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오너라, 그동안 수고 많았다!"
<히>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광장은 세월이 비껴가는 듯했다.
고색창연한 석조 돌담 모퉁이만 돌면,
사도 야고보 성인의 유해가 있는 산티아고 대성당이 푸른 창공 아래
변함없이 우뚝 서 있다.
그리고 그 앞 광장에 모여든 세상 사람들,
지친 순례자들을 조용히 품어 안는다.
“어서 오너라, 그동안 수고 많았다.”
거의 40여 일을 하루같이 걸어 800km,
드디어 이 광장에 발을 딛는 순간,
그 말이 정말로 들리는 것만 같다.
해냈다는 흥분과 환희에 벅차오른 순례자들.
지친 줄도 모르고, 눈엔 눈물이 반짝인다.
서로를 바라보고, 포옹하고, 웃고, 울고…
광장의 감격적인 풍경은 여전했다.
그리고 나는 지금, 이 광장에 세 번째 서 있다.
12년 전 봄, 프랑스 길의 끝에서.
3년 전, 포르투갈 해안길을 따라 이맘때쯤.
그리고 지금.
다른 이들은 한 번 오기도 쉽지 않을 법한 이곳을
(그래서 내심 송구스럽지만)
어쩌다 보니 세 번씩이나 서게 되었다.
기껏 대성당의 위용 앞에 서 있으면서도
내 마음을 스스로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때, 내가 좋아하는 단어 하나가 꼭 맞아떨어진다.
‘그냥.’
그저 이 광장에 다시 서 보아도,
별 뜻 없는 듯, 세상 무심한 듯,
달리 떠오르는 말이 없다.
실은 어떤 감정도 이 광장에서는 덧붙일 필요가 없었다.
한 세상 살면서,
언제까지일지는 몰라도,
가슴이 간절히 원하는 대로
몸과 마음이 아직 따라가 줄 수 있음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이번 순례길은 우리 부부가 함께 걸었지만,
나는 신앙이 돈독하신 아흔여섯, 연로하신 친정어머니를,
남편은 평소에 산티아고 순례길을 한번 걸어보기를 동경했던,
올초에 돌아가신 누나를 위해 마음을 담아 대신 걷는 길이었다.
'비까리에 프로(Vicario Pro)'라는,
'다른 사람을 대신해 순례길을 걷는' 제도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누군가를 대신하여 걷는 이 길의 의미를
더 깊이 새기게 되었다.
생장에서 시작한 순례길은
남편 '호'의 무릎 부상으로 인해 출발 한달여만에 폰페라다에서 멈추고 말았지만,
(결국 버스를 타고 산티아고에 도착했다)
하지만 이 길을 대신 걸었던 그 마음만큼은
결코 줄어들지 않았으리라 믿는다.
광장을 조용히 서성이다 문득,
가슴 가득 차오르는 감정 한가운데로
따스한 음성이 바람을 타고 울려 퍼지는 듯했다.
아니, 어쩌면
그 순간 광장에 모인 모든 이들의 영혼을
누구랄 것 없이 사랑으로 어루만지는 목소리였는지도 모른다.
"어서 오너라, 그동안 수고 많았다."
당뇨 20년차 '호'의 혈당일지
산티아고에 오기 직전, 폰페라다 호스텔 공용주방에서 해먹은 닭백숙은
아마도 혈당잡는 음식 3위 안에 들지 않을까.
이번 순례길에서는 상황이 여의치 않아 한번도 못해먹다가
폰페라다에서 (심각하게 순례여정 중단을 고민하던 중에 일단 '먹고보자' 하고) 해먹었는데 역시 혈당수치가 최상이었다.
까르푸 표 튀김셋트와, 돼지족발 살코기도
수북히 야채샐러드와 함께 먹었더니 혈당수치가 좋다.
"야채샐러드야 고마워.
순례길에 니가 있어 든든하고,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