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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현균 Nov 06. 2024

무시기 임현균의 그림 이야기(프터 브뤼헐 12)

갈보리로의 행진

<무시기 시즌4 – 스페인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탐방 81– 피터 브뤼헐 12>

그림 출처: www.museodelprado.es/ (프라도 미술관), 위키백과, 위키피디아 등

無작정/始작한/그림이야期~


<무시기?>

무시기(無始期)는 저의 호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뭔가 시작할 시기는 없다는 뜻입니다. 나이가 많아서 어렵나요? 모지스 할머니(Grandma Mosese)는 75살에 시작한 그림으로 미국 최고 화가가 되었습니다. 로라 잉걸스 와일더(Laura Ingalls Wilder)는 65세에 “초원의 집”을 처음 집필하였고, 90세까지 뉴베리상을 5회나 수상했습니다. 프랭크 맥코트(Frank McCourt)는 66세에 쓴 책(앤젤라의 재)으로 풀리처 상을 수상했습니다. 뭔가 시작하기에는 나이가 많다고요? 그저 숫자일 뿐입니다.


장면화는 역사적 사건, 어떤 이야기의 핵심을 보여주는 한 장면을 잡아서 그리는 것입니다. 사실 모든 그림은 장면화라고 해도 무리는 아닐 듯합니다. 


우리가 피터 브뤼헐(1525~1569) 그림을 계속하여 감상하고 있습니다. 이분이 단명하지 않았다면 어떤 그림들이 더 나왔을까 안타깝네요. 피터의 그림은 가까운 데서 사물을 바라보기보다는 멀리 줌 아웃하여 바라보는 장면입니다. 거기에 주제에 집중하기보다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함께 공존합니다. 


오늘 그림의 제목은 <십자가를 나르는 예수, Christ Carrying the Cross, 1564>인데, 기대하는 대로 십자가를 나르는 풍경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고 있을까 하는 풍경입니다. 매우 신선합니다. 이 그림 제목은 갈보리로의 행진(The Procession to Calvary)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보이는 대로 읽기]

그림 상단은 아주 평화로운 풍경입니다. 멀리 성안의 건물들과 외부로 성곽도 보입니다. 저 멀리 건물, 언덕이 보이고 있고, 성을 벗어난 우측으로 사형 집행대(교수대)도 보이고, 실제로 교수대에는 한 명의 사람이 걸려 있습니다. 


이 그림의 제목이 보이는 주제인 예수는 그림 중앙에 위치합니다. 십자가를 들고 가는 예수는 십자가의 무게에 눌려서 땅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이 그림 전체에서 보면 예수의 이런 모습은 매우 멀리서 그림 전체에서는 다른 무리들에 있는 그저 한 무리에 불과합니다. 예수 무리 앞에 마차에 태워진 사람도 보이는데 이 사람이 죄수인지, 아니면 집행관이라서 마차를 탔는지 불분명합니다. 



그림 왼쪽 편 하단이 오히려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어요. 나이 든 한 남자가 끌려가고 그 뒤에 앞치마를 두른 여인이 이 남자를 잡아당기는 듯합니다. 이들 앞에는 창을 든 군인이 이 여인에게 창으로 위협하고 있는데, 이 소란을 주변의 사람들은 구경하고 있습니다. 



화면 하단에 가장 가까이 가장 크게 그려진 네 사람이 있습니다. 예수의 행렬에 슬퍼하는 어머니 마리아와 주변에서 부축이는 두 여인, 그리고 왼편에는 귀족처럼 옷을 입은 한 여인이 슬퍼하며 눈물을 훔치고 있습니다. 가장 왼편의 여인은 누구일까요?



피터 브뤼헐의 그림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이 <이카루스가 추락하는 풍경>이라고 말씀드린 적 있습니다.  실제로 그림 가장 왼쪽 편에는 그림에서 보이는 여러 사건을 피해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바구니에 동물을 가득 채우고 수레에 넣고 앞에서는 끌고, 뒤에서는 밀고 가는 농부 남편과 아내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그림 하단에도 마리아 일행 옆에 북을 짊어지고 있는 사람과 현장을 떠나는 사람들이 그저 일상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화가 이야기]

그림 속 이야기가 많은 것처럼 이 그림도 큽니다(170X123 cm). 부자 수집가 니콜라스 용헬릭크(Nicolaes Jonhelinck)의 그림 수집 목록에 들어있는 들어 있어 아마도 그가 의뢰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현재 비엔나에 있습니다. 브뤼헐의 이 작품은 다른 작품에 비해 매우 전통적입니다. 그런데 이 엄숙한 사건을 묘사하면서 피터는 가운데 작게 그려놓고, 마리아와 동료들을 바위사이에 그려 놓아서 극적 사건과 거리를 두게 만듭니다. 


[보이지 않는 이야기]

뒤편의 풍경부터 매우 장엄하게 그려 놓고 있는 점도 잘 살펴보아야 할 부분입니다. 암석 노두의 대형 풍경, 공중에 새의 크기, 예수와 동시간대에 끌려가는 두 강도의 모습이 함께 비슷한 비중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마차에 탄 두 강도가 십자가를 들고 사제들에게 죄를 고백하고 있습니다. 그림 속 사람들의 복장도 보시면 모두 현대적 의상을 입고 있고, 북 치는 사람까지 등장합니다. 공개 처형은 당시 축제나 카니발의 분위기로 삼았던 것처럼 그린 것입니다. 저 멀리 십자가가 세워질 골고다 언덕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는 듯 그려 놓은 것은 마지막에 까마귀가 모여드는 것처럼 그려 놓은 것입니다. 어머니 마리아 앞에는 여인이 아니라 성 요한으로 보입니다. 


<무시기 사랑방: 죽기 전 들어 보아야 할 앨범 1000 - 143>

가을에 어울리는 곡으로 몇 곡 들어보고 있습니다. 오늘은 제이슨 므라즈의 <I am yours>입니다. 앨범 <We Sing. We Dance. We Steal Things>에 수록된 이 곡은 무려 76주나 빌보드에 올라가 있었습니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어요. 시간은 짧답니다. 마음을 열고 계획을 펼치면 됩니다. 하늘은 당신의 것입니다. 난 당신의 것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kHTsc9PU2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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