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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운목 Oct 20. 2024

엄마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엄마가 살아있었으면, 우리는 지금과 달랐을까

“엄마가 있었으면,

예단이며 혼수며 꼼꼼하게 준비했을 텐데, 그치?“


사 남매 중 가장 먼저 식을 올리게 된 여동생이

지나가는 말로 읊조렸다.


생전 우리 엄마는

보이는 호탕한 성격과는 달리

매사에 꼼꼼한 편이셨다.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매의 눈으로 제품들을 스캔하시고는

두세 개의 선택지를 골라 신중히 살펴보고 나서

그중 완벽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만 구매하곤 하셨다.


여동생이 식을 올린다고 했을 때,

애석하게도 내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친정 엄마의 빈자리’였는데,

당사자인 여동생이 그 빈자리를 느꼈다고 하니

코 끝이 찡해지면서 눈물이 맺혀버렸다.

엄마 얘기만 하면 운다고

걱정 반 놀림 반 가득한 말을 또 들을세라

화장실에 간다는 핑계로 자리를 떴더랬다.


여동생의 결혼 준비, 아빠의 통원 진료와 같이

집안의 대소사를 보고 처리하면서

엄마의 빈자리를 늘 느끼고 사는 나였지만,

앞으로 엄마의 빈자리를 느낄 일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생각에

눈물이 한없이 흘렀다.


괜찮다, 괜찮을 거다-


살아생전 엄마가 본인이 세상을 떠난다면

화장하지 말고 꼭 봉분을 만들어다오 하셨던,

봉분이 있으면 너희가 일 년에 한 번쯤은

나를 보러 온다는 핑계로나마

다 같이 얼굴 보고 살지 않겠냐고 하셨던

그 뜻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끼리 잘 지내면 다 괜찮을 것이다-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는 잘 지내지 못하고 있다.


즉,

우리는 괜찮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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