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언어영역] '인간을 위한 디자인'을 읽었습니다.
#인간을 위한 디자인 (2016.03~)
-디자인 읽기: #빅터 파파넥 (Victor Papanek)
-디자인 쓰기
이렇게 오랫동안 이렇게 여러번 읽었던 책이 있었던가. 2016년 홍익대 세종캠퍼스에서 강의를 시작했다.생애 첫번째 수업을 위해 기차를 타고 조치원으로 내려가던 그 새벽을, 그 떨림을 아직도 기억한다. 내가 맡은 과목은 '디자인(1)'이라는 수업이었고, 1학년(?) 학생들에게 디자인의 기초를 가르치는 수업이었다. 디자인이라는 포괄적이고 복잡한 개념을 어떻게 하면 잘 알려줄 수 있을지 고민한 끝에 선택한 '인간을 위한 디자인'. 디자인을 이제 막 공부하기 시작한 학생들이 디자인을 예쁘게 꾸미고, 스타일링하는 정도의 수준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원치않았다. 디자이너이지만, 건축과 인류학을 함께 공부한 영향인지 디자인의 막강한 힘을 중시하고, 그 힘에 맞는 넓고 깊은 시야와 능력을 길러야함을 강조한 빅터 파파넥이 가지고 있는 디자인 개념과 사고방식을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다.
2016년부터 2024년이 된 지금까지 1학년 수업에서는 한 학기 내내 강조하는 것은 디자인은 '문제해결'이라는 개념이다. 인간이 아침에 눈을 떠서 다시 잠자리에 들기까지 겪게되는 수없는 상황과 선택의 순간 속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그 문제를 새롭게 정의하고, 인간에 대한 근거있는 이해를 가지고 나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가는 것. 내가 제시한 해결책으로 인해 어제보다 먼지만큼이라도 더 의미있는 질서가 만들어지는 것. 그 작은 의미있는 질서들이 쌓이고 쌓일 때 결국 인간의 삶과 세상은 발전하고 더 나은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빅터 파파넥은 형태와 기능만으로 정의되던 디자인을 '기능복합체(Function Complex)'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방법(Method), 용도(Use), 필요성(Need), 텔레시스(Telesis), 연상(Association), 미학(Aesthetics)과 같은 다양한 측면이 고려되었을 때만이 인간이 가진 다양한 문제를 가장 간결하게 해결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또한 로버트 린드너 박사가「반항에 대한 처방(Prescription for Rebelion)」에서 소개하고 있는 '한계의 삼각형(Triad of Limitations)'을 디자인 행위의 사회적 가치를 세우기 위한 최우선적 필터로 제시하며 인간의 목표는 한계의 삼각형을 뚫고, 3가지의 기본적인 한계를 극복하여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결국 빅터 파파넥이 이 책을 통하여 어필하고자 했던 것은 시대를 불문한 인간과 관련된 본질적 기준을 중심으로 디자인의 사회적 가치와 막강한 힘을 강조하고자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산업혁명을 통하여 시작된 디자인이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어떻게 발전해왔고, 미국 역사상 가장 큰 불경기였던 미국 경제대공항(Great Depression)을 거쳐 1970,80년대 빈익빈부익부현상에 이르기까지의 어떻게, 누구에게 영향을 미쳐왔는지를 정리하며, 디자인은 결코 시대와 동떨어진 가벼운 시각적 즐거움이 아닌, 인간의 삶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 문제해결의 핵심수단이자 방법임을 증명하고자 한 것이다.
여러번 강조하지만, 나는 고전의 힘을 믿는다. 앞으로 디자인을 가르치는 한, 수업을 불문하고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디자인이 가진 힘과 진짜 가치를 계속 강조하고 가르칠 예정이다. 세계 인정하는 공통된 '디자인' 정의가 존재하지않고, 수치적으로 디자인의 가치를 설득력있게 증명할 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기에, 디자인이 가진 막강한 힘에 비해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디자인의 가치를 키워가기 위해서는 결국 디자이너 스스로가 그 가치를 증명해갈 수 밖에 없다. 디자이너가 디자인의 가치와 중요성을 깨달아갈 수 있도록 더 공부하고 더 가르치고싶다. 이 한가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밑거름으로 이만한 책이 또 있을지 의문이든다. 오랫동안 보고 읽고 있지만 해가 갈수록 더 가치를 느끼게해주는 고마운 책.
