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결국에는 정치
정치라고 하면 덮어 놓고 피하려고 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저도 그랬거든요. 정치는 웬지 더러운 것 같고, 올바른 것이 아닌 이득을 위해 싸우는 것 같고, 왜 그런 이미지가 있잖아요.
그런데 정치는 그런 게 아니예요. 사람 간에 서로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으면서 서로 균형있는 만족을 하기 위한 기술이예요. "균형"이라는 건 조금 어폐가 있네요. 결국 정치를 잘 하는 사람이 더 많이 가져 가는 건 사실이니까요.
중요한 건, 정치라는 건 내가 원하는 것을 더 많이 가져오기 위한 의사 소통 기술이라는 거예요.
여기에 조금 오해의 소지가 있는데, 내가 원하는 것을 가져오기 위해 상대방을 찍어 누르는 건 하수 들의 방법이예요. 그건 정치라고 부를 수도 없죠. 오히려 폭력이라고 불러야겠죠. 그 힘이 유지되는 한 괜찮을 지 모르지만, 그 힘이 약해지는 순간 있던 것도 빼앗기게 되겠죠.
진정한 정치란, 내가 원하는 것을 가져오면서도 상대방에게 불만을 갖지 않게 하는 거예요.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상대방을 행복하게 해 줘야죠. 내가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방이 원하는 걸 얻게 해 주거나 그에 상응하는 가치를 제공해 주면 되는 거예요. 동시에 혹은 그 이후에 내가 원하는 걸 요구해서 가져와야죠.
그걸 어떻게 하죠? 상대방에게 물어 볼까요?
아니죠, 아니죠... 많은 사람들은 스스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잘 몰라요. 살아가기도 바쁘고, 스스로 돌아 볼 시간도 없고, 의외로 무엇이 가장 나를 만족하게 하는 지 아는 사람이 별로 없을 걸요? 어떤 경우에는 그게 시시 각각 바뀌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 다르기도 하고요.
그럼 어떻게 해요?
상대방에 대해 알아야 하죠. 그리고 내가 무엇을 원하는 지도 스스로에게 물어 보세요. 세상에는 수 많은 가치가 있고, 의의로 내가 원하는 건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어요. 모두 가지려 하지 말고, 내가 진정 원하는 게 아니라면 내어 놓으세요. 단, 그냥 내어 놓아서는 상대방이 행복감을 느낄 수 없어요. 그건 하수나 하는 짓이죠. 상대방이 생각치도 못한 시기에 상대방이 가장 기뻐할 만한 것을 내어 놓는 거예요. 아이들에게 선물을 준다고 생각 해 보죠. 마트에서 아이들이 사 달라는 걸 다 사 주는 걸 더 기뻐할까요, 예상 하지 못했을 때 옷장을 여니 들어 있는 선물 상자에 더 기뻐할까요? 아이가 아니라 여러분은 어떤가요?
다시 남녀의 문제로 돌아가죠.
남자/여자의 구도로 문제를 풀려고 하면 문제를 풀기 어려워지는 게 바로 이 지점에 있어요. 남자도 여자도 수많은 다른 사람들이 있죠. 물론 호르몬과 같은 신체적인 차이로 인해 일부 비슷한 것이 있긴 하겠죠. 그런데 그걸 남자/여자로 뭉뚱그려서 얘기하기 시작하면 "그래서 그들이 뭘 원하는데?" 라는 물음에서 막히기 마련이죠.
물론 신체적인 차이로 인한 확실한 문제는 존재합니다. 예를 들면, 군대문제, 출산 후 육아 휴직, 생리 휴가 등과 같은 문제는 실제로 존재하는 성별로 인한 문제입니다. 여성의 생리는 생각보다 전투에 큰 영향을 미치는 문제입니다. 물론 제어가 어느정도 가능은 하지만 남성보다 감정적인 부분들 또한 군대의 상명하복문화에 잘 맞지 않습니다. 일부 성공적인 적응을 한 여군도 있긴 하지만, 그들이 남성들보다 많은 노력을 한다는 것까지 부정하면 안됩니다. 하지만 군대에 더 잘 맞다는 이유로 가장 화려할 수 있는 나이에 2년간을 갇혀 있어야 하는 건 굉장히 큰 희생이죠. 여성들이 한 달에 한 번씩 겪는 생리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짧게는 3일, 길게는 일주일에서 꼬박 반 달이 걸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도 그 힘든 상황이 서로를 위한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군대에 가서 나라를 지키는 것은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닌 후대를 위한 일입니다. 여성의 생리 또한 인류가 후대를 잇기 위한 것이죠. 두 성별 모두 희생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물론 여성의 생리는 아이를 낳고 아니고를 따지면 문제가 복잡해 집니다. 하지만 이러한 "희생" 자체를 테이블에 올려놓으면 개싸움이 되는 거지요.
