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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포드 Aug 28. 2024

영국 BBC의 역사와 함께한 스피커들





BBC 스피커들의 서막


1970년대 영국의 BBC 방송국은 스튜디오 안에서 사용할 스피커들을 대량 주문하기 위해 자신들에게 스피커를 납품할 업체들을 모집하기 시작합니다.


이에 로저스, 스펜더, KEF, 하베스를 비롯한 10개가 넘는 스피커 제작사들이 모여들었고 다양한 크기의 스튜디오 공간을 만족시킬 수 있는 여러 가지 규격의 스피커들을 생산 해내기 시작하게 되죠.


각양각색의 제작사들이 모였지만 BBC에서 사용할 스피커를 제작하는 만큼 사운드의 유형과 디자인 그리고 크기를 모두 규격화하며 그 조건에 부합해서 만들어낼 수 있는 제작사에게만 라이선스를 부여하고 LS 3/5, LS 5/9 와 같은 고유한 제품명 또한 라이선스를 가진 곳에서만 사용할 수 있게 했죠


당시만 해도 일반 고객에게는 판매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미적인 부분을 제외하고 실용성에만 몰두한 투박하고 거친 디자인의 스피커들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Rogers LS 3/5A


Spendor BC1





Graham 5/8



방송국에서 대중에게로


하지만 그들은 알았을까요? 이 스피커들이 방송국은 물론 대중들에게도 알려져 무려 약 5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사랑받고 여전히 생산되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요.


특히 가장 작은 사이즈인 3/5A 스피커는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스피커 중 하나로 이름을 올릴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선택을 받은 스피커인 만큼 버전도 상당히 많습니다.



한데 모인 여러 제작사들의 3/5A 규격 형제들



이 스피커가 무엇이 그리 매력적인가 따져보자면 일단 방송국의 목소리 검침용 스피커로 시작되었다 보니 사람의 목소리를 사실적이고 정확하게 들려주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거기에 모니터링 용도에 부합하기 위해 고음, 중음, 저음이 서로를 해치지 않고 밸런스 있게 출력되도록 설계했기 때문에  각 대역 간의 조화가 뛰어나죠.


크기도 일반 가정의 여러 공간에서 쉽게 배치할 수 있을 만큼의 딱 좋은 사이즈입니다.


수십 년을 지나도록 고수되고 있는 디자인은 이제 투박함을 넘어서 헤리티지가 돼버리고 이제 저 모습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느낌까지 듭니다.




3/5A로 음악을 들으면


3/5A에 음악을 켜면 자극적이지 않고 편안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화려하게 청자를 유혹할 마음이 전혀 없고 묵묵히 기본에 충실한 느낌이 마치 정갈하게 차려진 가정식을 먹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같은 맥락으로 질리지 않고 오래 들어도 귀가 쉽게 피로해지지 않죠.


아무래도 컨셉 자체가 70년대의 사운드에 뿌리를 두고 있다 보니 세월이 지나면서 버전업을 하는 과정에도 그 소리의 원류는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따라서 EDM 같은 스피디하고 빵빵 터지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스피커를 추천하기는 힘들겠습니다만, 반대로 3/5A가 탄생했을 무렵의 음악들 혹은 현대에 발매되었지만 여운과 여백을 담아낸 곡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아련한 노스탤지어를  불러오기도 하고 감동을 주기도 하죠.


특히 현악 독주 혹은 4중주처럼 악기의 느낌을 섬세하고 느긋하게 즐기는 사람에게는 이보다 훨씬 비싼 스피커들도 가지고 있지 못한 장점을 가지고 있는 스피커이기도 합니다.






물론 가격이 걸림돌이겠습니다만 스피커라는 물건은 상대적으로 고장이 잘 나지 않고 수십 년도 사용할  있는 물건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그리고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투자 가치가 있는 물건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 봅니다.


곧 느껴질 선선함과 함께 한쪽에 놓인 이 아담한 스피커로 음반을 듣는다면 꽤나 낭만 있지 않을까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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