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탄생 설화

- 실은, 어미 탄생 설화-

by 모모

얼굴의 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볼록한 짱구 이마 위로 부드럽게 물결치는 갈색 곱슬머리

꽤나 강렬한 인상을 주는 짙은 눈썹과 쌍꺼풀

내 아들임을 강력히 증명하는 콧대 없이 납작한 콧망울

늘 방심하여 반쯤 벌어져 있는 도톰한 입술과

그 사이로 곧 우스갯소리가 튀어나올 것 같은 익살스레 벌어진 앞니

엄마 평생의 한을 풀어준 길쭉한 팔다리와

지구 중력을 거스를 기세의 동글탱글 엉덩이


That’s perfect!

아, 언제봐도 내 마음을 온통 홀리는 내 보물의 완벽한 자태이다.

쉽게 손에 넣는다면 보물이 아닐지니, 내 보물을 만나기까지의 과정도 순탄치는 않았다.


30대 끝자락 늦은 나이에 임신을 한 데다 직장생활로 무리를 해서인지 조산기가 있어 나는 무려 3개월 동안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다.

샤워 시간을 제외하고는 늘 꽂고 있어야 했던 링거 바늘이며, 무거워진 배로 하루도 편하게 잠들기 어려웠던 좁고 딱딱한 병상은 둘째 치고, 그곳에서 산모인 나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때때로 들려오는 산모와 아이에 관한 가슴 아픈 소식들이었다. 무사히 출산하고 퇴원한 경우가 많았지만 아이가 사산되거나 원치 않는 모습으로 나온 경우도 있었다.

그런 중에 조산기가 심해져 분만실로 내려간 날에는 당연히도 불안감이 극에 달했다. 그때 의사로부터 전해 들은 뱃속 내 아기의 몸무게는 겨우 1kg 내외였다.

세상에, 1kg이라니! 미숙아가 나왔는데 결국 어찌되었더라는, 살아오며 들었던 모든 나쁜 예들이 스쳐갔고 그럴 때면 분만실 앞 침대에 눕혀진 채 ‘제발 건강하게 태어나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하는 것밖에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러기를 몇 차례 반복하던 어느 날. 그날은 출산 임박을 의미하는, 자궁 수축 그래프가 가장 높이 치솟았던 걸로 기억한다. 오늘은 정말 아기가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력감과 공포감에 사지가 벌벌 떨렸다.

그런데 한계 상황에서는 새로운 지혜가 열리는 것일까?

그 어느 날보다 절박하게 기도라는 동앗줄을 잡으려는 순간, 나는 잘못된 것은 ‘상황’이 아니라 나의 ‘기도’라는 것을 깨달았다.

말하자면 보물을 맞이하는 내 자세가 틀렸다는 것을.


나는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나길 바라기 때문에 이토록 불안한 것이었다. 건강하지 않은 자식으로 인해 부모인 내가 겪게 될 괴로움을 어떻게든 피하고 싶어 이렇게 무서운 것이었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마음 속에선 자연스럽게 새로운 기도가 솟아올랐다.

‘내 아기가 어떤 모습으로 세상에 나오든지 받아들이겠습니다. 조건 없이 사랑하겠습니다.’

그 후 불안은 거짓말처럼 가라앉았고 다행히 그날 몸이 안정되어 분만실에서 다시 병실로 옮겨오게 되었다.


병원에서 37주를 채우고 2킬로그램을 겨우 넘겨 태어난 우리 아들은 신비롭게도 손가락, 발가락 하나 빠짐 없이 10개씩 갖고 있었고, 신생아실 전체에서 가장 작은 몸으로 대차게 울어대고 야무지게 똥을 쌌다.

당연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모든 것이 경이이고 기적이었다.

병원에서 집으로 아들을 데리고 온 후에도 한동안은 한밤중에 일어나서 잠든 아들의 코밑에 손을 대고 숨을 확인하곤 했다. 생명이 하룻밤을 끊김 없이 숨 쉬어 다시 아침을 맞이한다는 것은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니었기에.


노산한 몸으로 하루에 몇 시간씩 아들을 업고 지내면서도 기껍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던 건 내가 모성애가 강하고 인내심 있는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태어나기 전에 이미 엄마 될 자세를 준비시켜줬던 아들 덕이었음이 틀림없다.

보물은 원래 존재 그 자체로 보물인 걸까, 아니면 귀하게 여기는 이에 의해 보물이 되는 것일까?

갓 열 살을 넘긴 내 아들은 이제 당연히 숨 쉬고 당연히 밥 먹고 당연히 새아침을 맞이하며 점차 당연한 존재가 되어 간다.


그러니

이 봄처럼 제 생명 흐드러지게 피워 올리고 있는 내 아들아

살아가면서 혹여 네 영롱함이 흐려 보일 때면

너에게서 흠결을 찾을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의 굳은살과 내 눈에 낀 티끌을 늘 살피마.


그리고 다시금 기억할게.

아무것도 당연하지 않았던 우리의 처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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