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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철희 Oct 02. 2024

별처럼 초롱초롱한 정신으로 살자

별 성(星)

밤하늘에는 항상 별이 떠있다.

인공 불빛이 많은 도시에서는

별빛이 너무 약한 탓에 별을 많이 보지 못할 뿐이다.

태양이 떠있는 낮에도 별들은 떠있다.

별빛이 너무 밝은 햇빛을 이겨낼 도리가 없기 때문에

우리가 별을 볼 수 없으므로 별이 뜨지 않았다고 느낄 뿐,

별은 하늘에서 빛을 뿜어내며 반짝거리고 있다.

낮에는 햇빛 때문에, 밤에는 인공조명 때문에

별을 보지 못해서 그렇지

우리는 하루 24시간 내내 별이 떠있는 하늘 아래 살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늘 우리를 내려다보는 별을 나타내는 글자가 별 성()”이다.

글자를 직관적으로 보면

“태양(日)” 아래로 “생겨나는 것(生)”이 별이라는 건데,

천문학에서 얘기하는 태양과 별의 생성과정에 대한

이야기하고 묘하게 통하는 것 같다.

태양도 별이라는 것을,

태양도 별도 동일한 메커니즘에 따라 생겨나고 사라진다는 걸

한자를 만들던 시대의 옛사람들도 알고 있었던 걸까?

그런데 이건 내가 직관적으로 본 “星”의 구성 원리일 뿐이다.


“星”의 구성 원리에 대한 또 다른 주장은

글자의 아랫부분에 있는 “生”이

사실은 ()”을 그린 것이라는 것이다.

“풀 사이로 떠오르는 태양”이 별이라는 주장인데,

조금 긴가민가하다.


시라카와 시즈카의 주장은 조금 다르다.

시즈카에 따르면,

“星”의 옛 글자들 중에는

윗부분에  대신 (밝을 정)” 쓰인 글자들이 있다고 한다.

그 시절에 “日”은 태양이 아니라 “별의 모양”을 뜻하는 글자였고,

“日”이 하나도 아니고 세 개나 모여 있는 “晶”은

“많은 별빛이 반짝이는 모양”을 뜻하는 글자였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를 따르면,

“星”은 “별의 반짝거리는 빛”에 주목해서 만들어진 글자다.

“星”이라는 글자에 “비가 개다”는 뜻이 있는 것은

별빛에 주목하는 시즈카의 주장에

어느 정도의 설득력을 부여한다.

비가 오면 별이 보이지 않을 테고 비가 개야 별을 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비가 내리지 않는 맑은 하늘을 상정한 글자여서 그런지,

“星”이 “맑은 정신”을 가리키는 글자에 들어가는 경우들이 있다.

대표적인 글자가 “각성(覺醒)” 같은 단어에 들어있는

깰 성()”이다.

“술의 취기가 깨는 것”을 가리키는 “醒”은

닭 유()”와 “星”이 결합된 글자다.


12 지지의 하나로 “닭”을 가리키는 “酉”는

“술통의 모양”을 가리키는 글자로

“술 주(酒)”의 본래 글자이기도 하다.

“酉”는 어떤 생명체가 좀 더 유익한 생명체로 탈바꿈하는 과정인

“발효”와 관련된 글자에 많이 쓰인다.

발효(醱酵)”라는 단어에 쓰인 두 글자도 그런 글자고,

우리가 먹는 식초를 가리키는 ()”도 그런 글자다.


이렇게 “酉”와 “星”의 뜻을 알고 나면 “醒”은

“술을 먹어 해롱해롱 한 정신이 별빛처럼 초롱초롱해지는 것”을

가리키는 글자라 해석할 수 있다.

“醒”에는 그 외에도 “병이 낫다,”

“다시 활동하다(‘탈바꿈의 과정을 거쳐

다시금 빛을 발한다’는 뜻에서 비롯된 뜻일까?)” 등의 뜻이 있다.


“星” 옆에 “마음 심(忄)”을 붙이면

영리할 성()”이 된다.

“마음이 초롱초롱해진 상태”를 가리키는 글자이므로

“깨닫다,” “슬기롭다,” “조용하다”는 뜻도 갖는다.


“星”이 들어간 글자들 중에서 의외의 글자는

성성이 성()”이 있다.

성성이는

“사람 모습을 하고 말을 할 줄 안다고 하는 원숭이과의 짐승”을 가리킨다.

“말을 할 줄 안다”는 부분 때문에 상상의 동물인가 싶지만,

“오랑우탄”을 가리키는 글자다.

뭐, 오랑우탄도 자기들끼리 사용하는 언어가 있을 테니까... 그런가 보다 싶다.


“猩”의 왼쪽에 있는 

큰 개 견 또는 개사슴록변으로,

“개”를 비롯한 많은 동물에 붙는 글자다.

고양이 묘()”에서 보듯 갯과 동물에만 붙는 것은 아니다.

덩치가 개와 비슷한 동물에 붙는다고 생각하면 될 듯한데,

그렇게 보면 “성성이(猩)”는

“덩치가 큰 동물 중에 별빛처럼 머리가 초롱초롱하게 돌아가는 동물”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猩”은 의외의 단어에도 쓰인다.

아동이 주로 감염되는 전염병인 성홍열(猩紅熱)”이 그 단어다.

성홍열에 걸리면

발진 때문에 피부가 성성이(오랑우탄)처럼 빨간색으로 변한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그래서인지 “猩”에는 “새빨간 빛깔”이라는 뜻도 있다.


이렇게 “별 성(星)”에 대한 얘기를 하고 나니

별처럼 맑은 정신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누가 보건 보지 않건 늘 하늘에 떠있는 별처럼

남들이 보건 보지 않건 각성한 정신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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