-디자인 듣기
/p.10 디자인은 혁신적이어야 하고, 고도로 창조적이어야 하며, 인간의 진정한 요구에 반응하는 다학제적인 도구여야 한다.
/p.11 나는 늘 사회적인 맥락 안에서 디자인을 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견해를 보여주려고 애써왔다.
/p.15 디자인은 젊은이들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참여하는 한 방식이 될 수 있고 또한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
/p.27 디자인은 의미 있는 질서를 만들어 내려는 의식적이고 직관적인 노력이다.
/p.29 항상 무수한 해답을 제시하고 거기에는 다만 '조금 더 옳거나' 혹은 '조금 더 그른' 해답이 있을 뿐이다. 모든 디자인 해결책의 '타당성(rightness)'은 우리가 그 배열에 부여하는 의미에 달려 있는 것이다.
/p.42 디자인의 목적지향적 내용은 반드시 그것을 낳은 시대와 상황을 반영해야만 하며, 그러한 개념이 운용되는 일반적인 인간 사회 경제의 질서와 부합되어야 한다.
/p.53 사물의 단순성에서 유추되는 특수한 만족감은 '간결함(elegance)'이라 불릴 수 있을 것이다. 간결한 해결책이라고 했을 때 우리는 의식적인 노력으로 복잡한 것을 간결하여 환원시킨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이다.
/p.57 산업디자이너는 여러 분야에 있는 사람들 간의 소통을 위해 팀에서 통합조정자(synthesist)라는 포지션을 맡는다.
/p.74 모든 것이 가능해졌고 모든 제한이 사라졌을 때 디자인과 미술은 '새로움을 위한 새로움'만이 유일한 기준이 될 때까지 새로움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로 변질되고 말았다.
/p.93 디자이너 계획자는 우리의 거의 모든 제품과 도구, 그리고 우리의 환경적 잘못에 책임이 있다.
/p.104 모든 소수들을 함께 합해보고 또 이러한 모든 '특별한' 필요들을 아울러 보면, 우리는 결국 대다수를 위해 디자인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p.108-109 만약 디자이너가 (모든 인간의 도구와 환경에 영향을 미쳐) 대량생산을 토대로 살인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한 힘이 있다고 인정한다면 우리는 또한 이것에는 막대한 도덕적, 사회적 책임감이 부과된다는 것도 인정하게 된다.
/p.153 좀 더 직접적으로 사람들을 위해 일하기 위해서는 디자인 분야 전체가 디자이너의 변호자(advocate)로서의 역할을 강조해야 한다.
/p.199 디자이너가 작업을 할 때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능력은 문제들을 인식하고, 명확히 하고, 정의하고, 또한 해결해내는 능력들이다.
/p.238 가장 창의적이고 이상적인 디자인 환경이란 ... (중략) 여러 장애물과 습관들이 작동하지 않는 영역에서 작업을 하는 것을 의미하며 또한 실험 실패를 허용하는 분위기가 주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실용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기본 원리들을 충실하게 가르치고 탐구할 수 있어야 한다.
/p.238 '형식이 지배'하는 시대에서 '내용으로의 복귀'는 오랫동안 미뤄져 왔다.
/p.241 디자인상의 어떤 문제에 대한 이상적인 해결방안은 '최소한으로 최대를' 이루어 내는 것. 또는 조지 K. 지프(George K. Zipf)의 간결한 문구를 인용하자면, '최소 노력의 원리(principle-of-least-effort)'를 이용하는 것이다.
/p.348 오늘의 절실한 필요성이 내일의 불확실한 편의에 의해 경시되어서는 안 된다.
/p.357 디자인 학교에 있어서 중요한 문제점은 그들이 디자인을 가르치는 데 몰두하지만 그 디자인이 실제로 행해지는 생태학적,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환경에 대한 교육에 대해서는 소홀하다는 것이다.
/p.361 건전한 디자인 사상은 생상된 제품(혹은 도구나 이송수단, 빌딩, 아니면 도시 전체에 이르기까지)을 인간과 그 환경 간의 의미있는 연결로 이루어진 산물로 바라본다.
/p.372 디자인 계획이라는 목표를 가진 팀이라면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뿐만 아니라 해결에 필요한 문제들을 찾아내고 구분해 내고 명확히 해야할 것이다.
_
#victorpapanek #디자인고전 #책서평 #미진사 #옮긴이_현용순조재경 #독서그램 #독서리뷰 #책리뷰 #감사 #은혜 #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