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돛이 없는 돛단배
Nov 09. 2024
장애인이라 남들과 다르게 생겼다는 이유로 나는 늘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살아간다. 어디를 가든 어김없이 쏟아지는 시선들 속에서 그 눈길을 의식하지 않으려 애를 써보지만, 그 무게는 생각보다 가볍지 않다. 그래서일까, 눈에 띄지 않으려 나도 모르게 조용하고 작은 행동들을 택해왔다. 큰 소리를 내지 않고, 필요 이상으로 나서지 않으며, 어느 자리에서든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렸다.
나는 거친 말을 내뱉는 일이 거의 없다. 심지어 운전할 때도 마찬가지다. 길에 쓰레기를 버린 적이 없고, 담배를 피울 때 꽁초를 버릴 곳이 마땅치 않으면 주머니에 넣어 집에 가져오곤 한다. 함께 담배를 피우던 친구들이 꽁초를 아무렇지 않게 길가나 하수구에 던질 때마다 한마디 하고 싶지만, 혹여나 사이가 어색해질까 걱정되어 그냥 못 본 척 지나치곤 한다. 그러고 나면, 혼자서 마음이 불편해진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꽁초 하나 제대로 처리하는 게 이렇게 어렵다면, 차라리 담배를 끊는 것이 낫지 않을까. 그 생각이 스치자마자 마음이 확고해졌고, 나는 담배를 단번에 끊었다.
사람들은 내가 이런 선택과 행동을 남의 눈을 의식해서 한다고 여길지도 모른다. 매사에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것도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무언가 잘못 보일까 염려해서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사실은 그보다, 내 스스로에게 떳떳하게 보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든 간에, 내가 무례하거나 몰상식해 보이는 모습은 도무지 견딜 수가 없었다. 내가 특별히 주목받는 사람은 아니지만, 최소한 내 행동만큼은 다른 사람에게 미움을 사지 않기를 바랐다.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고 싶은 그 마음이 지나치게 예민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런 모습 그대로의 나를 지키고 싶다.
시선에 둘러싸인다는 것은 생각보다 더 큰 부담이 된다. 나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주목받는다고 느끼면, 마음 한구석이 늘 경직된다. 자유롭게 몸을 움직이는 일조차 망설여지고, 사소한 행동에도 깊이 고민하게 된다.
어쩌면 이런 시선을 피할 수 없는 것이 나의 운명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타인의 시선에 나를 맞추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나는 그 속에서 진정한 나를 지키고 싶다. 남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으려 하면서도, 내 행동이 나를 대변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한다.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결국 나라는 사람의 일부이고, 그 행동들이 모여 나를 정의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결국, 삶은 타인의 눈에 비친 내가 아닌, 내 안에서 나 스스로 인정할 수 있는 나를 찾아가는 여정일 것이다. 그 끝에 어떤 모습으로 서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 내게 중요한 것은 매 순간 내 마음에 떳떳하고 부끄럽지 않은 나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