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혜지 May 28. 2024

페트병 뚜껑 따로 버려? 같이 버려?

   분홍색 여행용 캐리어를 꺼냈다. 이젠 보내줘야 할 때가 왔다. 나의 첫 해외여행을 함께 했던, 십 년이 넘은 정든 캐리어 가방. 진작 깨지고 낡아 버렸어야 하는데, 무엇이 그리도 아까웠던 건지 정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대형폐기물 신고를 하고, 수거번호를 적어 캐리어에 부착했다. 분리수거장으로 향한다. 이 분홍 캐리어를 끌고 여행을 갔던 날들처럼 하늘은 화창하기 그지없었다. 아쉬운 마음을 애써 덜어낸 채 분리수거장 한 켠에 캐리어를 가지런히 두고 돌아서려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페트병처럼 작은 플라스틱도 재활용이 되는데, 왜 부피가 큰 캐리어는 재활용되지 않고 소각 처리되는 것일까.


   캐리어를 살펴보면 플라스틱 소재의 본체 외에, 손잡이 부분의 철제, 지퍼 부분의 천 등 여러 재질이 섞여있다. 재활용을 하려면 이 소재들을 모두 분리해야 하는데, 캐리어는 제품 특성상 내구성이 좋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재활용 선별과정에서 사람이 일일이 재질별로 떼어내기가 어렵다고 한다. 페트병은 재활용되고, 캐리어는 소각 처리되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페트병과 페트병 뚜껑도 서로 다른 재질이므로, 분리해서 버리는 게 맞는 걸까. 정답은 '뚜껑을 닫아서 같이 버리는 것'이다. 한 때는 따로 분리배출을 권장하기도 했었지만, 뚜껑은 부피가 작기 때문에 분리해서 배출하면 수거와 선별이 어렵다고 한다. 또한 뚜껑이 없으면 오염물질이 페트병 안으로 들어가 재활용에 좋지 않다. 이렇게 배출한 페트병은 선별장으로 가서 재활용을 위해 파쇄 공정을 거친다. 이후 물에 씻는 과정에서 뚜껑 조각은 물에 뜨고 페트병 조각은 물에 가라앉게 되어 분리가 된다.


   분리배출에 대해 나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버리려고 할 때 헷갈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종이컵이 그렇다. 과연 종이류로 배출해야 하는 걸까, 종량제봉투에 버려야 하는 걸까. 정답은 '코팅면에 따라' 다르다. 종이컵은 물에 젖지 않도록 컵 내부에 폴리에틸렌 성분의 비닐막이 코팅되어 있다. 식당에서 물을 따라 마시기 위해 나오는 일반적인 종이컵 같은 경우, 보통 안쪽 면만 코팅이 되어 있고 바깥쪽은 코팅이 안되어 있다. 이렇게 한쪽면만 코팅된 경우, '종이류'로 배출하면 제지공장에서 물에 녹이는 해리과정을 거쳐 재활용된다. 그러나 패스트푸드점이나 영화관 같은 곳에서 탄산음료를 담기 위한 용도처럼 종이컵 양쪽면이 모두 코팅된 경우, 재활용이 되지 않아 일반쓰레기, 즉 '종량제봉투'로 배출해야 한다.


   우리가 쓸 수 있는 자원은 한정되어 있다. 잘 썼으니 잘 버리는 법도 익혀야 한다. 나의 분홍색 캐리어는 떠났지만, 나에겐 더 값진 것들이 남은 기분이다.

작가의 이전글 생명체 하나가 내 집으로 들어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