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중순쯤 나는 아빠와 함께 파리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친구와 함께 가기로 했던 파리 여행은 일정이 맞춰지지 않아 혼자라도 가겠다고 생각한 여행이었다. 학교도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하였고 시간이 다가오면서 아빠는 결국 나와 함께 파리를 가는 것을 선택하였다.
10년도 더 된 일들이라서 사실 기억나는 것은 정말이지 흐릿할 만큼 아주 적게 남아있었다. 하지만 낭만을 곱씹으라면 단연코 파리 여행이 먼저 튀어나왔고 다시 한번 가고 싶은 여행지였다. 사진 앨범에는 지금 올려둔 사진이 전부였다. 폰을 여러 번 바꾸고 컴퓨터에 저장도 이리저리 옮겨 다녔는지 남아있는 장수가 황당할 만큼 적게 남아있었다. 추억을 곱씹으려면 머릿속으로 생각해 내는 수밖에 없었다. 카메라를 들고 가서 찍었고 몇 백 장은 넘게 찍었던 기억이 나는데,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 있는 것은 내가 다시 파리를 방문하는 방법 외에는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이 아쉽게 되었다. 튈르리 정원에서 장미 아이스크림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파리 골목을 다니며 장면 하나하나 남겼던 것 또한 기억이 나고, 노트르담 대성당, 베르사유 궁전,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모네의 작품을 보기 위해 갔던 오랑주리 미술관 등 그 모든 것들이 잔상들로 남아있었지만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겨져 있었다. 분명 다시 갈 기회가 된다면 가고 싶었지만 10년 넘게 그 소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파리 여행을 다녀오고 기억하고 있는 모습들을 보며 나도 꼭 한 번 더 가서 많은 것들을 보고 남겨오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리고 제일 이슈였던 건 딸과 아빠가 둘이 여행을 가기 쉽지 않은데, 둘만 다녀왔다는 것에 대해 친구들은 아직까지도 신기해하고 기억을 하고 있었다.
지금도 만약 갈 수 있게 된다면 아빠와 둘이 가도 괜찮고 엄마와 오빠까지 모두 같이 여행을 가서 같은 기억들을 공유하고 행복할 수 있는 시간들을 보낼 수 있다면 삶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빠와 둘이 갔을 때 역시 좋은 기억이 많이 생각난다. 첫날이었는지, 한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메뉴 하나를 시켜서 먹었는데 겨우 얄팍한 닭 가슴살이 썰린 스테이크 느낌의 식사였다. 하지만 맛은 기억나지 않지만 가격은 5만 원대였나? 생각보다 너무 비싸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종이처럼 정말 얇은 그런 스테이크였다.
그날 이후로 우리의 점심은 바게트 빵 한 조각씩 먹었던 걸로 기억한다. 다행히 한인 민박 하우스 느낌의 숙소로 예약을 해뒀기 때문에 아침, 저녁이 제공되었다. 식비를 많이 아낄 수 있었고 10박 넘게 지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동안 맛있게 먹었고 인상 깊은 요리들을 먹었던 것 같다. 같이 여러 명의 게스트 하우스처럼 거실 한 테이블에서 음식을 나눠먹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숙소에 지내는 사람들은 보통 대부분 친구랑 오거나 혼자 온 경우였고, 순례길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자신보다 더 큰 백팩을 들고 다니었던 여성분이 인상 깊게 남아있다. 혼자서 순례의 길을 떠난다는 말이 아직까지도 생각나고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 당시에도 난 파리 여행을 혼자 갈 수 있다고 마음먹을 정도로 패기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혼자 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더 큰 것을 보면, 만약 혼자 다녀왔다면 더 대담한 인생을 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짧게 상상해 본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마음을 먹게 되어 파리 여행을 가게 된다면 혼자서도, 그리고 여럿이서도 많은 추억을 사진으로 담고 기억으로 남기고 싶은 여행을 하고 와야겠다. 한 가지 꿈을 적어보자면 파리 여행을 다녀온 책이 시중에 많이 나와있지만 나만의 파리 여행 가이드북을 만들고 싶다! 매일 글을 쓰고 사진을 놓치지 않으면서 많은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