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사소하지만 남들에겐 말하기 부끄러운 비밀 하나가 있다. 바로, 눈썹을 잘 못 그린다는 것이다. 서당개는 삼 년이면 풍월을 읊고, 강산은 십 년이면 변한다고 했던가. 나는 십 년이 넘게 매일 눈썹을 그리고 있지만, 여전히 어딘가 삐뚤빼뚤 어색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난 아직도 화장 초보자들이 사용한다는 ‘눈썹 가이드’를 대고 눈썹을 그린다. 말 그대로 눈썹 모양으로 뚫려있는 종이 재질 틀을 대고 색칠하듯 채워주는 것이다. 백 프로 완벽하진 않지만, 이렇게 가이드의 도움을 받으면 내가 혼자 그린 것보다는 훨씬 낫다.
나에게 눈썹 그리기가 여전히 쉽지 않듯이, 최근 기후 위기를 다루는 뉴스들을 보면 우리 인간들에게는 지구와의 공존 문제가 풀기 어려운 숙제인 것처럼 보인다. 과거 산업화의 영향은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를 높여 지구 온도를 증가시켰으며, 이는 기후변화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작년에 발표된 IPCC 제6차 평가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온난화 원인은 ‘의심의 여지없이’ 인간 활동 때문이며,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난 200만 년 내 최고 수준에 달한다. 그리하여 지구온난화를 1.5도 이하로 제한하려면 세계는 2050년에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과연 지구 평균기온 1.5도 오르는 게 정말 우리의 생명을 위협할까? 45억 년 전 지구가 만들어진 이후 발생했던 다섯 번의 대멸종 모두 온도 변화가 주요 원인이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450ppm이 되면 회복 불가능한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수준이라고 정의했다. 현재는 421ppm 수준이고 지금의 증가 속도를 감안하면 티핑 포인트까지 그리 멀지 않은 미래임이 계산된다.
매일 지구를 소비하는 우리 인간들은 지구를 ‘잘’ 사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 미래 세대와의 공유라는 도덕적 측면도 있지만, 지구에 속한 하나의 생명체로서 존재론적 배려가 필요하다. 최근 1.5도 온도 상승 제한 목표 하에 국가 및 지자체 단위의 목표와 계획이 속속들이 발표되고 있다. 마치 내가 눈썹 가이드를 사용하듯, 우리 인간에게도 ‘지구 지키기 가이드’가 필요한 셈이다. 더욱이 눈썹이야 이상하게 그려지면 지우고 다시 그리면 되지만, 지구는 한 번 임계치를 넘어서면 되돌릴 수 없다. 과학적이고 정교한 가이드가 제시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2024년 5월 23일 기준, 기후위기 시계가 5년 60일을 지나고 있다. 지구 평균기온이 1.5도 상승하기까지 남은 시간이다. 앞으로 5년 60일 이내에, 81억 명 인구가 ‘지구 지키기 가이드’를 통해 지구와의 평화로운 공존 방식을 찾을 날이 오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