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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kaya Lee Sep 30. 2015

베를린 커피콩 감별사 I

도시를 걷다 - #4






베를린이라는 회색빛 이미지- 왜인지 모르게 다들, 그렇지 않은가?- 의

멀고 먼 유럽 도시 하나가,

어느 순간 마음속에 들어와 콕, 박혔던 건,

<베를린 천사의 시Wings of Desire / 1987>라는

다소 '오래된' 영화를 통해서였다, 틀림없이.


그런데 내가 그 영화를 어디에서,

누구와 함께 봤더라.............. 아련아련한 기억 속 영화,

음울하고 습습... 한 도시.

추적추적 흩뿌리는 겨울비같은.





천만의 말씀.

오늘의 베를린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쓸쓸한 분위기와는 사뭇-

이 아니라 아주 많이- 다르다. 오늘의 베를린은

패기 넘치는 수많은 스타트업 기업, 젊은 청년 아티스트들,

힙한 카페, 다수의 베지테리언 레스토랑, 팝업 스토어 등

갖가지 문화활동과 라이프스타일이 공존하는 힘차고 발랄한 도시다.

오늘의 베를린은, 한 마디로 말해서,


이상적이다. 아름답고, 건강하고, 정돈되었고,

오랜 시간 여행자로서 혹은 학생으로서도 머물기에 부족함이 없는 곳이다.

그런 도시에서 특정한 걱정거리 없이, 몇 달간의 시간을

온전히 보낼 수 있었던 것은

분명 행운이었다.
























































































































요새는 국내에서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수 종의

해외 잡지들을 접할 기회가 많지만서도


그래도 '본토'에서 바로바로, 시즌에 따라

따끈따끈하게 갓 나온 신간들,

아직 수입되지 않아 특정 사이트에서만

힐끗힐끗 동경해오던

개성파 잡지들이 무수히 깔려있고-

게다가 맘 내키는대로 훑어보는 것 역시

웬만한 곳에서는 대부분 자유롭다- 

깔끔하고 친절하고 특색있는..........


풀방구리에 쥐 드나들듯 넘나든 서점들.

그중에서 이제 막 새로 오픈한,

매끈하고 군더더기 없는 '청초한' 새 서점에서-

희미하게 남아 떠도는 페인트칠 냄새와 풀 냄새,

새로 들어온 책 무더기의 종이 냄새를 

흠흠대던 중, 구미에 꼭 맞는 책을 한 권 발견하고는

쾌재를 불렀다. 그래, 이거야, 너로 정했어!!!








우연찮은 기회에,

우연찮은 인연으로


이로써 베를리너Berliner들도

'아직 잘' 가보지 않은-

시내 구석구석을 발품 팔아가며 경험한,

'베를린 최고의 커피를 찾아서'의

서막이 


예기치 않게 올랐다.

혼자서, 타박타박, 거 참.

어쩌다 그렇게.










"Poor but Sexy"

단순하지만, 명쾌하고도 심플한 구호.

베를린의 뉴 모토다. poor의 의미를 '한국식'으로 곧바로

해석하려 들면.......... 안 되겠다.

가난하고 남루한 푸어-가 아니라,

다소 가진 것은 없지만,

그래도 우리는 충분히 유쾌하고 만족하고 자유로워.

넘치도록 풍요롭진 않을지라도

우리는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고-


라는 그들.

그리고 그들은 그렇게, 충분히 멋지다.





























































































































베를린에는

구석구석,

멋진 곳들이

정말로 많다


그저 '멋지다'고만 하면 섭하지

so cool! 하면서도

위트 넘치는

쏘 친절한





























































        


          때로는 누군가와 함께














































          뭐, 혼자서도 충분하지만























때로는 정말 맛깔나는

커피 한 잔을 찾아서






















          때로는 '짝 달라붙는'

          크래프트 맥주 한 잔을 찾아서









































































































































무언가 진지한 접근이라든지 목적을 가지고

시작한 일은 아니었지만,

하루이틀 차차 알아가는 나만의-

베를린 카페 로드는

커피를 몹시도 좋아하는 나에게

하루를 시작하는 최고의 즐거움 중

하나가 되었다.


카페 안에서 무얼 하든,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한도 내에서의 행위라면

무심하게, 그러나 바로바로 친절하게 응대해주는,

그리고 무엇보다 커피에 대한 진지한 열정과

자부심에서 비롯되는-

그들의 여유로운 카페 분위기는

노트북으로 온종일 작업을 하거나,

친구와 수다를 떨거나, 단순히 맛있는

커피와 케이크를 즐기거나

출근 전 잠시 들러 각성을 요하는

음료를 제공하는 역할에 충실하거나-

어느 모로, 이상적인 공간이다. 

그렇게 시작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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