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북쪽의 두 섬
여행이 삶이자 삶이 곧 여행이라는 걸 20살 무렵에 깨달았다.
20살 여름 나는 실크로드와 티베트를 향해 10kg 배낭을 메고 길을 나섰다. “나는 누구이며, 어디서 왔는지?” 흔하지만 여전히 풀지 못한 그 수수께끼 같은 질문으로 가득찬 채 미지의 땅에 발을 내딛었다.
“뭐 죽기야 하겠어?”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여행이 20년이 넘게 이어졌다. 태국, 미얀마, 네팔, 인도, 이집트, 유럽 등의 36개국을 다니며 여행은 어느 순간 일상이 되었다. 20대 오지를 다니며 극한으로 몰아갔던 여행은 어느새 트렌디하고 편안한 것을 쫓는 여행이 되었다. 이유 모를 그리움과 허전함이 무의식 저변에서 몸집을 불려갔다.
‘내가 원하는 건 무엇이었을까?’ 언제나 내 영혼을 흔든 건 자연이었다. 화려한 도시와 사람이 아니라 산, 바다, 호수, 사막, 빙하 늘 인간의 범주를 넘어서는 그 풍경 앞에서 비로소 나와 마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자연을 모티브로 훌쩍 혼자 떠나는 건 금단의 영역이었다. ‘언젠가 다시 갈 수 있겠지.’라고 다독이며 그렇게 미뤘다. 20살 때 떠났던 실크로드, 티베트의 여행의 첫 시작과 종착지는 베이징이었다. “돌아올 때 가야지.” 하며 미뤘던 만리장성은 결국 14년이 지나 갈 수 있었다. 여행을 하면서 배운 게 있다. ‘오늘 생각한 것을 내일로 미루면 그 기회는 날아간다.’ 언제 다시 돌아올지 기약할 수 없다.
우연히 아이슬란드 여행 책을 보면서 가슴이 뛰었다. 호수를 유영하는 빙하들, 끝없이 펼쳐진 바다 위 고고한 절벽들 그리고 가쁜 숨결을 내뱉고 있는 지열지대의 모습은 지구라고 상상할 수조차 없을 이색적인 풍경들이었다. “여긴 꼭 가봐야겠어.” 더 이상 미루고 싶지 않았다. 내일 죽는다해도 후회하지 않을 삶을 매순간 살고 싶었다.
그렇게 37번째 나라는 아이슬란드가 되었다.
아이슬란드로 간다고 하니 두 가지를 가장 많이 물었다. “아일랜드요?”, “오로라 보러 가는 거예요?”
‘아일랜드와 아이슬란드를 왜 이렇게 헷갈려할까?’ 나에게 아일랜드는 클레어 키건으로 설명되는 나라다. 그녀의 소설을 읽으며 아일랜드의 바다와 들판을 꿈꿨다. 아이슬란드가 극한의 자연이 꿈틀되는 원시의 남성적 섬이라면 아일랜드는 나에게는 섬세함과 다정함이 있는 여성스런 섬이었다. 그 따뜻함이 나에게 손짓했다. 이렇게 38번째 여행 국가는 아일랜드가 되었다.
내가 선택한 건 7월, 24시간 해가지지 않는 백야의 땅이었다. 일부가 아닌 하나의 온전한 아이슬란드를 만나고 싶은 욕심 때문에 오로라를 포기할 수 있었다. 겨울에는 접근할 수 없는 서부 피요르드와 하이랜드에 내 발자국을 남기고 싶었다. 잠들지 않는 여름의 아이슬란드, 나도 잠들지 않고 너를 만끽할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