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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현균 Oct 31. 2024

무시기 임현균의 그림 이야기

눈먼 자가 눈먼 자를 이끌다 / 피터 브뤼헐

<무시기 시즌4 – 스페인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탐방 78– 피터 브뤼헐 9>

그림 출처:  https://www.museodelprado.es/ (프라도 미술관), 위키 백과 등

無작정

始작한

그림이야期~

:


예술이 우리의 삶에 있어 여러 가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감정을 아름답게 표현해 놓는 것이지요. 그것은 기쁨, 슬픔, 고뇌, 외로움, 풍요 등 다양합니다. 즉, 우리 감정을 전달하는 수단으로 음악, 미술, 연극, 영화, 댄스 등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예술이 가져야 하는 중요한 구조는 조화와 균형입니다. 그런데 시대에 따라 예술은 발전 혹은 변형되어 시도됩니다. 평단의 눈은 새로움과 발전, 독창성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막상 예술 속에 들어와 보니 가장 아름다운 것은 영혼에서 나오는 순수한 메시지이고, 그 메시지를 오랜 세월 정성으로 전달하려는 모습이 가장 아름답기도 합니다. 누구나 표현할 수 있는 것을 오랜 정성으로 표현하는 것에서 감동이 오기 때문입니다. 


피터 브뤼헐의 그림 차례로 보고 있습니다. 정말 대단한 화가였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여러 이야기를 흠잡을 수 없게 액자식으로 배치하는 것 자체가 천재적인 화가였습니다. 그런 그림에 비하면 오늘은 아주 단순한 그림을 하나 보겠습니다. <장님이 장님을 인도하다, The Blind Leading the Blind, 1568>입니다. 이 그림은 나폴리 카포디몬테 미술관에서 소장 중입니다. 요즘은 장님 보다는 시각장애인이란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맞습니다만 이전 그림 제목이라서 그대로 씁니다. 



[보이는 대로 읽기]

여섯 명의 눈먼 남자들이 어딘가 길을 떠났나 봅니다. 그런데 모두가 눈이 먼 사람들이라서 결국 맨 앞의 남자가 구덩이에 빠져서 벌러덩 넘어졌고 그 사람을 따르던 사람이 넘어지려고 하고 있고, 그 뒤 네 명의 남자는 그것도 모르고 앞사람을 열심히 따라가고 있습니다. 이 그림의 구도는 재미있네요. 뒤편의 교회 첨탑과 동네는 수평으로 그려져 있고, 구덩이에 빠지는 사람은 우측 하단으로, 그 뒤의 사내들도 사선으로 그려서 결국 이들이 우측 하단으로 모두 빠질 듯이 그려 놓은 구도입니다. 모두 모자를 쓴 것, 차림은 망토를 입은 점, 앞의 두 사람 옷차림은 제법 번듯해 보이는 점 등이 보입니다. 



[화가 이야기]

이 그림이 그려진 1568년은 피터의 말년입니다. 40대 초반에 삶을 마감했는데, 건강이 나빴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이 그림의 주문자도 잘 알려진 바는 없습니다. 



[보이지 않는 이야기]

16세기 네덜란드의 사회, 종교적 메시지가 그득한 그림입니다. 장면화는 그림이 가지는 가장 기초적인 기능이고 구성입니다만,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어떤 것을 담아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지는 오로지 화가의 몫입니다. 당시 네덜란드는 스페인의 통치하에 있었고, 종교적 갈등도 심했습니다. 맹목적인 추종이나 어리석은 지도자를 따르는 것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작품의 구도에서 보는 사람의 마음도 불안정하게 사선으로 그려서 다음 장면이 어떻게 이어질 것인지 예고하고 있습니다.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는 비유는 마태복음에도 등장합니다. 이 그림은 브뤼헐의 관찰력도 나타납니다. 눈먼 사람들의 안구 형태로 여러 다른 질환으로 시력을 잃은 모습이 보입니다(백혈종, 구체 위축, 안구 제거 등). 사람의 묘사뿐 아니라 주변 풍경(마을은 신트 안나 페테, Sint-Anna-Pede)에 대한 세밀한 묘사도 대단합니다. 교회(성안나)가 저 멀리 홀로 높게 서 있는 것도 아실 듯합니다. 이 작품은 유성 물감이 등장하기 전의 디스템페(템페라) 그림입니다. 수백 년 내려온 그림으로 매우 보존이 잘 된 작품 중 하나입니다. 



<무시기 사랑방: 죽기 전 들어 보아야 할 앨범 1000 - 139>

Erykah Badu의 앨범 <Worldwide Underground, 2003>에서 한곡 더 듣고 갑니다.

예전에는 늦게 밤에 나가도 괜찮았다고 회상하는 노래입니다: <Back In The Day (Puff)>. 우리나라는 어디든 아직은 밤에 늦게 나가도 좋은 나라인듯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8zKIWSWMy3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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