그 "희생"으로 "잃은 것"을 어떻게 보상해 줄 것이냐에 집중하는 것이 더 생산적이지 않을까요? 무엇을 잃었는지, 그리고 어떠한 보상이 적절한 지를 논의해야죠. 여기에 "나 힘들었으니까 내놔" 같은 논리는 문제를 풀지 못합니다. 이 세상에 힘들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그 힘듦을 수치화 하는 게 가능하긴 할까요?
위에 얘기했듯이 개인차, 성별차에 따라 느끼는 것도 다르기에 이해하지 못할 것에 대해 누가 옳다고 얘기하는 건 포기하는 게 더 빠를 겁니다. 국가의 차원에서 "보상"하려면 누가 더 "힘들"었다가 아니라 누가 "보편적인 어떤 가치"를 "얼마나" 잃었느냐, 그리고 그것이 공익에 도움이 되느냐로 산정해야 합니다.
그건 "시간"이죠. 출산으로 잃게 되는 시간, 군생활로 인해 잃게 되는 시간을 어떤 방식으로든 보상을 해 줘야 합니다. 생리로 인한 영향은... 글쎄요. 저도 잘은 모르겠지만 더 나은 복지가 필요할까요? 시각이나 보행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과 같이 여성이 생리로 인해 느끼는 피로함과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돕기위한 시설같은 것들이 필요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위의 어떤 것도 남녀간에 싸울 이유가 되지는 않습니다.
제가 보기에 싸우는 이유는 달리 없습니다. 내가 더 힘드니 너는 닥치고 내 말 들어와 같은 대화 방식이 문제인 듯 합니다. 혹은 그까짓 거 힘든 축에도 못끼니 말도 꺼내지 마 같이, 상대방을 까 내리고 상처입히는 말 때문입니다. 그런데 서로 찌질하게 "와 어떻게 그런말을. 나 상처입었어" 와 같은 말을 하면 꼭 지는 것 같으니 존재하지도 않는 "대의 명분"을 찾는 겁니다. 싸움의 이유가 되지도 않고, 주어도 손해가 가지 않는 것을 아득바득 잡고 놓아 주지 않는 겁니다. "내 눈에 눈물내면 니 눈에서는 피눈물 나는거야" 같은 치졸한 감정, 그런데 그걸 또 인정하고 싶지는 않은 겁니다.
그러고도 서로 이해해 달라고 징징거리고 있잖아요. 서로 무엇을 느끼는지도 모르는 데 어떻게 이해해요? 부끄럽다고요? 그냥 알아 달라고요? 아니죠. 공감을 원한다면 자신의 이야기를 공개해야 해요.
그런데 모르는 걸로 서로 알려고 하지 않고, 부끄러우니 숨기고, 귀찮으니 알려 하지 않고, 이미 알고 있다는 오만함을 스스로 깨우치지도 못하고 계속 평행선만 달리고 있는 거예요.
남자/여자로 서는 문제를 떠나 상대방과 좋은 관계를 이어가고 싶다면, 상대의 경계를 먼저 허무세요. 내가 상대방의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믿게 하세요. 그렇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요? 본인의 의도를 완벽하게 숨기거나, 진심이 되는 거예요.
둘 다 어떤 것이 틀린 방법이라고 볼 수는 없어요. 상대방이 알아차릴 수 없는데 그게 사실과 뭐가 다르죠? 하지만 상대방도 바보가 아니고 어지간히 스스로를 감추는 데 능숙하지 않다면, 내심과 다르게 의도를 숨기는 건 쉬운 길이 아니예요.
진짜 쉬운 길은 스스로 진심이라고 믿는 거죠. 상대방의 친구가 되어 주고자 하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고자 하는 사람에게 상대방은 마음을 열고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할 거예요.
저는 무조건 적으로 상대에게 친구가 되어야 한다는 뻔한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예요. 좋은 관계는 서로에 대해 아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걸 강조하는 거예요. 그리고 가장 쉬운 길은 본인 스스로가 친구가 되고자 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죠. 그래도 상대방이 여전히 방어적으로, 그리고 자신의 이득만 얻으려 한다?
스스로 물어 보세요. 상대방에게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지. 내가 정말 얻고자 하는 것을 상대가 가지고 있는지. 만일 그 답이 "그렇다"라면,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것이 왜 잘못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