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세인 Jasmine Park Aug 21. 2024

No.6 | 스타트업 CEO에게 번아웃은 숙명일까?



어느 순간부터 나는 무기력해졌고, 마치 절벽 끝에 매달린 듯한 상태였다. 가장 열정적으로 사랑하던 일이었지만, 창업자로서 그 일을 해낼 에너지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번아웃이었다. 

어쩌면 피할 수 없었던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스타트업 창업자들 사이에서 번아웃은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다. 2024년 최신 통계에 따르면, 60% 이상의 창업자들이 심각한 번아웃을 겪고 있으며, 그중 상당수가 정신 건강, 인간관계, 그리고 사업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털어놓았다. 놀랍게도, 약 30%에 달하는 창업자들이 극심한 압박감으로 인해 자신들의 역할에서 물러나는 것을 고려한 적이 있다고 한다.


나 또한 피할 수 없었다.


The Irony of a Wellness Founder

웰니스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창업자로서 나는 매 순간 사람들에게 자기 관리를 우선시하고, 삶의 균형을 찾으며, 마음과 몸을 잘 돌보라고 독려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여정의 한가운데에서 나는 점점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웰니스’를 옹호하던 내가 정작 내 자신을 돌보지 못했던 것이다. 내가 열심히 이야기하던 ‘잘 먹고 잘 사는’ 원칙들은 번아웃의 깊은 수렁 속에서 멀어진 이상에 불과해지고 말았다.


The ‘Do It All’ Mentality

스타트업 초기 단계에서 나도 많은 창업자들처럼 "나는 다 할 수 있다"는 함정에 빠졌다. 나와 내 파트너만큼 이 일을 잘해낼 사람은 없다고 믿었고, (솔직히) 일을 대신해줄 출중한 직원을 뽑을 여력도 없었다. 그 당시에는 이게 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를 오히려 끌어내리는 마인드셋이라는 것을 너무 늦게 알아버렸다. 팀원을 채용하고 업무를 분담하는 것은 나약함의 표시가 아니라, 오히려 사업과 자신을 위한 최고의 투자라는 것을 한참 뒤에야 깨달았다.


Hanging Off a Cliff

돌이켜보면, 나는 절벽 끝에 매달려 있었고, 한 발짝만 더 내디디면 추락할 지경이었다. 번아웃은 내 오래된 ‘친구들’인 불안과 폭식증을 다시 되살아나게 했다. 이 모든 것은 내가 언제, 어떻게 쉬어야 할지 몰랐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경쟁자들에게 뒤처질까 봐, 속도를 늦추는 것이 두려워 모든 경고 신호를 무시한 채 달려왔다. 나는 브레이크 없이 전속력으로 내달렸고, 절벽은 바로 코앞에 다가와 있었다.


번아웃을 잘 다루는 것, 그것이 찐프로의 능력이다.

번아웃은 깊은 열정과 강한 추진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피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어쩌면 숙명일지도.하지만 다른 멘탈 이슈와 마찬가지로, 번아웃도 관리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번아웃을 피해야 할 적이 아닌, 오래된 친구처럼 받아들이고, 함께 춤추듯 다루어야 한다. 번아웃의 증상은 우리 몸과 마음이 보내는 경고 신호이자, 휴식이 필요하다는 간절한 외침이다.  


일이 전부가 아니야  



아무리 사랑하는 일이라도, 나의 건강,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시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열심히 일하다 보면 언젠가는 쉴 시간이 오겠지'라는 생각은 정답이 아닐 수 있다. 시간은 끊임없이 흘러가고, 그 순간에만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나에게 주어진 삶은 단 한 번뿐이며, 일과 무관한 순간들이 때로는 (아니, 거의 항상) 더 소중하기 때문이다.   


떨어지기 전에 브레이크를 밟아야 해   



신호를 일찍 인식하고, 속도를 늦추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몸이나 마음이 무너지고 있다면, 그것은 몸이 보내는 중요한 경고 신호다. 이를 받아들이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롱런을 위한 진짜 비결이다. 잠시 쉬는 것은 나를 뒤처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재충전의 기회다. 휴식 후 복귀할 때, 더 강력한 퍼포먼스를 발휘하고, 더 큰 꿈을 꾸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 돌아온다.  


‘도와줘’  



도움을 청하는 것은 나약함이 아니라 용기와 강인함의 사인이다. 나를 이해해 줄 누군가와의 대화, 상담, 코칭 등 손을 내미는 것은 번아웃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다. 두통이 있을 때 병원을 찾듯, 정신적으로 힘들 때도 도움을 구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Next Step?



번아웃을 인정하고, 마침내 휴식을 결심했다면, 어떻게 진정으로 충분히 쉬었다는 걸 알 수 있을까?


어제 저녁 식사 자리에서 휴식 후 더 멋지게 돌아올 준비가 된 창업자의 완벽한 사례를 보았다. 그녀는 7년 동안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성장시킨 후, 몇 개월간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그녀는 K-뷰티의 LVMH와 같이 여러 브랜드를 자신의 포트폴리오로 관리하는 더 큰 꿈을 공유했다.


이것이 진정한 휴식이 만들어낼 수 있는 결과다. 그녀는 단순히 복귀한 것이 아니라, 더 크고 지속 가능하며 현실적인 목표를 가지고 돌아왔다. 그녀의 열정과 새롭게 찾은 삶의 밸런스의 균형을 맞춘 멋있는 꿈이었다.

번아웃을 겪은 후 더 강하게 돌아오는 것은 모든 창업자가 목표로 삼아야 할 일이다. 수년간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할 충분한 시간을 가졌다는 신호이자, 새로워진 마음가짐과 에너지로 복귀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번아웃은 끝이 아닌 하나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쉼이 필요한 창업자들에게 말하고 싶다, 쉬어도 괜찮다고,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그리고 이게 더 강해질 기회일지도 모른다고. 

작가의 이전글 Issue No. 5 | 먹으면 기분이 조크든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