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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현균 Nov 19. 2024

무시기 임현균의 그림이야기(피터 브뤼헐 20)

무고한 자들의 학살/The Massacre of the Innocent

<무시기 시즌4 – 스페인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탐방 88– 피터 브뤼헐 20>

그림 출처: www.museodelprado.es/ (프라도 미술관), 위키백과, 위키피디아 등

無작정/

始작한/

그림이야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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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늦장을 부리다 떠났고, 가을은 왜 안 오나 했는데, 갑자기 겨울이 들이닥친 형국입니다. 어제는 입에서 입김이 나는 것을 보게 되니 정말 겨울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환절기 감기 조심 하시기 바랍니다. 


검색창에 피터 브뤼헐이라고 쳐서 올라오는 이미지가 많은데, 그 많은 그림이 이제 제법 익숙해졌습니다. 전체를 살펴보니, 아직 몇 점 더 즐길 수 있을 듯합니다. 오늘은 <무고한 자들의 학살, The Massacre of the Innocents, 1565-1567>이라는 제목입니다. 



[보이는 대로 읽기]

피터의 그림들은 어떤 그림이나 그 상단이나 후경만 확대해 놓아도 좋을 아름다운 풍경을 그려 놓고 있습니다. 성서의 헤롯왕이 영아들을 학살하는 이야기를 배경으로, 정치적 의미가 함축된 작품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피터 그림의 특징은 나무를 아주 세밀하게 잘 그려 놓는다는 점입니다. 마을 아래 보통의 인물들의 표현도 놓치지 않지만, 그림 속 건물이나 나무도 가지까지 세밀하게 묘사합니다. 중간 부분을 확대하면 집에서 아기를 데리고 나오는 병사의 조심스러운 몸짓과 그 뒤에서 서 있는 아이의 엄마로 보이는 사람이 서 있는 모습도 보입니다. 멀리 말을 탄 지휘자도 보입니다. 


피터의 그림에서 자주 등장하는 삶의 현장들의 생생한 모습들이 많은데, 소변보는 아이, 어른을 그려 넣은 것입니다. 이 그림은 아이를 잡아가는 비극입니다만, 철갑옷을 입은 한 병사가 고드름이 줄지어 있는 처마 밑에서 소변을 보고 있군요. 


그 앞으로 병사들에게 저항하는 한 나이 든 사람이 동네 사람들에 의해 만류당하고 있습니다. 아버지이든, 할아버지든 사랑하는 아기를 빼앗기는데 가만있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어떤 병사는 식사를 해야 했는지 어떤 집안의 오리를 잡아가고, 그 오리를 아끼는 아이는 울음이 터져 있고, 그 아버지는 항의를 하고 있습니다. 왼쪽의 붉은 담벼락 앞에는 한 여인이 뒤로 넘어가고 있고, 그녀를 둘러싼 세 명이 뭔가 이야기를 해 주고 있습니다. 


그 위로 한 집에서 아이를 데리고 나오는 병사, 울부짖는 여인, 집으로 뛰쳐 들어가는 여인, 잡아당기는 머리띠 맨 남자가 보입니다. 그림 하단에는 병사들이 말을 타고 진을 치고 있고, 그 앞에는 오리와 칠면조를 창으로 죽이고 있습니다. 



이를 본 동네 여인들이 소리를 지르며 안타까워합니다. 그런 가운데 말을 탄 사람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는 장면을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말 탄 사람은 머리에 깃털을 잔뜩 꼽고 있어 벌어지고 있는 사건과 다른 이야기 같습니다. 뒤편으로 눈밭에서 뛰어놀고 있는 개들의 평화로운 모습도 벌어지는 사건을 잊게 합니다. 오른쪽으로 문 잠근 집을 부수기 위해 기구를 가지고 오는 병사, 창문으로 들어가는 병사가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화가 이야기]

이 그림은 아버지(Pieter Bruegel the Elder)와 아들(Pieter Brueghel the Younger)에 의해 그려졌습니다. 성서에 등장하는 무고한 사람들에 대한 학살의 풍경을 네덜란드에서 벌어진 스페인 군대의 학살에 연결시켜 그려 놓고 있습니다. 이 그림 속에는 죽어가는 아이들도 그려져 있었는데, 황제 루돌프 2세(1576~1612)의 명령으로 덧칠이 되어 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림 속에 더 많았던 유아들은 사라져 현재 그림에는 유아 모습이 몇 명 보이지 않습니다. 


[보이지 않는 이야기]

이 그림은 신약 성경의 마태복음에서 묘사된 사건을 그려 놓고 있습니다. 헤롯왕은 2세 미만의 아이를 모두 죽이라고 명령했고 이 무고한 학살 명령으로 많은 아이들이 죽게 됩니다. 이러한 역사적 사건으로 몇몇 종파에서는 12월 28일을 크리스마스의 넷째 날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피터는 80년 전쟁(네덜란드 사람들이 스페인 통치에 저항하는 전쟁)을 성서의 이야기에 넣어 그려 놓고 있습니다. 그림의 배경인 눈 내린 풍경은 깊은 겨울을 보여주는데 1564~65년 사이 혹독했던 겨울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눈밭에 주저앉은 여인의 치마폭에 올려진 것(묶음), 그릇들, 방패, 오리, 칠면조, 멧돼지, 항아리 등은 원래는 유아였습니다. 그렇군요. 왕이 왜 그런 명령을 내렸는지 이제 이해가 됩니다. 그 와중에 아들이 아닌 딸을 데려가 달라고 부탁하는 이야기도 들어있고, 왕실을 상징하는 휘장 문양도 덧칠되어 사라졌습니다. 


<무시기 사랑방: 죽기 전 들어 보아야 할 앨범 1000 - 152>

존 바에즈(Joan Baez, 1941~)의 1960년도 앨범 차례로 듣고 있습니다. 오늘 노래의 가사는 무시기에 어울리는 가사입니다. Too late but never mind! 늦었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곧 끝날 것입니다. 우리 현실에도 적용되는 말이네요. 노예제와 민권 운동 시기의 슬픔과 저항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All my trials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ofsNJqfYj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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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기 캠페인>

무시기(無始期)는 뭔가 시작할 적당한 시기는 없다는 뜻입니다. 모지스 할머니(Grandma Mosese)는 75살에 시작한 그림으로 미국 최고 화가가 되었습니다. 로라 잉걸스 와일더(Laura Ingalls Wilder)는 65세에 “초원의 집”을 처음 집필하여 명성을 얻은 후 90세까지 뉴베리상을 5회나 수상했습니다. 프랭크 맥코트(Frank McCourt)는 66세에 쓴 책(앤젤라의 재)으로 풀리처 상을 수상했습니다. 


뭔가 시작하기에는 나이가 많다구요? 그저 숫자일 뿐입니다. 

악기, 그림, 글쓰기, 운동 ... ... 오늘 시작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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