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소현 May 28. 2024

호인과 호구 그리고 의사소통의 효율성

 언젠가 유튜브에서 이런 콘텐츠를 본 기억이 난다. 

 주변에 늘 친절히 대하면 손해 보고 사는 것 같아 억울한가. 남에게 강하게, 직설적으로 원하는 바를 요구해야 비로소 일이 해결되는 것 같고 대우받는 것처럼 느껴지는가. 그것은 단면만 보는 것이다. 사람들은 감정에 취약하여 의외로 메시지의 내용보다 그 분위기와 환경 등에 더 영향을 받는다. 강하고 직설적으로 요구한 메시지에 사람들이 더 빠르게 반응할 수는 있다. 빨리 해결해주고 끝내려고. 하지만 강하고 직설적인 메시지를 주로 사용하는 사람에게 주변 사람들은 굳이 그가 요청하지 않은 호의를 먼저 베풀진 않는다. 딱 그가 요청한 내용만 들어줄 뿐이다.


 직설적으로 말할 줄 몰라 살면서 손해 보는 듯한 느낌을 꽤 자주 받았던 사람. 나도 그렇다. 어릴 때는 별로 거칠 것 없이 말하던 습관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20대 중후반이 지나며 사회의 물이 조금씩 들면서 불편한 내용일수록 돌려 말하는 습관이 들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오히려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이 어렵게 되었다. 일터에서는 조금 더 직설적인 화법을 유지하는 것이 효율적인 의사소통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도 드는데 고치기가 쉽진 않다. 


 언젠가 인사발령을 받고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다가 시간이 조금 지나고 알게된 사실이 있다. 전임지에서 함께 지냈던 몇몇 분들이 발령공문을 보고 현임지의 지인들에게 각각 나를 잘 부탁한다는 내용의 인사를 전해준 것이다. 물론 나는 발령 공문을 본 후 인수인계에 정신이 없었고 그 분들께 따로 부탁한 일이 없었다. 예상치 못한 선물에 뒤늦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지만 충분치 않은 마음이 든다. 업무부터 사회성까지 아직도 많이 부족한 나에게 마음써주는 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늘 손해보는 인생은 아니다.


 어느 퇴근길에 의사소통의 효율성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다. 효율성은 투입 대비 산출물이다. 주어진 일을 적은 자원으로 신속하게, 잘 해내는 것(Do things right)이다. 사람들은 한정된 에너지를 가지고 있으니 적은 자원으로 효율적으로 소통을 끝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때로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많은 경우 사람들은 자기가 듣고 싶은 대로 듣고 보고 싶은 대로 보는 경향이 있지 않은가. 정보의 취득시 정확한 취득을 방해하는 저항값이 누구에게나 발생한다. 메시지가 발화자의 의도와 아주 딱 떨어지게 청자에게 전달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이 있던가. 많은 경우 핵심 설명에 대한 부가 설명이 필요하고 이 때 서로의 에너지가 예상보다 더 쓰이다 보니 감정문제가 발생하기도 하는 것 같다. 그 잠깐의 에너지를 아끼다가 의사소통의 결과가 결국 산으로 가기도 한다. 원래 정확한 의사소통을 하려다 보면 감정적으로도 피곤할 수 있는 것이려니 하면서 불편한 감정을 적당히 숨기고 둥글게 소통할 줄 아는 감각을 더 익혀보려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속도가 너무 더뎌지지 않도록 중심을 잡을 필요는 항상 있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솔직함의 무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