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모일기] 하려고 했는데

내적동기를 빼앗는 잔소리

by 래미

밥을 다 먹고,

딱 일어나서 설거지를 하려고 했다.

정말이다.

잠깐 화장실만 다녀오고,

그다음엔 바로 하려고 마음먹었었다.


그런데 그 타이밍을 어떻게 아는 걸까?

“설거지 좀 해라~”

엄마의 말이 귀를 뚫고 들어오는 순간,

마음속 의욕은 순식간에 김 빠진 콜라처럼 식어버린다.


하려고 했는데.

진짜 하려고 했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이상하게도

급, 하기 싫어진다.


외적 동기가 내적 동기를 방해한다는

그 심리학 개념이 이렇게 생활밀착형일 줄은 몰랐다.

마치 내가 스스로 움직이려던 마음을

누군가 가로채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그 ‘누군가’는 늘 엄마였다.


근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빨리빨리의 대명사인 엄마의 속도는

애초에 나와는 다르다.


내가 ‘하려고 했다’는 마음을 말하지 않았으니

엄마는 당연히 모를 수밖에.

그저 싱크대 앞에서 익숙하게 던진 말 한마디였을 것이다.


다음엔 조금 더 빨리 움직여볼까.

조금 더 자주 마음을 말해볼까.


엄마의 속도를 억지로 따라가진 않아도,

그래도 가끔은

그 속도를 이해하고 맞춰보려는

내가 되어야겠다,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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