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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노동자를 다룬 영화 《역행인생》

by 조그만객석

영화 역행인생(逆行人生)은 서쟁(徐峥)이 감독이면서 각본에도 참여하였고 주연이기도 한 영화다. 서쟁은 영화감독 겸 배우로 이미 유명한 사람이다. 아마 한국에서는 는 약신이 아니다(我不是药神) 영화가 알려진 편일 것이다.


영화의 주요 내용은 프로그래머 가오즈레이(高志垒)가 해고당하고 배달원으로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다. 사무실에서만 근무하던 주인공의 시점으로 육체노동을 하면서 서비스직이기도 한 배달 노동자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보여준다.


영화 자체는 전형적인 기승전결을 갖추고 있다. 직장에서 해고당하고 새로운 분야에서 일을 시작했지만 적응하지 못하고 오히려 마이너스만 생기는 상황을 겪다가 주변 사람들과 도움을 주고받으며 성장해나가고 나중에는 배달왕이 된다. 상업영화이기에 선택한 줄거리의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하락 후의 상승, V자 형으로 진행되는 상황이 해피엔딩임을 예상할 수 있었다. 주인공의 가족들은 낡은 집으로 이사를 갔고, 아이는 공립학교를 다니게 되었지만, 주인공은 배달왕이 되었고 가족들과의 갈등이 해소되었으니 해피엔딩인 것이다.



영화 역행인생 포스터

영화를 보면서 조금 놀랐던 지점은 배달원 어플에서 웃는 얼굴 등록을 실패하면 특정 기간동안 일을 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영화적으로는 배달원의 서비스직적 특성을 극대화시켜 보여주면서 등록 실패한 주인공의 위기 상황을 보여주는 요소였지만, 내게는 '웃지 않으면 일을 할 수도 없다'는 것 자체가 주는 충격이 컸다. 영화를 보기 전 이 포스터를 봤을 때는 인물들의 웃음이 '일은 힘들어도 긍정적인 사람들'로 보였다면, 영화를 보고난 뒤 이 포스터를 봤을 때는 '웃어야만 하는 사람들'로 보였다.


영화에서 자주 다뤄지는 문제는 안전문제였다. 처음 배달스쿠터를 몰면서 미숙한 운전으로 인한 사고도 있었지만, 시간의 압박으로 인해 발생하는 교통사고도 꽤 많았다. 한 두번이 아니라 자주 등장했었고, 주인공이 배달왕으로 상을 받으면서 수상 소감을 말할 때도 안전운전을 말했으니 영화에서 가장 중요시한 문제가 아니었나 싶다.



영화 역행인생 스틸컷

왜 주인공을 몰락한 중산층으로 설정했을까? 중산층에게도 힘든 중국의 경제상황을 드러내는 요소라는 의견도 있지만, 내가 봤을 때는 중산층으로 설정하면서 부가적으로 따라온 효과인 것 같다. 거시적인 경제상황은 그다지 영화의 중심소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역할은 주인공이 겪는 삶의 격차를 또렷하게 보여주는 것 같다. 사무실에 앉아서 일하고, 시간에 쫓기며 월급이 까일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고,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좋은 평가를 받지 않아도 되는 직업에서 정반대의 상황이 되었으니 주인공이 겪는 어려움이 더 커다랗게 보이니 말이다. 이런 대비가 영화를 더 재밌게 만드는 요소라고 본다.


다른 한편으로는 주인공이 육체노동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이어야 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육체노동을 경험해봤거나 더 힘든 일을 해본 사람이었다면 열악한 근무환경이 그다지 효과적으로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 현실에서는 배달 노동자의 80% 이상이 농촌출신이라고 하지만, 진짜 농촌출신의 주인공을 내세웠다면 주인공이 겪는 격차에서 오는 어려움이 제대로 표현되기 어려웠을 수도 있을 것이다. 영화는 현실을 반영하지만 허구의 이야기이기도 하므로 100%의 현실일 수는 없다.


그리고 중산층이기 때문에 중국의 호구(戶口)제도를 영화에서 다룰 필요가 없어졌다. 호구제도는 도시로의 과도한 이주를 막기 위해 호구를 가진 지역에서 거주하도록 하는 중국의 규제 제도다. 농촌출신이라면 대부분 도시호구가 없단 뜻이고, 도시에서 돈을 많이 벌더라도 집을 살 수 없고, 병원을 가거나 교육을 받는 것, 심지어 취업에서도 제약이 생긴다는 뜻이다. 주인공인 가오즈레이에게는 호구문제는 없어보이고, 영화에서도 다루지 않는다. 그러니 영화는 배달노동자라는 점에만 집중할 수 있다.



영화 역행인생 스틸컷

역행인생 영화는 배달노동자의 시간압박, 안전문제, 손해를 배달원이 책임져야 하는 문제 등 플랫폼 노동자가 겪는 어려움을 보여준 작품이다. 한편으로는 배달원과 소비자 간에 발생하는 갈등만 보여줄 뿐 이런 구조를 만들어낸 플랫폼 자체의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는 불만도 많았다. 주인공이 중산층이라는 점도 중국 관객들에게는 좋지 못한 평가를 받는 요소였다.


영화의 평가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나는 기대한 만큼의 재미, 소재를 잘 살린 내용이란 점에서 재미있게 봤다. 어쩌면 내가 중국의 배달노동자가 아니라서 현실을 잘 모르기에 좋게 평가한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그래도 도우반 평점이나 흥행만 봤다면 놓칠 수도 있었을 재미있는 영화를 봤다고 생각한다.



제목: 역행인생 Upstream

개봉: 중국, 2024년 8월 9일

감독: 서쟁

시나리오: 중러러 각본스튜디오, 하가가, 서쟁

주연: 서쟁, 신지뢰, 왕효, 가빙 등

도우반 평점: 6.6

내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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