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권을 구매하니 주인 아저씨가 건초 더미가 든 종이봉투와 당근 조각이 담긴 컵을 건네주었다. 종이봉투에 그려진 뭉게구름 같은 양이 아기자기해서 좋았다. 건초는 양과 염소에게 줄 수 있고, 울타리 앞에서 봉지를 들고 있으면 양과 염소가 건초를 덩어리째 입으로 집어 간다고 했다. 그리고 당근은 뒤편에 있는 토끼에게도 줄 수 있다고 했다. 토끼는 당근을 그렇게 많이 먹지 않으니 양과 염소에게 당근을 약간 주고 토끼에게도 나눠주라는 설명을 받았다.
친절한 설명을 받은 후, 안내받은 대로 양들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요즈음 목장에 자주 방문하면서 이렇게 초원이 펼쳐져 있는 풍경을 많이 보고는 있지만, 신기하게도 보면 볼수록 이 풍경이 귀한 풍경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이 조용히 숨쉬는 평온한 공간, 그 가치를 조금씩 조금씩 더 잘 알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목장 가운데에 있는 나무와 주변 풍경을 찍으니 평화로움이 사진 속에 고스란히 담겼다. 목장 한편에서는 포크레인으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과연, 관광 목장으로서 더 많은 사람들을 불러오려면 지속적인 시설 개선은 필수적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해서 시설을 확충해서 관광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높이려는 노력을 느낄 수 있었다.
조금 더 걸으니 울타리로 둘러싸인 넓은 공간 안에 양들과 염소들이 있었다. 가까이 가니 염소 서너 마리는 낌새를 알아채고 울타리 근처로 와서 머리를 내밀었다. 팔을 걷어붙이고 건초를 내어 주자 뿔이 큰 염소와 다른 양 한 마리가 봉투에 머리를 넣고 우물거리기 시작하더니, 양이 건초더미를 아주 크게 한 움큼 물어 갔다. 봉지에 들어 있던 건초를 반 넘게 가져갔으니 그 양은 아주 횡재한 셈이었다. 남은 건초는 서너 마리의 양들이 나눠 먹었다.
당근도 몇 개 줘 보기로 했다. 길게 썬 당근 조각 하나를 들고 염소의 입가에 가져가니 오도독오도독 소리를 내며 잘 먹었다. 양들보다 염소가 냄새를 잘 맡는 건지, 아니면 단순히 성격이 더 적극적인지 당근을 들었다 하면 염소들이 재빠르게 달려왔다. 양들에게도 당근을 좀 주고 싶었는데 막상 양의 입가에 당근을 가져가도 양들은 별로 관심이 없어 보였고 염소들이 아주 절실하게 당근을 탐하는 바람에 결국 당근은 거의 다 염소가 먹었다.
뒤쪽 동물 우리로 가니 오리와 닭, 토끼를 볼 수 있었다. 오리들이 놀 수 있도록 우리 안에는 물바가지가 있었고 청둥오리처럼 보이는 오리가 이따금 그곳에 들어가 물장구를 치곤 했다. 재미있는 점은 그 우리 안에 참새 몇 마리가 함께 있었다는 것이다. 바닥에 뿌려진 모이나 바가지 안의 물을 먹으러 온 참새들이었는데, 외부인(?)인데도 자연스럽게 우리 안에 녹아들어서 다른 새들과 함께하는 모습이 은근히 재미있었다.
아까 염소에게 주고 남은 당근을 철창 너머 토끼에게 건넸고, 큰 토끼 두 마리와 작은 토끼 한 마리가 와서 당근을 먹었다. 작은 토끼는 큰 놈 둘 사이에 끼어서 당근을 잘 먹지 못했다. 어쩌다가 당근을 입에 물어도 입이 작아서 조금씩만 뜯어 먹었다. 작은 토끼한테 당근을 더 주고 싶었는데 큰 토끼들만 덥석덥석 먹는 바람에, 나중에는 한쪽에서 당근으로 큰 토끼를 유인하고 그 사이에 작은 토끼에게 주는 방식으로 작은 토끼가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했다.
토끼에게 당근을 주고 나서 길을 따라 걸으니 소나무에 걸린 그네가 보였다. 두 그루에 그네가 하나씩 걸려 있었는데, 하나는 두꺼운 줄기에 걸려 있었던 반면 다른 하나는 비교적 얇은 줄기에 매달려 있어서 몸을 크게 흔들면 나무도 같이 속절없이 흔들렸다. 양과 염소, 토끼를 만나고 나무 그네에 앉아 풍경과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니 고요한 충만감이 차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