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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진 Jun 09. 2024

누군가 당신에게 요정가루를 뿌린다면?

블라디미르 쿠쉬 <발견의 일기> 미술감상에세이



어서와 피터팬  


저 태양은 아침부터 눈부시게 빛나 안까지 파고 들어 눈을 비비고 일어나게 했다. 어제 밤 읽던 책이 한 장 한 장 바람타고 자유한 갈매기가 되어 태양의 열정에 질 세라 함께 날아 올랐다. 

‘역시 책 세상에서 나와 바깥세상에서 자유를 찾아야 해’  어제 밤 피터팬이 저 창가에 올라서서 팅커벨과 함께 내게 말했다. 신비의 나라 네버랜드에 가보지 않겠냐고. 나는 늘 네버랜드를 꿈꿨다. 억압과 통제 속에서 “하지 마라”, “이렇게 해라” 귀가 닳도록 들었다. 29살 어느 날 TV를 보는 내게 방바닥이 차니까 카페트 안에 들어가 앉으라는 엄마 말은 창자가 뒤틀리는 듯 한 잔소리가 되어 짜증으로 머리가 흔들렸다. 유난히도 그날 별거 아닌 말이 잔소리로 들렸을 수 도 있다. 그때 난 ‘아, 나갈 때가 왔구나’ . 능력을 키울 때까지는 독립을 할 수 없었던 나는 바깥 세상과 안 세상 안에서 들락거리며 화끈하고 시원하게 박차고 나가지 못하는 상황을 답답해했다.      


팅커벨이 뿌린 요정 가루  


팅커벨이 뿌린 반짝이는 요정가루는 내가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왕성한 활동에 대한 막연하지만 심장이 뛰는 설레임 같은 것 이였다. 부모에게서 벗어나면 할 수 있는 것이 더 많고 일일이 허락을 받지 않고도 내 판단과 결정으로 온전한 독립과 책임을 갖는다는 것에 기대감이 컸다. 저기 보라, 침대보가 들썩들썩하다가 집을 나가고 있다! 이글이글한 태양과 몰고 갈 바람이 침대보를 불러댔다~ “나와!“ 


운전을 시작한 이후로는 남편 의존도가 확 줄었다. 이제나 저제나 남편이 와야 뭘 해도 했으니까. 정확히 말하면 의존도가 제로 상태가 된 것이다. 고등학교 야자시간에 잠시 딴 생각에 잠기게 되면 화려한 라스베가스에서 차를 타고 종횡무진하는 나를 상상해보곤 했었다. 난 과잉사랑을 받다보니 깨질까 신문으로 싸고  뽁뽁이로 또 싸고, 보자기로 여러 차례 휘감아 내고도 밖으로 가지고 나가지 못하게 된 유리그릇 같았다. 딴 면허가 무용지물이였다. 16년도에 첫 운전대를 잡았을 때 태양이 부르고 바람이 불러 스르륵 빠져나가는 저 침대보마냥 즐거워했다. 묶은 체증이 다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초보는 이리저리 악셀을 밟고 핸들을 꽉 쥐어잡고 

마트, 친정집, 유원지를  종횡 무진했다. 얼마나 힘을 줬으면 손이 저렸을까 , 하지만 요정가루가 뿌려진 듯 두려움은 온데 간데 없었다. 못해본 것 해보고, 안해본 것 해보는 그 맛, 그 맛집으로의 여정이 네버랜드다.      


후크선장도 만나고 


자유는 아직도 갈망한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은 타고나는 것일까 

자리가 바뀌고 역할이 바뀌어도 내 안에 불덩이는 늘 활활거린다. 책을 읽다보면 어느 순간 차를 끌고 한강에 가고 싶다. 진득하게 앉아서 혹은 누워서 책을 읽다보면 어느 새 내 마음이 바깥에 가있다. 누구에게 이 문구를 전할까, 이 이야기를 전해주면 좋을 사람을 찾아내는 검색창이 작동한다. 

바깥에서 부대끼다보면 힘들게 되는 일들도 무수히 발생한다. 후크선장도 만나고, 파도도 만나고 악어도 만나고, 몸이 묶이는 불상사도 겪는다. 그러면서 날 성장시킨다. 집에만 있으면 성장할 수 없다. 사람을 통해, 세상을 통해, 건드려본 선인장 가시를 통해 깨닫고 배우는 바가 크다. 난 누구에게나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나가세요 후크선장을 만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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