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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어오른다 Jun 12. 2024

오빠 생각

최순애 글, 김동성 그림. 파랑새


뜸북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뻐꾹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 때

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며

비단 구두 사 가지고

오신다더니

기럭기럭 기러기

북에서 오고

귀뚤귀뚤 귀뚜라미

슬피 울건만

서울 가신 오빠는 

소식도 없고

나뭇잎만 우수수

떨어집니다. 






글을 읽고 있으면 노래로 흥얼거리게 되는,

책의 내용은 (요즘 아이들이 아니고서는) 대부분 알고 있을 동시 '오빠 생각'이다.

책의 표지에는 바위 위에 앉아 먼 곳을 바라보는 한 여자아이가 있는데

가만히 응시하고 있는 모습과 '오빠 생각'이라는 제목에서 잔잔한 그리움이 묻어 나온다. 

동양화적인 색감과 수채화 풍의 그림이 예뻐서 눈길이 가는 책이다. 

어린 여동생에게 예쁜 댕기를 사서 돌아오겠다고 떠난 오빠가 내내 소식이 없었으니

그 당시에 가족들이 모두 얼마나 애태우며 오빠를 기다렸을까.

이 동시는 최순애 선생님의 실제 이야기라고 한다.

일제 강점기에 소년 운동과 문예 운동가로 일본의 주요 감시 대상이었던 오빠의 이름은 최영주다.

숨어지내야 했기 때문에 고향에도 간간이 들를 수밖에 없었고 그때 여동생은 오빠를 보기 어려웠다고 회상한다.

생전 오빠는 월간 수필 잡지의 편집과 발행인으로 명성을 얻었지만 폐결핵으로 일찍 고인이 되었다.

'오빠 생각'은 1925년 <어린이> 잡지에 동요 입선작으로 뽑히면서 알려졌고 그로부터 5년 후에 작곡가 박태준에 의해 노래로 만들어지면서 국민 동요가 되었다.

12살의 어린 최순애는 어떻게 이런 그리움이 가득하면서도 예쁜 동요를 지을 수 있었을까. 

안타깝게도 해방 이후에 꾸준히 써왔던 동시 원고를 잃어버려 지금 세상에 남겨진 동시는 열 편이라고 한다. 

현재 출판된 책이 있는지 찾아봤지만 동명이인의 다른 분 외에 검색되는 책이 없다. 

(사)고향의봄 기념사업회에서 발간한 미발표 산문집이 있는데 아쉽지만 오래전이라 절판된 듯하다.

고향의 봄 기념사업회는 이원수 문학관에서 운영 중이고, 이원수는 최순애 선생님의 남편이며 아동문학가이다.

일제 말기에 친일 시를 썼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도 컸던 인물이다.

홈페이지에는 이 부분을 상세히 밝히고 있어 궁금한 분들은 읽어봐도 좋을 듯하다. 더불어 최순애 선생님이 쓰신 동시들도 있으니 같이 보면 좋겠다.








그림이 참 예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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