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일요일에는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영화를 봤다. 요즘 극장가를 가장 뜨겁게 달구고 있는 영화는 단연코 인사이드 아웃2다. 사실 나는 영화보단 책을 좋아하기 때문에 영화를 자주 보지도 않고, 특히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지 않아서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영화관에서 애니메이션을 본다는 것은 나에게 극히 드문 일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 영화는 왠지 모르게 그냥 끌렸다. 나는 ‘그냥’이라는 나의 감정을 믿어보기로 하고, 오랜만에 극장으로 향했다. 영화의 러닝타임은 96분, 어두운 공간에 가만히 앉아서 집중하기에 딱 적정한 시간이었다.
영화는 사춘기에 접어든 13살 라일리의 머릿속 다양한 감정들을 귀여운 캐릭터로 의인화하여 특정한 사건들에 대한 감정들의 모험을 그린 이야기다.
오랜만에 나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꽤 흥미로운 영상이었다. 더 흥미로웠던 점은 영화 후반부에서 나도 모르게 내가 울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머릿속에서 온갖 미묘한 감정을 느꼈고, 그 감정들이 겹겹이 쌓이다가 결국 후반부에서 눈물로서 표출이 되었다. 영화를 다 보고, 리뷰를 찾아보니 나처럼 다 큰 어른들이 울면서 봤다는 후기가 꽤나 많았다. 전 연령층이 보기 좋은 무해한 스토리지만 어린이와 청소년보다 어른들에게 더 추천하고 싶을 정도로 어른을 위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늘 그렇듯 나는 생각한 것을 생각으로만 흘려보내지 않고 영상을 보는 내내 머릿속에서 일어났던 나의 생각들을 실타래 풀듯이 하나씩 글로 풀어보기로 했다.
1. 잊고 있었던 내 안의 다양한 감정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2. 사람이 성숙해짐에 따라 감정에 대한 이해의 폭이 깊어지지만 그와 동시에 감정에 대한 오해와 편견도 함께 새겨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3. 신념이라는 이유로 특정 감정을 억압하고, 스스로를 엄격하게 대했던 적은 없었을까? 신념과 맞지 않은 감정에 대해서는 밀어내려고만 했던 것은 아닐까?
4. ‘나’라는 사람은 다양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인간이며, 다양한 감정 그 자체가 그냥 ‘나’다. 그러니까 특정 감정을 밀어내고, 부정하는 것은 나를 부정하는 것일지도.
5. 라일리의 감정들은 라일리를 보호하기 위해 살아간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감정의 기본적인 목적은 생존 도구'라는 뜻이다. 그러니 각 감정마다 나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과 이유가 있는 셈이다. 이 감정들을 잘 관리하고, 활용해야 '생존하는 삶'을 넘어 '풍요로운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
과거에는 내가 나를 가장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도 나를 모르겠는 그런 상황들을 참 많이 경험하게 되었다. 자신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면 인생의 크고 작은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에서 고민과 고뇌를 하지 않아도 될 것이며, 평탄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평온해 보이는 사람들도,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도 알고 보면 늘 평탄하게만 살아가는 사람들은 없으니, 어쩌면 인생이란 자기 자신을 알아가고 이해하는 과정 그 자체가 아닐까?
그러니 특정 감정을 밀어내거나 부정적인 프레임에 가두기보다 나에게 일어나는 다양한 감정 그 자체를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노력이 한 사람을 성숙하게 만드는 태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내 인생인데 내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 아이러니처럼 내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도 나타나고 사라지는 것을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감정의 등장과 퇴장에 대해서는 내가 선택할 수 없지만 그에 대한 반응과 태도만이 오로지 내가 결정하고 선택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날씨처럼 종잡을 수 없이 변화하는 감정에 대하여 나의 반응과 태도를 스스로 결정하고, 결정에 대한 행동을 반복하는 일이란 조각가가 오랜 시간에 걸쳐 조각상을 빚어내는 과정처럼 나라는 사람과 자아가 형체를 갖추는 과정이 아닐까?
물론 형체를 갖추는 과정에서 우리는 확신과 불신을 거듭하며 자신이라는 조각상을 만들어나갈 것이다. 불신이라는 감정이 들면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었는지 다시 한번 되돌아보고, 확신이라는 감정이 들면 뒤를 돌아보지 말고 그냥 앞만 보고 나아가자.
영화를 봤던 날,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늘이 이뻐서 사진을 찍었는데(물론 매번 맑은 하늘은 아니겠지만) 하루에도 다양하게 변화하는 하늘의 이미지처럼 나 또한 다양한 감정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살아가야겠다고 저녁 하늘을 올려다보며 다시 한번 다짐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