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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현 Jun 07. 2024

친구의 의미

□ 제목 : 친구의 의미

□ 주제 : 진정한 승리를 원한다면, 친구의 진짜 우군이 되어주어야 함

□ 목표 글자 수 : 3,000자 이상 (상한 없음)

□ 작성 날짜 : ‘24.5.12(일)

□ 장르 : 수필(경수필)

□ 예상 독자 : 마음이 아픈 사람, 인간관계에 고민이 있는 사람

□ 글의 구조

 ㅇ (서론) 필자가 존경하는 인물

 ㅇ (본론 1) 친구의 정의

 ㅇ (본론 2) 필자의 과거, 상처받던 시절. 약한 자존감. 친구가 친구가 아님. 중학교때의 열등감 넘치던 친구(?)들.

 ㅇ (본론 3) 우연히 글을 본 필자. 패닉, 그 이유

 ㅇ (본론 4) 반성. 필자 본인을 돌이켜보며

 ㅇ (본론 5) 이후 인간관계 패러다임을 바꾸게 됨. 그러면서 긴 시간에 거쳐 서서히 과거 상처를 회복(우월감, 열등감 극복), 친구가 진짜 친구가 되며 진정한 승리를 거둠

 ㅇ (결론) 지금도 필자는 완벽하지 않음. 그러나 진심으로 친구의 우군이 되어줄 필요




  당신은 존경하는 사람이 있는가? 보통은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같은 위인들을 꼽는다. 혹은 부모님이나 교수님 같은 주변 사람을 들거나, 스티븐 잡스와 같은 유명인을 말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는 그렇지 않다. 대신에, 청소년사이버상담센터에 어떤 글을 올린 (아마 필자보다 어린) 얼굴 모르는 학생을 존경한다.


  어처구니 없다고? 그럴 수 있다. 그러나 그 날, 필자가 그동안 쌓아온 ‘상식’이 완전히 뒤집혔다. 그리고 필자의 인간관계에 관한 패러다임도, 나아가 필자의 삶도 바뀌게 된다.


  잠시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친구’란 무엇일까? 모두가 답을 알고 있지만, 한 마디로 정의하자니 또 쉽지 않다. 일단 국어사전을 찾아보자.


친구 : 가깝게 오래 사귀어 정이 두터운 사람


  그럼 ‘정이 두텁다’라는 건 무슨 뜻이지? 또 한번 국어사전을 찾아보자.


정 : 사랑이나 친근감을 느끼는 마음

두텁다 : 신의, 믿음, 관계, 인정 따위가 굳고 깊다.


  이제 이걸 종합한다면, ‘친구’에 대해서 이렇게 풀어 쓸 수 있을 것이다.


친구 : 가깝게 오래 사귀어 서로 간의 친근감이 굳고 깊은 사람


  분명 좋은 뜻이다. 아니, 사실은 애써 사전을 펼쳐가며 분석할 필요조차 없다. 사람들은 다들 친구란 긍정적인 뜻이며, 힘들 때 위해주고, 신뢰를 보내고 도와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필자만 빼고.


  지금도 그런 편이지만, 필자는 어릴 때 사회성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래서 중학생 때 친구가 많지 않았다. 끼리끼리라던가? 그나마 주위에 있던 친구들도 필자처럼 자존감이 낮은 편이었다. 아니, 방금 위에서 말한 의미대로라면 필자 주위의 친구는 친구가 아니었다.


  필자와 필자의 ‘친구’들은 서로가 약점을 보이면 공격하고, 서로가 잘 되거나 다른 주위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것을 경계하였다. ‘쟤가 잘 지내면 내가 (상대적으로) 뒤처질텐데’ 생각하며 열등감을 느꼈다. 또 어쩌다가 자신이 반에서 ‘잘 노는’ 학생들과 어울리기라도 하면, 구석에 혼자 있는 자신의 ‘친구’를 보고는 소위 우월감을 느끼기도 하였다. 이러니 우리는 깊은 우정을 형성하기는커녕 서로를 믿지도 않았다. 필자 또한 상대방에게 좋은 친구가 되지 못하였고, 이러한 행태는 고등학교에 가서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필자에게 있어서 친구란 이런 것이었다. ‘심심하면 같이 놀지만, 서로 잘 되기를 시샘하고 견제하는 사람’.


  그렇게 시간이 흘러, 필자는 수능도 치고, 20살이 되어 대학교에도 진학하게 된다. ‘이제 대학생이다! 놀아야지!’라고 하기에는 필자 주위에 놀아줄 사람이 없는걸. 여전히 인간관계 때문에 걱정이 많던 필자는 성인이 되었음에도 사이버청소년상담센터에 이따금씩 들어가 상담을 받고는 하였다(‘청소년’상담센터임에도, 만 25세까지 상담 가능). 그러던 어느 날, 다른 사람들이 올리는 상담글 리스트를 보던 필자는 어떤 글의 제목(내용은 비공개로, 제목만 볼 수 있다)을 보게 된다.


