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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hovah Jul 22. 2016

23살, 내 인생 첫 유럽 배낭여행

01 -  지금의 나를 있게 한, 2013년 나의 첫 배낭여행의 시작



2013년 7월  8일 오후 13:3분, 인천에서 도쿄로 향하는 비행기를 탔다.

설렘 95% 두려움 5%. 출국심사를 마치고 비행기에 타고나니 문득 가족들 생각에 마음이 찡하다.


 나의 신나고 행복한 첫 배낭여행의 이면에는 가족들의 고생과 걱정이 가득 숨어있다. 처음 멀리 보내는 막내 동생이 걱정되었는지 큰언니는 대형마트를 돌아다니며 '햇반'부터 '돌자반'까지 별걸 다 사주고, 작은언니는 짐을 챙기는 내내 옆에 붙어있었다. 엄마는 인천 공항에서 마음이 불안한지 스토어에 데려가 비밀 지갑에 자물쇠, 벨트 등등 없는 돈에 별것을 다 사주셨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별거 아닐지 모르지만, 우리 집처럼 무뚝뚝한 집에서 이런 행동들은 정말 내가 마음이 쓰인다는 뜻임을 잘 알기에 더 마음이 찡하다.

 공항에서 엄마와 아쉬운 이별을 하고 비행기를 타고나니 여행을 준비하면서 도와주고 걱정하던 가족들의 얼굴과 말들이 파도처럼 밀려와 눈물이 났다. 그리고 이 여행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준비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그렇게 나는 가족과 아픈 할머니를 뒤로하고 나의 여행을 시작했다.


 내 인생 20대의 한가운데 서있었던 그때, 나의 20대의 터닝포인트를 만들기 위해 도쿄를 거쳐 유럽으로 향했었다.




 몇 시간 뒤 나는 우여곡절 끝에 에어 프랑 AF277 비행기 안. 몇 시간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정신이 없다. 사실 나는 13:35분 도쿄행 비행기를 타고 15:40분에 도쿄 나리타 공항에 도착했다. 그리고 파리로 가는 비행기는 21:55분 이었다.

 나는 파리행 비행기를 타기까지 남은 6시간 동안 신나게 나리타 공항에서 구경하면서 놀고 있었다. 그러다 시계를 보니 21시 즈음되었길래 슬슬 비행기를 타러 이동했다. 내가 있던 곳은 나리타 제2터미널, 내가 탈 에어 프랑 AF227은 제1터미널. 그런데 문제는 제1터미널에서 제2터미널은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는 사실.

나는 몰랐다. 나리타 공항은 인천 공항과 달리 엄청나게 컸고, 제1터미널과 제2터미널은 걸어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여기서 더 큰 문제는 터미널을 오가는 버스는 이미 끊겼다는 사실이다. 나는 너무 당황했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도움을 요청하기 시작했다. 공항 직원들에게 안 되는 영어를 총동원하여 설명을 하였고 나의 말을 이해한 공항의 직원들이 일본어로 다급하게 여기저기 전화를 했다. 나는 전화를 하는 일본인의 다급한 모습을 보며 마음이 점점 두려워졌고 땀이 났으며 나도 모르게 손톱을 물어뜯고 있었다.

그러기를 몇 분... 공항 직원이 전화에 대고 '스미마셍'과 '아리가또 고자이마스'를 굉장히 여러 번 하더니 미소를 지었다.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내가 유럽을 갈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고 보니 나를 위해 나리타 공항에서 이미 운행이 끝난 버스를 준비해준 것이다. 나를 위한 1인 버스라니! 그 순간 너무 감사해서 나는 도와준 일본 직원들에게 '스미마셍'과 '아리가또 고자이마스'를 100번은 족히 했던 것 같다. 그렇게 나는 정말 우여곡절 끝에 파리로 향하는 에어 프랑에 타게 된 것이다. 나는 나리타 공항 직원에게 이렇게 말했다. "I didn`t know the Narita is so big like this... 블라블라..." 내가 뭐라고 했는지 제대로 말했는지 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찌 되었든 나는 지금 에어 프랑 AF227 비행기에서 언니들이 꼭 챙겨 오라고 신신당부하던 기내 담요를 덮고 물을 마시며 글을 쓴다. 이따금씩 창밖에 밤 풍경을 바라보면서. 또 이런 게 '행복'이라는 생각을 3초에 한 번씩 하면서.

 그런데 재밌는 사실이 문득 떠올랐다. 12시간 걸려서 파리에 가는데, 내가 파리에 도착하면 7시간 전으로 돌아간다.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인데, 내가 여행 중이기 때문일까? 문득 비행기가 마치 헤르미온느의 모래시계인 것 같아!...




