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란 변수에 대하여 항상 일정한 값을 취하는 양이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변화무쌍한 인생 전체가 ‘변수’라고 볼 때, 유일하게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나만의 일상 루틴들이 상수라 할 수도 있겠다. 회사라는 거대한 상수가 없는 삶을 2년 가까이 살아보니, 변수가 가득한 인생을 대체로 불안함이 아닌 즐거움으로 채우기 위해선 작더라도 나만의 상수를 만들고, 잘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주는 6월 중에서도 나에게 가장 ‘변수’가 많았던 한 주였다. 매일 쓰는 일기장만 들여다봐도 변수에 따른 나의 감정 기복이 그대로 느껴졌다. 다채로운 변수에도 불구하고, 나의 상수와 같은 루틴들은 변함이 없었다. 물론 사람은 수학 공식처럼 군더더기 없이 딱 떨어지는 정답과는 다르기 때문에 상수와 변수를 완전히 분리하여 매번 효율적으로 살아가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해 상수가 한없이 작아질 때도 있고, 이럴 거면 상수가 필요할까 싶을 때도 있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고, 경험하면서 내가 터득한 유용한 방식 중 하나는 ‘상수에 변수를 주는 것’이다.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나만의 루틴’이라는 ‘상수’의 자리는 그대로 유지하되, 아주 약간의 변화를 주는 것. 어쩌면 통제할 수 없는 변수에 나만의 상수가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서라도 상수에 변수를 줘야 했을 지도 모른다.
오랫동안 고정된 시간과 공간에서 고정된 행동을 했던 것이 나의 큰 상수였다면 여기서 시간과 공간에 가볍게 변화를 줬다. 새벽 독서를 취침 독서로 즉, 하루의 시작이 아니라 하루의 마무리를 독서로 바꾸어보았고, 저녁 운동을 새벽 운동으로, 업무공간을 실내에서 실외로 업무 방식을 디지털(노트북)에서 아날로그(노트)로 그리고 일주일의 생각을 마무리하는 ‘일상의 생각’을 쓰기 위해 매번 갔던 우리 동네 스타벅스 리저브를 벗어나 새로운 카페를 찾아 나섰다.
이렇게 상수에 변수를 주면 시간, 공간의 변화 사이에서 ‘낙차’가 일어난다. 물론 이 ‘낙차’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때도 있고, 긍정적으로 작용할 때도 있다. 낙차가 부정적으로 작용할 때는 익숙하지 않은 환경 때문에 오히려 집중력이 저하되어 생산성이 떨어지는 경우고, 반대로 낙차가 주는 신선함 덕분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전체적으로 리프레시 되는 경험이 긍정적인 경우다. 이번 주에 내가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낙차들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긍정적인 낙차는 업무 공간과 업무 방식을 일시적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나는 가장 중요한 일들을 집중력이 가장 좋은 오전 시간에 진행하며, 카페나 외부보다는 혼자 조용한 공간에서 일하는 것을 선호한다. 적당히 집중해도 괜찮은 일은 백색 소음을 허용하는 외부 카페에서 진행해도 괜찮지만 고도로 집중해야 하는 일을 할 때는 백색 소음과 적당히 불편한 외부 환경이 거슬릴 정도로 신경이 예민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주에는 가장 집중력이 좋은 오전 시간 내내 백색 소음이 가득한 카페 공간으로 향했고, 노트북 없이 오직 노트와 펜만을 챙겼다. 대부분 중요한 일의 유형은 기획의 시초 그러니까 ‘생각을 뽑아내는 일’이기에 딱히 노트북이 필요하진 않다.
새로운 낙차가 주는 낯선 느낌은 일에 집중하기까지 평소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게 했지만 낭비된 시간이 무색하게 꽤 빠른 시간 안에 중요한 생각들을 뽑아낼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오전 업무를 ‘짧고, 굵게’ 해낼 수 있었다. 물론 이러한 방법도 적응을 해버리면 처음보다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상수에 변수를 주는 일을 매번 시도하진 않는다. 위에서 언급했듯 변수가 상수를 덮어버릴 정도로 날 흔들어 버릴 때, 변수에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상수에 변수를 주면서 내가 먼저 선수를 쳐버리는 것이다. 즉, 인생이라는 거대한 변수가 날 흔들며, ‘네가 통제할 수 있는 건 없어’라는 무력감을 주기 전에 나의 작은 상수에 변화를 주어 ‘나도 스스로 통제하고, 변화를 만들 수 있어!’하고 선수 쳐버리는 것. 이 얼마나 가성비 좋은 심리 치료 방식인가?
상수에 변수를 주는 일이란 사실 거창하고 대단한 일은 아니다. 원래 나만의 상수 자체가 작고 소소한 거니까, 작고 소소하지만 단단하고 확실하기만 하면 된다. 상수란 크기보다 속성이 더 중요한 법이다. 속성을 단단하게 채운 나만의 상수를 확보하면, 인생이라는 거대한 변수 속에서도 온전히 나로 존재하며 살아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