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의 식탁 위에 아기 주먹만 한 귤이 놓여있다. 채 익지 못한 듯 어설픈 초록빛이 절반이다. 꽃이 말라붙은 자리에 엄지손가락을 찔러 넣어 껍질을 벗긴다. 가벼운 파찰음을 내며 껍질이 속살로부터 분리되니 연한 주황빛의 과육이 드러난다.
과육을 반으로 나누어 입 속으로 넣는다. 여린 껍질이 터지며 순식간에 입 안의 굴곡을 따라 새콤달콤한 과즙이 흘러넘친다. 혀는 숙련노동자처럼 터진 과육을 재빠르게 입안 구석구석으로 실어 나른다. 성급하게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려던 과육은 목울대의 압력에 의해 다시 입안으로 소환된다. 이윽고 적당한 크기로 쪼개지고 침과 충분히 섞여 미지근해진 과육은 목구멍을 통과한다.
이제 '귤'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그것은 항복하듯 식도벽을 타고 내려가며 외물(外物)로서의 존재 주장을 그치고 결국 내 몸의 일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