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의 리듬, 생명의 탄생, 흔들리는 삶..
우리가 보는 별빛은 수천, 수만, 수백만 년 전의 과거다.
그 빛은 이미 사라진 별의 흔적이거나, 아직 존재조차 확인되지 않은 미래에의 신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안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고, 그럼에도 우리 인간의 직관은 여전히 그 빛을 현재로 받아들인다.
우주가 움직이고 진동하고 춤을 추듯이, 우리의 시간 또한 그렇게 흐르고 뒤틀린 시공간에 따라 흔들린다.
우주가 정지해 있지 않듯, 우리의 삶도 결코 멈춰 있지 않다. 보이지 않는 힘들이 우리를 밀어내고, 끌어당기고, 흔들며 새로운 궤도를 만들어 간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끝없는 어둠 속에 희미한 띠로 보이는 은하수는 고요히 정지해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그 고요함은 착각이다. 우리 은하, Milky Way Galaxy는 초속 약 600km, 즉 1초 만에 서울에서 부산을 거의 왕복할 수 있을 만큼 빠른 속도로 우주 공간을 가로지르고 있다. (= 시속 216만 km, 광속의 약 0.2%)
이렇게 무지막지한 속도로 이동하는 와중에, 우리 은하 안에 있는 태양계는 또한 그 은하의 중심을 초속 250km 정도의 속도로 공전하고 있고, 그 태양계 안에 있는 우리 지구는 태양을 중심으로 약 초속 30km의 속도로 공전하고 있다.. 이 끝없이 이어져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속도로 이어지는 일련의 움직임, 파동의 흐름이 상상이 되는가?
그뿐 아니라 이 거대한 은하의 원반은 완벽히 평평하지 않다. 은하의 끝자락은 중력과 에너지의 파동 속에서 파도처럼 위아래로 출렁이며 진동한다. 마치 거대한 생명체가 숨을 쉬듯, 우주는 그 자체로 살아 움직이고 있다. 우리가 밤하늘을 바라볼 때 보이는 반짝이며 흔들리는 은하의 빛들은 지구 대기를 통과하며 대기의 밀도에 따라 우리 눈에 그렇게 보이는 것이지만, 실은 실제로도 우주 속을 유영하며 춤추고 있는 살아있는 존재와 같다 할 수 있겠다. 마치 빛의 바닷속에서 호흡하는 거대한 생명체랄까.
과학자들은 말한다. 이런 움직임은 과거 작은 은하들과의 중력의 상호작용, 끌어당기는 암흑물질(Dark Matter)의 흐름, 튕겨내려는 암흑에너지(Dark Energy), 그리고 중심부 질량의 미세한 불균형이 만들어낸 우주의 거대한 진동이라고. 즉, 은하는 굳어있는 단단한 구조물이 아니라 중력과 에너지의 파동 속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는 존재다.
이러한 모든 것이 우리 은하를 끊임없이 흔들고, 우리는 그 진동의 일부로서 존재한다. 그러니 어쩌면 우리가 지금 느끼는 불안, 설렘, 사랑, 고독, 그 모든 내면의 파동들은 은하의 리듬과 함께 진동하는 우주적 공명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생명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그것을 정의하려 할 때마다, 언제나 빠지지 않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움직임‘.
움직임은 생명의 증거이자 조건이다.
심장이 뛴다는 것은 피가 흐른다는 뜻이고, 피가 흐른다는 것은 생명이 아직 꺼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식물도, 별도, 은하도 모두 각자의 리듬으로 진동한다.
지구에서 생명이 처음 ‘움직이기’ 시작한 것도 우연이 아니었다. 초기의 생명체들은 목적이 없었다. 구조는 단순하기 그지없었고 기관은 발달하지 못한 채 단지 랜덤하게 이리저리 흔들리며 떠다녔다.
하지만 그 움직임 속에서도 서서히 변화의 서막이 올랐다. 우연히 접한 상태에서 먹이가 많은 곳에서는 천천히, 먹이가 없는 곳에서는 더 빠르게 이동하는 존재들이 생존율을 높일 수 있었다. 그리고 확률적 적자생존의 법칙에 따른 그 단순한 메커니즘이 결국 감각과 인식, 그리고 의식의 씨앗이 되었다.
드디어 ‘눈(eye)’이 생기고, 대상을 ‘본다(see)’는 능력이 생겼을 때, 생명은 처음으로 방향성을 갖게 되었다. 우주는 그때부터 ‘목적을 향해 움직이는 존재’를 품게 된 것이다. 빛은 단지 생명을 유지시키는 에너지가 아니라, 존재를 자각하게 하는 신호였다. 눈이 열린다는 것은 단순히 세상을 본다는 뜻이 아니라, ‘나’를 인식하기 시작한다는 의미이다. 한낱 먹잇감을 찾아 움직이던 생명들이 ‘빛’을 인식하게 됨으로써 그들은 단순한 생존을 넘어 사유의 존재가 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 은하의 끊임없는 파동, 그 거대한 출렁임 역시 단순한 우연일까? 혹시 우주가 스스로의 생명을 확인하는 호흡은 아닐까? 우주도, 생명도, 그리고 우리 인간도 결국은 모두 같은 리듬을 공유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의 심장이 뛰는 속도와, 은하의 중심이 진동하는 주기는 다르겠지만, 그 근원에는 동일한 ‘존재의 떨림’이 흐르고 있다.
우주는 결코 고요하지 않다.
그 속에서 우리는 태어나고, 흔들리고, 서로의 궤도를 교차하며 ‘삶’이란 이름의 파동을 만들어낸다. 밤하늘을 바라볼 때, 그 은하의 출렁임 속에는 어쩌면 우리의 기원이 담겨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별의 먼지로 인해 만들어진 존재이기에, 은하의 움직임은 곧 우리의 움직임이다. 그 거대한 호흡 속에서 우리는 느끼고, 사랑하고, 아파하며 그렇게 하루하루의 인생을 살아간다.
생명이란 결국, 멈추지 않는 ‘움직임’의 다른 이름이다.
그리고 그 움직임은 우주가 우리를 통해 스스로를 바라보는 방식이다. 우주는 살아 있다. 그 진동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춤추고 있다. 별빛은 단지 빛이 아니라, 우주가 우리에게 보내는 숨결이다. 은하는 숨 쉬듯 진동하고, 별은 태어나고 죽으며, 시간은 끝없이 흘러간다.
우리의 망막에 부딪히는 그 빛은 어쩌면 수억 년 전의 우주가 지금 이 순간, 자기 존재의 흔적을 확인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인간은 우주의 거울이 될 수 있을까?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존재하는가.”
“우리는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가.”
우주는 이제, 눈을 떴다.
우리는 빛을 본 존재이자,
빛으로 이루어진 존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