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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타다..랄랄라 산티아고길(27)/어디에 선들..

레온 대성당 앞에서

by 호히부부

<호>


"인생은 늘 이렇게 힘든 거야?

아니면 내가 아직 어리기 때문일까?"


열두살짜리 마틸다가 레옹에게 묻자 레옹은 대답한다.


"늘 그래"


뤽 베송은 1995년에 만든 영화 <레옹>에서 인생의 냉혹함에 대해

당시 실제 11살이던 나탈리 포트만으로 하여금 이런 말을 던지게 만들었다.

산티아고 순례길 중 만나는 큰 도시인 레온(Leon)은,

프랑스어로 레옹으로 발음되기도 한다.


그래서 더 친근하게 와닿는 레온 시가지에

무거운 배낭을 메고 들어선 순간,

그러나 영화 속 고독한 킬러가 아니라

하늘은 한결같이 푸르고, 공기는 묘하게 정갈한 도시가 눈앞에 있었다.

레온 대성당 앞 거리에는 낡은 석조 건물이 줄지어 서 있었고,

그 사이로 저녁 햇살이 황금빛 물결처럼 번졌다.

사자의 도시라더니, 햇빛마저 사자의 갈기처럼 부드럽고도 강렬했다.

오랜 여행의 피로가 그 빛에 스며드는 듯했다.






대성당 앞에 섰을 때, 나는 숨을 고르고 잠시 멈춰 섰다.

유리창마다 붉고 푸른 빛이 흘러내리며, 그 안쪽의 공기를 천천히 물들이고 있었다.

햇살이 시간의 틈새로 흘러드는 모습은 마치 세속의 먼지를 천천히 씻어내는 듯했다.


아내는 말없이 그 빛을 바라보더니, “이건 스테인드글라스가 아니라, 빛이 기도하는 모습 같네.” 라고 중얼거렸다.




어쩌다보니 레온 대성당 뒷모습이 보이는 숙소에서 사흘간 머물며

나는 틈만 나면 대성당 앞 광장에서

오가는 순례자들과 관광객들을 구경하곤 했다.


성당 뒤편, 오른쪽에 조그마한 건물이 숙소다^^


숙소 창문 너머로 해질녘 대성당을 바라보는 충만함이라니!


한가위 보름달이 온세상을 고루 비춘다


대성당을 찾는 사람들이나, 광장을 가로질러 등하교를 하는 학생들,

어스름 새벽 거리를 청소하는 청소부들, 늦가을 추위에도 불구하고 밤새 노숙하는 사람들.


저마다 짊어진 삶의 무게를

무심히 성당 첨탑을 힐끗 올려볼 때나,

시간에 맞춰 울리는 종소리를 들을 때마다

조금씩은 내려놓을 수 있기를...



팜플로나, 로그로뇨, 산토 도밍고, 부르고스를 거쳐

레온 대성당 광장에 서니,

문득 제주 시인 김수열의 시,<어디에 선들 어떠랴>를 노래한

아내의 음악이 생각난다.


https://youtu.be/AtQXhHiFsbU




당뇨 20년 차 '호'의 혈당일지


연박을 하기만 하면 한국적인 음식을 어떻게든 해먹느라 삼시세끼가 바쁘다.

건강보다는 본능인듯.ㅎㅎ

라면을 비롯,생선조림,김치찌개를(비록 실패했지만)열심히 해먹었다.

한국음식이 마음은 위로해주나 혈당까지 위로해주지는 않는다.

먹고나서 방심하면 어느새 혈당이 치솟아 있다.

그래서 먹을 것도 없는 김에 일부러 샐러드를 반찬처럼 왕창 같이 먹었더니 짠맛이 중화됐는지 다행히 혈당수치가 그런대로 안정적이었다.


라면부터 먹어주고


식당 뽈뽀요리 못지않게 (끓는물에 넣었다만 빼서 먹어도)맛있는 뽈뽀는 단골메뉴


아끼던 포장생선조림 양념으로 먹고싶던 생선조림을


마트표 빠에야와 닭다리도 식당 맛과 비슷하다


소금에 염장된 고기를 김치찌개용인줄 알고 기대하며 끓였다가 대실패! 아까운 김치까지 버렸다 ㅠ


레온의 마지막밤을 선술집 빠에서. 와인 시키면 따라나오는 공짜안주 하몽과 함께^^


레온에 있는 동안 가장 적게 나올 때와, 많이 나올 때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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