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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F사람 Jun 28. 2024

오빠 나 오늘 달라진 거 없어?

뇌과학적으로 모르는 건 정상입니다 by 이케가야 유지


'오빠 나 오늘 달라진 거 없어?'


얼마 전 여자친구가 눈을 반짝이며 이렇게 물어왔다. 여름이 다가왔지만 이 말을 들으니 자연스레 등골이 서늘해졌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여자친구를 쳐다봤다. 안절부절못한 상태로 얼굴부터 다리까지 신속하게 살폈다.

응? 뭐지? 아무리 봐도 모르겠다. 평소랑 똑같은데 도대체 뭐가 달라진 거야.

일단 더 이뻐졌다고 해주자.


'오 어제보다 더 이쁜데?'

'아 진짜? 그래서 어디가 이쁜데?'


아 큰일이다. 이제 진짜 피할 길도 없다. 머리, 속눈썹, 화장, 혹시 옷을 새로 샀나? 아 정말 모르겠는데.


'눈빛이 참 이쁜 거 같아. 오늘 좋은 일 있었구나?'

'엥 아닌데. 모르는구먼? 알겠어'

'아 맞네. 눈 화장이 달라졌네. 눈 화장법을 새로 바꾼 거야? 왠지 엄청 반짝거렸다니까'

'뭐래 아니거든. 머리 가르마 방향 바꿨잖아! 흥 됐어'


연애 7년 동안 있던 질문 중 역대 최고 난이도였다.

머리 가르마 방향 잊지 말고 기억해 둬야지.  

[삶이 흔들릴 때 뇌과학을 읽습니다-이케가야 유지]

이케가야 유지의 '삶이 흔들릴 때 뇌과학을 읽습니다'를 보면서 여자친구의 헤어 스타일이 바뀌어도 눈치채지 못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결론은 굳이 변명하자면 뇌과학적으로 모르는 건 정상이었다.


우리의 뇌는 상대방이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무의식적으로 믿는다고 한다. 이건 자신의 존재를 오랫동안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것이다.

이걸 바로 항상성 유지의 본능이라고 한다. 


최근에 결혼 준비를 위해 웨딩홀에서 상담을 받았다. 견적 비용이 3천만 원 정도 나왔다.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어서 먼저 결혼한 친구에게 물어봤다.  


'어제 네가 한 웨딩홀에 상담받으러 갔는데 견적 받은 금액이 3천만 원이야. 너무 비싼 거 아니야?'

'서울에서 결혼하려면 3천만 원은 비싼 게 아니야. 원래 다 그래'


한 번 결혼식 비용이 3천만 원이 기본이라니 이해가 안 됐다. '원래 다 그래'라는 의견은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보통 누군가가 반대 의견을 냈을 때 그 의견이 자신의 의견보다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자신의 의견이 낫다고 확신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곧바로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는 것은 일종의 허세나 고집 같은 표면적인 심리 때문이 아니라 자신을 유지하려는 본능이 작용해서 그렇다고 한다.


본능적인 측면으로 생각하면 항상성 유지를 위한 본능이다. 타인에게 들은 정보나 의견에 쉽게 마음이 흔들리다 보면 자칫 자기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친구의 의견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 것은 비싼 가격으로 인해 결혼식에 대한 내 마음이 붕괴되기 싫었던 것이다.


위의 내용과 함께 생각해 보면 여자친구가 어떤 모습으로 오더라도 나는 변함없이 사랑을 유지하려는 본능이 작용한다. 그래서 여자친구가 뭘 하고 오더라도 항상 이쁘고 사랑스러워 보이기에 바뀐 점을 쉽게 알아채지 못한다.


이것은 바로 사랑에 대한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한 본능 때문이다.


몇몇의 남자들이 여자의 달라진 모습을 쉽게 느끼지 못하는 건 관심이 없는 게 아니다. 뇌과학적으로 보자면 사랑에 대한 항상성 유지가 강한 남자라서 그런 거다.


물론 바뀐 점을 너무 못 알아보는 것도 참 섭섭하고 문제가 있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주기적으로 혼나야 한다. 자주 그러는 게 아니고, 비교적 사소한걸 못 알아보는 정도라면 일단 한번 참아주자.

오히려 이런 남자가 사랑하는 마음이 쉽게 변하지 않는 로맨틱한 남자 일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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