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신체와 정신은 하나로 연결돼 있다고 한다. 몸과 마음이 함께 힘들 때 멘탈 케어는 피지컬로 해야 한다는 말도 익숙하게 들리곤 한다. 사실 지금도 과도기인 듯한데 돌이켜보니 내가 잔병을 자주 치를 시기에는 누적된 스트레스를 제대로 풀지 못한 경우가 많았고 반대로 어느 평일 아침에 갑작스러운 편두통이 발생할 때에는 그 통증 자체가 예민함을 증폭시키기도 했다. 사람이 길 위에서 한 발짝씩 굴려보는 외발자전거라면 한 쪽 페달은 신체이고 다른 한 쪽 페달은 정신이다. 어느 한 쪽 페달이든 나사가 빠지기 시작하면 외발자전거는 일정 시간 비틀거리며 가다가 어느 순간 넘어진다. 당연히 둘 중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 것이 없다.
최근 몇 달은 내 두 페달이 하나씩 번갈아가며 삐걱거려 운동으로 고쳐보길 시도했었는데 처음엔 조금 고쳐지더니 또 말썽이다. 그래서 이번엔 단순 창작활동으로 다시 한 번 고장난 페달을 고쳐보고 있는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아직은 모르겠다.
오늘 오후에는 학교 전체 친목회 활동으로 모락산 사인암에 다녀왔다. 단순한 산책 정도로 생각했다가 큰코다쳤다. 왕복 약 한시간 20분정도의 코스였는데 사인암에 도착해서 내려다보이는 평촌 시내 경관은 아주 볼 만했다. 내려오는 길은 확실히 가뿐했고 운동 후의 보리밥 정식도 아주 맛있었다. 오랜만에 잠도 푹 잘 수 있을 것 같다. 역시 약간의 고생 후에 얻은 보상은 달콤하다.
사실 왕복 약 한시간 반에 불과했지만 생각보다 가파른 산행길은 등산 생 초보인 내게 쉽지 않았다. 올라가는 동안에는 ‘내려올 때 엄청 상쾌할 거야’ 또는 ‘내려가서 먹을 보리밥이 아주 꿀맛일 거야’ 등의 보상거리가 전혀 내 다리를 움직이는 동력이 되지 못했다. 그저 피로함을 느끼는 것이 전부였고 한발짝 앞만 보며 생각없이 올라갔다. 목표점(이것도 최종은 아니다 중간 목표점)을 찍고 나서야 위의 소소한 보상거리가 비로소 떠오르며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실제로 받은 그것들은 바로 직전에 겪은 수고를 별 것 아니라고까지 느껴지게 했다. 삶에서 어느 일정 구간을 지날 때까지는 앞에 뭐가 있는지도 잘 모르고 그저 눈앞만 보며 헐레벌떡 달리다가 그 구간을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전체를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 오는 것 같다. 그런 경험이 하나둘씩 굳어지면 삶의 내성(耐性, 어려움에 견디는 성질)이 생긴다고들 하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