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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기획자 장PD Jul 08. 2024

일을 하며 느꼈던 감정들

새로운 일을 하며 느꼈던 감정

7월 시작과 동시에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과 같이 새로운 시도, 일, 배움은 마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는 것과 같다. 새로운 시도를 하며 내가 알게 된 것 또 그것을 통해 감정의 변화를 느꼈다. 배움이란 늘 즐거움을 동반하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내가 알고 있었던 것을 뒤집거나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들을 접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이런 걸 접했을 때 당연히 즐거울 리가 없다. 왜냐하면 그동안 내가 생각해왔던 것들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니까. 인정해야만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그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으니까. 내가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는 건 유쾌하지 않았지만 좋든 싫든 가만히 서있는 것보단 뭐라도 딛고 나아가고 싶어서 잠시 나의 고집을 내려놓고, 일단 실행해 보기로 했다.



우물 밖의 세상?

기존에 하던 일을 벗어나 새로운 일을 시도함으로써 역량을 확장해나가는 사람들은 흔히 ‘우물 안에서 나와 넓은 세상을 만나라'는 표현을 한다. 나 또한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더 넓은 바깥 세계를 꿈꾸고 동경했던 적이 있지만 요즘은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정말 바깥세상에 있는 게 맞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그렇고, 그렇게 말한 그들도 우물 밖 세상에 살고 있다기 보다 기존 우물에서 더 넓은 우물로 이동하는 것은 아닐까?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사람이 경험하는 것에는 시간적, 물리적 한계가 있다. 평균 수명이 늘어났다고 한들 경험에는 한계가 있고, 사람은 경험한 것 안에서만 상상할 수 있기에 결국 사람의 성장과정은 원래 살고 있던 우물에서 바깥세상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더 넓은 평수의 우물로 이동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더 큰 우물로 이동하는 마음으로

오히려 내가 우물에서 빠져나와 바깥세상으로 나가겠다는 것보단 우물의 평수를 넓혀가며 이동한다는 것이 장기적인 성장의 관점에선 더 도움이 되는 생각인 것 같다. 나와 상대방의 우물의 평수가 조금 다른 것일 뿐 결국 우물은 우물이다. 대단한 명예를 쌓았다고 해도 자신 또한 생각의 틀과 편견에서 늘 자유로운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고, 계속해서 더 큰 우물을 향해 이동해야 한다는 그 마음가짐이 나를 더 성장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아닐까?



익숙한 일을 하며 느꼈던 감정

새로운 일을 함께 병행하면서 쓸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다행히 시간관리를 잘 하는 타입이라 스스로를 압박하지 않는 선에서 일하는 시간을 잘 운영해 나갔다. 문제는 시간관리가 아니라 익숙한 일에서 오는 또 다른 나의 감정이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이 일에 흠뻑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했던 내가 어느 순간 그 반대의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이런 감정을 느끼는 이유는 명확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실력에 대한 나의 기대감과 기준은 계단식으로 상향 조정되지만 그에 반해 실제 실력은 계단식으로 일정하게 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건 다이어트의 원리와도 비슷하다. 아무리 꾸준히 운동을 하고, 식단을 한다고 해도 절대 몸무게는 계단식으로 내려가지 않는다. 보통은 여기에 속아 다이어트를 포기한다. 일도 마찬가지다. 즐거움을 느끼며 시작한 일이라도 어느 순간부터 그 반대의 감정을 느끼는 것은 누구나 겪는 과정이다. 일도 다이어트도 이 함정에 빠지지 않아야 눈에 보이는 숫자 이전에 자신이 느끼는 체력이 한층 올라가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그러니까 숫자보다 체력이 먼저다. 숫자를 품을 수 있는 체력이 만들어져야 비로소 숫자도 실력도 뒤따라 오게 된다. 10년 전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할 땐 그저 숫자에만 집착하여, 이런 말들이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오랜 시간 경험하면서 진짜 깨달아가는 것들이 있으니까.



때로는 감정보다 실행이 먼저다

실력을 바라보는 기준이 높아져 어느 순간 나의 실력이 형편없다고 느껴지면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시작한다. 하루 만에 끝낼 수 있는 일도 2~3일에 걸쳐 비효율적으로 처리하게 된다. 이번 주에 내가 그랬다. 비효율적으로 시간을 끌다가 결국 반나절 동안 디지털 기기를 다 끊어버리는 극단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나서야 일을 다 끝내버릴 수 있었다. 그렇게 일을 다 끝내고 나서야 내가 느꼈던 감정은 ‘지긋지긋하다’가 아니라 ‘더 잘하고 싶다’였다. 이 일을 더 잘하고 싶은데 내 생각만큼 실력이 향상되지 않으니 현실을 잠시 회피하고 싶어서 빚어낸 감정이 아마도 게으름이 아니었나 싶다. 그렇게 생각하니 ‘게으름, 하기 싫음’이라는 감정도 너무 미워하진 말아야겠다. 이런 감정이 나를 뒤덮고 있을 때 미워하기보다 ‘왜’라고 물어봐 주면 결국 모든 감정의 원인과 시작은 다 ‘나를 위한 것’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감정 앞에 냉정한 행동을 절대 잊어선 안된다. 결정적인 순간엔 감정이 선두가 되어 행동이 뒤따르지만 실력을 쌓아가는 대부분의 경우엔 감정보다 행동이 선두가 되어야 한다. 올바른 실행이었다면 그에 맞는 옳은 감정들이 다시 뒤따라 올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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