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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걸 보면 생각나는 사람과

어떻게 만났냐면요

by 주차영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난 것은 어느 행사장에서였습니다. 지인의 소개를 받았는데, 키도 크고 넉살 좋은 성격이신 듯했습니다. 앉은자리에서 편하게 한참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 뒤로도 종종 연락을 주고받았습니다.



몇 주 후,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베이킹을 배우던 때였습니다.



학원에서 빵을 만들고 나니 양이 많아 아무래도 좀 나눠줘야겠다 싶었습니다. 제빵 학원에서 가까운 곳에 살고 있던 지금의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빵 좀 드실래요?”

“네, 좋아요. 금방 나갈게요.”



그냥 빵이 좀 남아 나눠주려던 제 의도와는 달리 당시 남자친구는 ‘빵을 준다고? 나한테 관심이 있나 보다’ 생각했다고 합니다.



빵을 건네고 집에 가려는데

"빵도 주셨는데 집에 데려다 드릴게요." 하셔서

차에 타서 이야기를 좀 더 나눴습니다.

그러다 집에 다다를 때 즈음 제게



"내일은 뭐 하세요? 영화라도 보실래요?"

물었습니다.

"네, 좋아요."

대답하니 그 자리에서 영화표를 예매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영화를 보자고? 나한테 관심이 있는 거 아니야?' 생각했습니다. 왠지 저를 좋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 저도 아주 싫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만나다 보니 더 가까운 사이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여느 커플들처럼 데이트를 하는데 생각보다 서로 비슷한 부분이 많아 잘 통했습니다. 앞에서 먹는 모습을 보면 어찌나 복스럽게 먹는지, 먹방 유튜브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종종 혼자 맛있는 음식을 먹다 보면 ‘같이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만나면서 일기장에 즐거운 일들을 채워나가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함께 고민을 나누다 보면 깨닫는 것도 많았습니다. 어느 순간 제가 가장 편한 모습으로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관계가 점점 더 가까워지면서 저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습니다. 누구나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지만 제 가정사를 들으면 조금 부담이 되지는 않을까, 왠지 작아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어렵게 꺼낸 이야기에 남자친구의 반응은 조금은 의외였습니다.



"너는 뭘 해도 자기 힘으로 해내니까 더 대단한 거야."



이 말이 제게는 잔잔한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결혼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것은 우연히 차 안에서 대화를 나누면서였습니다. 차를 타고 가면서 제 손을 잡고 좌우로 왔다 갔다 흔들길래 제가 물었습니다.



"와이퍼야?"
"와이프야~"

"이거 설마 프러포즈야?"
"아니 그건 아닌데 ㅎㅎ"

"그럼 결혼 안 할 거야?"
"아니 할 건데?"

"그럼 나랑 결혼할 거야?"
"응."



그냥 장난스럽게 결혼 얘기를 꺼낸 것이었는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남자친구는 결혼에 대해 꽤나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듯했습니다. 결혼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는데, 진지하게 결혼을 한다고 상상하니 약간은 혼란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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