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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돛이 없는 돛단배 Oct 30. 2024

편견과 자아의 경계에서

사람들은 내가 장애가 있으면 몸이 불편할 뿐 아니라, 성격도 온순하고 지능도 낮을 거라 쉽게 단정 짓는다. 그들의 눈길에는 얕은 연민과 잘못된 기대가 담겨 있다. 마치 내가 세상의 복잡한 문제를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편견은, 정작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의 진짜 모습을 보지 못한 채 덧씌운 얄팍한 오해에 불과하다. 나는 장애가 있지만, 다양한 감정과 개성을 지닌 사람이며, 나만의 방식대로 나의 삶을 걸어가고 있다.

나는 고장난 몸으로 태어났다. 걷는 것이 쉽지 않았고, 말 또한 또렷하지 않아 가족이나 오랜 친구가 아니면 내 말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마치 장애가 내 전부인 것처럼 나를 단정하지만, 나는 언제나 독립적이고 스스로 해내려는 성격을 지녔다. 그들은 내가 장애가 있으니 온순하고, 지능이 낮을 거라 여기지만, 나는 내 생각을 굽히지 않고 필요한 순간에는 갈등도 피하지 않는다.

평범한 이들이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속도를 따라가기 위해 나는 더 치열하게 나아가야 했다. 그들에게는 당연한 일상이 나에겐 끊임없는 도전이었다. 그 속도에 발맞추려는 매 순간이 버거웠고, 나의 삶은 그만큼 고되고 고단했다. 매일 끝없이 이어지는 작은 싸움들 속에서 나 자신을 지켜내기 위해 치열하게 싸워야 했다.

사람들은 나를 볼 때 장애와 함께 지능이 낮을 것이라고 쉽게 판단한다. 그들은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미리 한계 짓거나, 내 의견을 가볍게 넘기기도 한다. 나를 마치 성자처럼 이상화하거나, 이해심 많고 온화할 거라고 기대하지만, 나 역시 그들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감정과 개성을 지닌 사람이다. 나는 때로는 화를 내고, 때로는 슬픔에 잠기고, 기쁨을 느끼기도 한다. 나의 개성은 단순히 장애에 묶여 있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삶 속에서 다채롭게 빛난다.

주위 사람들은 내가 도움을 필요로 할 거라 생각하며 동정 어린 시선을 보낸다. 하지만 나는 남에게 의존하기보다는 내 힘으로 해내고자 한다. 넘어져 피가 나는 상황에서도 다가오는 손길을 뿌리치며 “놔, 내가 알아서 할게”라고 말하곤 했다. 나를 지키기 위해 때로는 방어적이고, 때로는 공격적으로 행동하다 보니 오해를 사게 되고, 그로 인해 갈등이 빚어지기도 한다. 그럴 때면 뒤늦게 후회하며 며칠이고 마음속에 담아 두고, 그 무게에 지쳐 피곤해질 때도 많다.

삶은 나에게 언제나 좀 더 험난한 길을 요구해왔지만, 나는 그 속에서 나만의 길을 찾고 있다. 장애와 그로 인한 편견이 내 전부는 아니다. 나는 내 생각과 개성을 지닌 하나의 사람이며, 사람들의 기대와 편견 속에 갇히지 않고, 나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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