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좋은F사람 Jun 13. 2024

슬기로운 병원생활

잘 들어주기만 해도 병이 낫는다

< 잘 들어주기만 해도 병이 낫는다 >


잘 듣는 능력은 상대방의 고민뿐만 아니라 신기하게 병도 치료해 줄 수 있다. 만약 상대방이 힘든 점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면 부담 갖지 말고 일단 들어줘라. 그것만 해도 충분히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고민을 이야기할 때 해결책은 이미 머릿속에 갖고 있다. 단지 그것에 확신을 못 가질 뿐이다. 먼저 상대방이 잘 들어주면 머릿속에서 고민이 정리된다. 공감을 얻으면 자신감이 들고 해결책에 대한 확신이 들기 마련이다. 그래서 들어주기만 해도 대부분의 고민이 해결된다.


응급실에 배를 움켜잡고 아프다고 내원한 환자가 있었다.


“어디가 아파서 오셨어요?”


“배가 너무 아파서 왔어요. 3일 전부터 스트레스를 좀 심하게 받았는데 머리도 어지럽고 식욕도 잘 없어요. 물도 잘 안 넘어가요.”


“아 스트레스를 최근에 많이 받으셨나 보네요”


“네 최근에 힘든 일이 있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배가 꼬이는 것 같고 평소에 잘 가던 화장실도 안 간 지 3일이 넘었어요. 선생님 저 왜 이렇게 배가 아픈 걸까요?”


“네 이미 환자분 말씀에 정답이 있는 것 같아요. “


“아 혹시 변비가 문제일까요?”


“네 그런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검사 한번 해보죠. 결과 나오면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


그리고 검사를 하면 큰 이상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은 조금만 이야기를 해보면 환자의 이야기에서 원인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면서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건 환자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다.


늦은 밤 수많은 정신과적 약물을 복용하고 119를 통해서 실려온 환자가 있었다. 약물 때문인지 의식이 불안정했다. 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난동을 부리고, 욕설을 하고, 의료진뿐만 아니라 치료받고 있는 다른 환자들에게도 피해를 줬다. 의료진과 보호자가 함께 진정시키려 애썼지만 쉽지 않았다. 여러 사람의 노력으로 다행히 진정제가 투약되고 환자는 점점 안정을 되찾고 잠들었다. 보호자는 힘든 내색 없이 모든 사람들에게 진심을 담아 소란스럽게 해서 죄송하다고 말하고 다녔다. 그러고 나서야 환자 옆에 앉을 수 있었다. 환자 머리를 쓰다듬는 보호자의 표정을 봤는데 많이 힘들어 보였다. 옆으로 다가가서 내가 말했다.


"많이 힘드셨죠? 늦은 밤 잠도 못 주무시고 고생이 많으세요"


”사실 자주 그래서 이제는 별 감흥도 없어요. 이번에는 어떻게 오게 된 거냐면“

이라며 보호자가 이야기가 시작됐다.


평소에는 바쁜 응급실 업무로 보호자의 이야기를 들을 시간이 거의 없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날따라 한가해서 잠자코 20분 정도 보호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나라도 정말 힘들었을 상황들이라 귀담아 들었다.


"저도 이제는 너무 힘들어서 그만하고 싶었어요. 그래도 이렇게 이야기를 들어주시니 좀 풀리네요. 바쁘실 텐데 잘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환자도 힘들어서 약을 먹었겠지만 그런 환자를 보는 보호자의 고통도 심하다. 내가 해결해 줄 수 없는 상황이라도 바쁘지만 않으면 보호자들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고 싶다. 진심으로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속 응어리를 풀 수 있다. 경청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대단한 것이다. 유명한 사람들도 입모아 말 잘하는 사람보다 잘 들어주는 사람이 더 좋다고 말한다.


유퀴즈를 보면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정말 맛있게 들어준다. 내성적이라 말하는 사람도 유재석 앞에서는 모든 이야기를 하고 있다. 유재석이 아직까지 국민 MC로 이야기되고 있는 건 진심으로 누구보다 잘 들어주는 능력 덕분이지 않을까? 그만큼 잘 듣는 능력은 모든 능력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고 대단한 능력이다.


진실로 궁금해하고, 진실로 걱정하는 마음은 듣는 행위를 통해 말하는 사람에게 전달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경청은 상대방의 마음을 울려 진심을 털어놓게 만든다. 듣는 사람은 말하는 사람을 통해 배우고, 말하는 사람은 듣는 사람을 통해 치유된다. 그러므로 경청이야 말로 가장 좋은 대화법이라 할 수 있다.



작가의 이전글 오빠 내 말 듣고 있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