밤의 '산책'-
끝없이 이어진 좌판들을 따라 흥얼흥얼 걸음을 옮기다가
결국 늦은 시각까지 불을 밝히고 있던
한적한 골목 끝 빙수가게에서 마무리를 짓고야 만다.
낡은 수동식 기계를 빙빙 돌려 얼음을 갈아낸 뒤 달달하게 재워둔 땅콩, 젤리 등을 얹어,
마지막으로 연유를 휘이- 한 바퀴 둘러 내어주는 작은 빙수집.
텁텁해진 입맛과 더부룩한 배를 다독여주는 역할에 이만한 적임자는 없을 듯하다.
밝은 대낮의 타이베이도,
어둠 속 생기 넘치는 밤의 타이베이도
그저 다시 한 번, 이라고 꿈꾸게 되는
여름밤의.................... 끝자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