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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돛이 없는 돛단배 Oct 13. 2024

닿을 수 없는 자유, 나만의 길

세상을 바라보는 내 시야는 TV 화면 속에 갇혀 있다. 내가 몸소 겪을 수 있는 활동이라곤 음악을 듣거나 이야기에 몰입하는 것뿐이다. 친구들이 거침없이 일상을 누리며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모습을 보게 될 때면, 나도 모르게 그들의 삶을 동경하게 된다. 그들은 아무런 제약 없이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고, 마음 내키는 대로 떠나는 여행 속에서 새로운 경험을 쌓는다. 거리에서는 바람을 가르며 달리고, 몸이 허락하는 한계 안에서 온갖 스포츠를 즐기고 있다. 그들의 하루는 그렇게 활기로 가득 차 있고, 헬스장에서의 운동이나 공원의 조깅은 그들에게 더없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뿐인가. 연인의 손을 잡고 함께 거리를 거니는 그들의 모습은 더할 나위 없이 평화롭다. 밤이 깊어가면 클럽에서 친구들과 함께 음악에 몸을 맡기고 춤을 추며 시간을 잊기도 한다. 그런 순간들이 그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지만, 나에겐 그러한 자유가 허락되지 않았다. 축구장에서 뛰노는 그들의 에너지를 느낄 때면 나도 그 안에 함께하고 싶다는 강렬한 갈망이 스쳐간다.


나도 그들처럼 마음껏 노래하고 싶고, 자유롭게 여행을 떠나고 싶다. 나의 한계가 아닌 세상이 허락하는 만큼만이라도 뛰어다니고 싶다. 친구들과 함께 땀 흘리며 스포츠를 즐기고, 클럽에서 신나는 음악에 맞춰 밤을 지새우는 그들의 삶이 부럽다. 친구들이 여행에서 경험한 순간들을 이야기할 때마다, 그들의 활기찬 삶이 나를 더욱 고요한 곳으로 밀어내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들이 누리는 모든 것이 마치 나와는 다른 세계에 있는 것처럼 멀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만의 작은 행복을 찾기 위해 애쓴다. 내가 누릴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는 걸 알지만, 그렇기에 TV, 유투브 속 다채로운 이야기와 음악의 선율이 내게는 더욱 소중하다. 화면을 통해 펼쳐지는 풍경들과 인물들의 이야기는 나를 잠시 다른 세계로 데려가 주며, 그 순간만큼은 나의 현실을 잊게 만든다. ‘걸어서 세계 속으로’ 같은 여행 프로그램을 볼 때면 나도 화면 속 사람들과 함께 낯선 도시의 거리를 걸으며 그 풍경을 누비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음악 또한 나에게 큰 위로가 된다. 선율 하나하나가 내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내가 표현하지 못한 감정들을 대신 풀어내는 것 같다. 음악을 들으며 나 자신을 잃어버린 듯한 황홀함 속에서 일상의 고단함을 잠시나마 내려놓는다. 그 순간만큼은 더이상 내게 주어진 제약들이 장애물이 아닌, 새로운 감정의 출구처럼 느껴진다.


물론, 가끔은 무척이나 노래를 부르고 싶고, 아무런 걱정 없이 여행을 떠나 자유롭게 뛰어다니고 싶다. 친구들과 함께 운동장에서 땀 흘리며 축구를 즐기고, 밤이 깊도록 춤을 추며 친구들과 환하게 웃고 싶은 날들도 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없는 일들이라는 걸 받아들이면서도, 그 속에서 나만의 행복을 만들어가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그렇지만, 내 안에 깊이 자리 잡은 이 갈증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매일같이 친구들의 이야기 속에서, 그들이 누리는 자유와 활기를 엿볼 때마다 나의 마음은 어딘가 메말라가는 듯하다. 그들의 일상은 마치 끝없이 펼쳐진 들판처럼 자유롭고 풍요로워 보인다. 나는 그 끝없는 들판을 바라보며 발을 디딜 수 없는 벼랑 끝에 서 있는 기분이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그들의 삶은 때때로 나에게 너무 멀리 있는 무지개처럼 느껴진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하지만, 결국 닿지 않는 허상일 뿐이다.


그들이 어디론가 떠날 때, 나 역시 그 여행의 순간을 공유하고 싶지만, 그들이 찍어온 사진이나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서 간접적으로 그들의 경험을 체험할 수밖에 없다. 그들의 발걸음이 자유로이 닿는 모든 곳이 나에겐 두렵고 불가능한 영역처럼 보인다. 그들과 함께라면, 나도 그들처럼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이내 그것이 허무한 기대임을 깨닫고 만다.


그러면서도 어느 순간, 그들과 나 사이에 놓인 커다란 간극이 더욱 선명해진다. 그들이 가는 곳, 그들이 경험하는 모든 일들이 나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우리는 같은 공간에 있지만, 동시에 너무 다른 공간에 있는 것만 같다. 그들의 웃음 속에서 나의 자리는 너무나 미미하고 희미하다. 그들과 함께하고 싶지만, 그들 속에서 나의 존재는 마치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바라보는 관객처럼 느껴진다.


내게 주어진 이 현실 속에서, 나는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왜 나만 이렇게 다른 삶을 살아야 하는지, 왜 나는 그들과 같은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지. 때로는 그 질문들이 나를 더 깊은 어둠으로 끌고 들어가기도 한다. 내 안에 자리 잡은 그늘은 점점 커져가고, 그 속에서 나는 길을 잃을 때가 많다. 나는 그들과 같지 않다는 사실이 마음속 깊이 아프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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