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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kaya Lee Sep 26. 2015

찐빵 들고 야시장 간다 II

도시를 걷다 - #3






깊은 어둠이 내려도 타이베이의 밤 산책은 유효하다.

게다가 어김없이 야시장이 서기라도 하는 곳에는,

지글지글 날것들 살 익어가는 소리와

왁자지껄 손에 손을 잡고, 두 뺨 상기된 표정으로 

구경거리에 여념 없는 사람들. 연인들.

생기발랄한 분위기가 이를 데 없이 좋은걸.













          소박하지만 

          깊은 믿음과






















자신의 생활과 인생에

충실한 그런 사람들



















리어카 한 대 크기만 한 좌판에 즐비한

어묵이며 국숫가락이며

정육각형 모양으로 가지런히 썰어놓은

애호박, 감자, 우무와 유부


펄펄 끓는 국물을 한 국자 가득

퍼올려 담아내면, 금세 한 끼

식사가 되어 동행과 나의

출출함을 달래줄 수 있으니 

더없이 바람직하다.







































          제법 '서민적인' 가격에

          여행자도, 오가는 동네 주민들도

          그저 흐뭇한 마음

          알아보기 힘든 이국의 글자일지라도

          내 주문 그대로 한 그릇

          받아드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지









































낯선 향채와 기름기 자르르 흐르는

두툼한 양념고기 사이에서

외할머니의 장조림 고기맛이

슬며시 느껴져,

잠시 상념에 젖기도 하고




















그득히 쌓여 있는

갑각류의 단단한 껍데기,

그러나 그 안쪽 숨은 속살의

단맛 떠올리며 입맛 다시기도 하고




















          꼬치는 그저

          두어 개 사들고 양손에 쥔 채

          하나씩 쏙쏙 빼먹는 그 맛이 제 맛






















어떤 맛일까 이건,

호기심을 자극하는 모양새에

결국 다시 지갑을 열고 만다.

















짭짤함과 달큰함을 수 차례 넘나드는 한밤의 '산책'-

끝없이 이어진 좌판들을 따라 흥얼흥얼 걸음을 옮기다가

결국 늦은 시각까지 불을 밝히고 있던

한적한 골목 끝 빙수가게에서 마무리를 짓고야 만다.

낡은 수동식 기계를 빙빙 돌려 얼음을 갈아낸 뒤 달달하게 재워둔 땅콩, 젤리 등을 얹어,

마지막으로 연유를 휘이- 한 바퀴 둘러 내어주는 작은 빙수집.

텁텁해진 입맛과 더부룩한 배를 다독여주는 역할에 이만한 적임자는 없을 듯하다.

밝은 대낮의 타이베이도,

어둠 속 생기 넘치는 밤의 타이베이도

그저 다시 한 번, 이라고 꿈꾸게 되는

여름밤의.................... 끝자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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