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치심에 대하여-
너는 흉측한 몰골을 하고 흐르는 진물에선 악취가 난다지.
내 사람, 수치스런 당신의 손발을 꽁꽁 묶고 얼굴을 가린 채 뒤뜰 먼 방에 가두어 놓았네.
난 너와 달라, 너는 나의 신부가 될 수 없지.
누가 집 앞을 서성이면 행여 당신의 뭉개진 몸뚱이를 볼세라, 역겨운 악취를 맡을세라 황급히 대문을 걸어 잠갔어.
봄날의 홍매화 향기에 이끌려 문간을 서성이던 나그네도, 느티나무 그윽한 그늘 아래 쉬러 온 벗들도 굳게 잠긴 문 앞에서 쓸쓸하게 돌아갔다네.
나의 임무는 오로지 먼 방의 문둥이 신부를 꼭꼭 숨겨 들키지 않는 것, 그리고 내 신부의 존재를 나조차 잊어버리는 것.
하지만 질기게 뛰는 심장과 밝은 눈을 가진 당신은 보름달이 뜨면 가슴을 쥐어뜯는 서러운 울음소리를 냈어.
문둥이 신부 당신을 유폐시키려다 시들어가는 정원에 같이 유폐된 나는 보름달이 뜨면 점차 문둥이와 비슷한 소리를 내며 울었지.
높게 쌓은 담장 밖의 사람들을 상상하고, 문둥이가 아닌 신부를 갈망하고, 운명을 저주하며 많은 세월이 흘러갔어.
외로움의 고통이 부끄러움의 고통을 넘어설 즈음 나는 당신의 진짜 얼굴을 똑바로 본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어.
"네 신부는 문둥이란다."
그리고 얼핏 바람에 실려온 고름 냄새를 맡았던 게 전부였던 거야.
달 밝은 밤 당신을 보기로 결심한 나는 먼저 깨끗이 얼굴을 씻고서 오랜 세월 발길이 닿지 않아 수풀로 뒤덮인 길을 헤치고 그대의 먼 방에 도착했지.
떨리는 손으로 문을 열자 고개를 묻은 채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슬픈 실루엣의 당신이 보였어.
또 한 번 당신에게 상처 주고 싶지 않은 나는 주춤거리는 몸을 되돌리지 않고 당신에게 다가가 똑바로 얼굴을 마주했어.
군데군데 뭉개진 피부, 거뭇한 흉터들, 흐르는 진물.. 소문대로 당신은 문둥이었지.
그리고 알게 되었어.
애처로운 내 사람, 슬픈 눈을 가진 당신을 꽉 껴안지 않고선 날 사랑할 수 없다는 걸.
나와 같은 울음소리를 가진 당신은 바로 나 자신이니까.
이윽고 나는
경계하는 눈빛으로 여전히 머뭇거리는 당신을 데리고 먼 방에서 나왔어.
끼익- 어서와.
우리 집에는 문둥이 신부가 살고 있어. 정원의 바람에 진물이 말라버린 자리마다 이제 악취 대신 깊은 숲의 향기가 나지. 아직은 훤한 바깥세상이 조금 수줍은, 내가 사랑하는 하나뿐인 문둥이 신부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