2013년 7월 9일 1:00시경 밤하늘을 날고 있는 에어 프랑 AF277 안.

나는 지금 밤 비행기를 타고 파리로 향하고 있다. 프랑스 기내식을 먹고 난 뒤 파리 지도를 보다가 슬슬 잘 준비를 하는데, 문득 창밖을 보니 야경이 너무 아름다운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다시 펜을 잡았다.

 

 지금 나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날아가고 있지만 별은 그 자리에 있다.

평소에 지상에서 차를 타고 도로를 빠르게 달리면 밖의 풍경이 휙휙 지나간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훨씬 빠른 비행기를 타고 가는데 구름, 별, 하늘 아래 육지의 풍경들은 휙휙 지나가지 않는다. 왜 이런 것들이 신기하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창밖의 별도 너무 아름답다. 높은 하늘 위에서 보니 별이 구름에 가려지지 않아 너무도 잘 보인다. '무수히 많다'라는 표현이 딱이다. 별이 저렇게 하늘 가득 있는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다. 우주 같다.

 세상에 어쩜 이리도 아름다운 것들이 많을까? 이륙할 때 구름 아래로 비치는 도시마 저도 아름답다. 나는 감성과는 거리가 멀고 이성과 아주 친밀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여행을 통해 새로운 내 모습들이 나타난다. 무엇보다, 몰랐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여행이 주는 정말 큰 선물인 것 같다.


 

우여곡절 끝에 입성한 파리의 샤르드골 공항. 새벽이라 그런지 공항은 매우 한적하다. 12시간을 비행해서 오니 몸이 매우 지쳐있다. 그런데 마음은 엄청 신나 있다는 사실.

 내가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15:50분경, 파리 시내로 나가는 첫차는 5시. 나는 남은 시간 동안 시내로 나갈 RER이나 Rossia버스를 찾아보기로 했다. 공항을 여기저기 헤매다 RER전철 타는 곳을 발견하였다. 내 여행책에 보면 RER은 집시나 소매치기가 매우 많다 하던데, 이걸 탈까 아니면 안전하게 Rossia버스를 탈까 몇 시간을 고민하다가 결국 나는 RER을 타기로 결정하였다. 왜냐하면 Rossia버스 타는 곳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첫차 시간이 되었고 RER을 타고 파리 시내로 향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정거장마다 무서운 집시 같은 사람들이 진짜 많이 타는 것 같았다. 사실 집시인지 일반인인지 모르지만 기분이 그랬다. 너무 무서워서 가는 내내 기도를 했던 기억이 잊히지 않는다. 짐을 꼭 잡은 채 파리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질 때마다 식은땀이 났었다.

 그리고 몇십 분 뒤 나는 무사히 나의 목적지인 '리퍼 블리크' 광장 역에 도착. 내가 예약한 숙소가 있는 곳이다.

 이른 새벽이라 그런지 리버풀 리크 광장은 굉장히 한적하다 못해 으스스했다. 나는 미리 프린트한 지도를 보며 숙소를 찾기 시작했다. 몇 시간까지는 아니고, 1시간 정도 헤맨 것 같다. 파리는 아주 낭만적이지만 길을 찾기가 정말 어려운 곳이다. 혹시 이쯤 되면 느껴지겠지만 나는 정말로 '길치' 다. 물론 내가 길치인 사실을 나는 몇 년 뒤에나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드디어, 드디어, 드디어... 숙소 발견! 나도 모르게 너무 감동적이어서 사진을 마구 찍어댔다.

내가 숙소를 찾은 시각은 8:30분경. 무거운 배낭과 캐리어, 손가락이 마비되어 가는 것 같았다. 그런데 맙소사 체크인은 14:00부터 란다. 아니 사실은 알고 있었다. 다만 당연히 러기지 락커가 있는 줄 알았는데... 주인이 그냥 복도에 놓고 나가란다. 짐을 그냥 놓고 나가기 불안했던 나는 놓고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일단 배가 너무 고파서 옆에 있는 샌드위치 가게에서 샌드위치를 먹으며 생각하기로 했다.

 샌드위치를 다 먹고 난 뒤, 검색을 하여 근처 동역에 코인 락카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나는 30분을 걸어가 7.5유로를 주고 짐을 맡겼다. 이제 드디어 나의 첫 파리 여행을 시작할 수 있다. 걸어서... 왜냐면 전철이 나는 무서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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