‘제 친구가 괴롭힘을 당하고 있어요. 도와주세요.’


  멍했다. 아니, 이건 말이 안 된다. ‘친구가 괴롭힘을 당하고 있으니 도와달라고? 내가 당하고 있는 게 아닌데?’, ‘친구가 괴롭힘 당하는 걸 왜 도와줘? 친구가 나 대신 당해줄 희생양이 되어주는 건데’, 이게 필자 머리에 든 생각이자 상식이었다. 내가 잘못 봤겠지? 다시 읽어보자. 그러나 글은 그대로이다. ‘제 친구가 괴롭힘을 당하고 있어요. 도와주세요.’ 이건 말이 안 된다. 말이 안 돼..



  상식은 깨졌다.

  완전히. 떨어진 유리 그릇이 와장창 산산조각 나듯이.


  한동안, 필자는 사이트에 들어가 몇 번이고 그 글을 검색하고 있는 필자 본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비록 내용은 비공개라 읽지 못하였지만, 사실 안 읽어봐도 그 글이 쓰인 이유는 분명한 거였다. 충격은 쉽게 가지 않았다. 이렇게 자신의 친구를 위해서 헌신하다니. 친구를 걱정하고, 너무나 걱정이 된 나머지 본인이 아닌 친구를 위해 상담까지 받다니. 나와는 결이 다른 사람이었다. 아니, 그냥 세상이 다르다고 할까?


  스스로를 돌이켜보았다. 비로소 깨달았다. 사실은 늘 알고 있었지만. 시샘하고 있었다. 다름아닌 필자의 친구를. 친구는 열등감·우월감의 대상이었다. 견제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건 친구가 아니었다. 생각해보자. 당장 컴퓨터 게임 안에서도, 자신의 친구가 위기에 봉착하면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구해준다. 현실에선 말할 필요가 있을까? 필자는 인간관계가 좋고 잘 지내는 다른 지인들을 떠올려보았다. 문득 고등학교 시절, 필자를 배려하고 필자가 잘 되도록 응원해 준 학생회장이 생각났다.


  그런 것이었다. 당연하게도, 친구란 서로 아끼고 지켜주는 존재여야 하는 것이었다. 친구가 위기에 빠지면, 그걸 보고 좋아할 게 아니라 당장 발벗고 나서서 도와줘야 하는 것이었다. 그게 친구였다. 다른 게 아니라. 아, 사실 말할 것도 없는데!


  그 뒤로, 필자의 인간관계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나도 그 학생처럼 되어보자. 친구가 마음 아파하면 필자도 마음 아파하려고 노력하였다. 친구가 술에 취하면 의식적으로 챙겨주려고 하였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친구의 행복과 성공을 위해 필자가 뭘 할 수 있는지 고민하였다. 아, 물론 지난 20년 간 몸에 베인 패턴이 단숨에 바뀔 리는 없다. 여전히 친구가 잘 되면 시샘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필자는 얼굴 모르는, 아마 필자보다 나이가 어릴 그 학생을 떠올렸다. 느리게라도 좋아. 반이라도 닮아 보자.


  그러면서 어느 새인가, 친구가 잘 되어도 불안해하지 않는 필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친구가 잘 된 것을 보아도 열등감을 느끼지 않았다. 반대로 친구에 대해 우월감을 느끼지도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변화 이후로 가장 많은 혜택을 본 것은 필자의 친구가 아니라 필자 본인이었다. 친구를 진정으로 위하려고 해서인지는 몰라도, 필자는 예전보다는 사회성이 좋아졌다. 무엇보다도, 자존감이 확실히 올랐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친구에 대한 시샘 때문에 필자 혼자서 끙끙 앓고 힘들어하지 않으니까. 이것은 인간관계에 국한되지 않고, 나아가 전반적인 성격이나 공부·업무에 대한 자신감에도 영향을 주었다. 필자는 친구를 이기는 것이 아닌, 친구를 돕는 것을 통해 진정한 승리를 거둔 것이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다. 여전히 때때로 친구에게 시샘을 느낄 때가 있다. 그리고 ‘예전보다는’ 낫다는 것이지, 여전히 필자는 사회성이 부족한 편이고, 주위에 친구가 많지 않다(그래서 특히 주말이면 혼자 집에서 뒹굴며 심심해하고는 한다). 아직도 인간관계 개선은 필자에게 있어 가장 큰 과제 중 하나이다. 그러나 여기까지 온 것도, 친구의 의미를 깨달은 것도 얼굴 모르는 그 학생 덕분이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고, 특히 그 학생은 필자의 존재조차 모르겠지만, 필자는 그 학생을 존경한다.


  당신은 어떠한가? 혹시 필자의 예전 모습이 당신과 닮아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에게 있어서 친구란 무엇인가. 진정으로 승리하고 싶다면, 친구를 이기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그 사람에게 진짜 친구가 되어야 할 것이다. 다름 아닌, 당신 본인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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