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이 많은 사람들을 이곳으로 이끌까
<호>
매일 새로운 순례자들이 끊임없이 들고나는 산티아고 대성당 앞 광장은
외관상으로는 12년전이나, 3년전이나 전혀 다를 바 없이 건재했다
(천년 이상 잘 지켜오고 있는 대성당을 두고 이 무슨 망언?).
2024년에는 499,239명의 순례자들이 이곳을 찾아,
비수기에는 하루 1,300~1,400명, 성수기에는 하루 2,300여 명씩
산티아고 대성당에 도착한 셈이라 한다.
사흘간 광장에 나와앉아 이곳에 도착하는 순례자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생각한다.
대체 무엇이 이 많은 사람들을 이곳으로 이끌게 할까...
단순히 신앙심 하나만으로 이들을 이곳에 불러올 수는 없다고 본다.
성모님 3대 발현지인 프랑스 루르드, 포르투갈 파티마, 멕시코 과달루페 성지에도
많은 가톨릭 신자들이 찾아와 순례를 하기 때문이다.
27년 전, 멕시코 과달루페 성모발현 성지를 찾았을 때,
전국 각지에서 걸어서 혹은 자전거로, 혹은 달구지를 타고와,
추운 날씨에도 묵주기도를 바치며 무릎걸음으로 성모상 앞에서 기도하는
엄청난 수의 순례자들과 그들의 신앙심을 보고 크게 놀란 적이 있다.
그러나 이곳은 단지 야고보 사도의 유해가 묻힌 대성당임에도
신자뿐 아니라 무신앙인이나, 스님 등 타종교인들도 즐겨찾는 이유가 궁금했다.
일일이 붙잡고 물어보지는 못했지만, 그만큼 저마다의 이유가 있고,
그에 걸맞는 개별적인 영혼의 아픔을 치유하는 강력한 이끌림이 있었으리라
유추해 볼 뿐이다.
어떤 이는 과중한 일로 인한 업무 스트레스로,
어떤 이는 실연이나,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으로,
어떤 이는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어떤 이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순례길에 기꺼이 나서서
이 광장에 도달하는 것이리라.
그리하여 광장에 엎디거나 혹은 누워, 망연히 앉거나 서서, 울거나 웃고,
서로를 껴안고 어깨를 두드리며 포옹을 한다. 마치 이 세상을 다 정복한 칭기스칸처럼.
이 광장에 서기까지 멀리서는 수천km에서부터 800km, 300km,100km를 걸어왔든,
자전거를 타고 왔든, 말을 타고 왔든, 이 광장에서는 모두가 승리자인 것이다.
자신의 아픔과 슬픔과 고난을 이겨낸...
나도 그들에게 한줌의, 마음의 축복을 보내본다. Pax animae tuae sit.
(그대의 영혼에 평화가 깃들기를).
당뇨 20년차 호의 혈당일지
산티아고 대성당 주변에는 식도락을 즐기는 여행객들을 위한 각종 레스토랑들이 즐비하다.
그중에 우리가 순례길에서 (주로 마트표였지만)
좋아라 자주 먹었던 뽈뽀(문어요리)가
식당 진열대에서 유혹의 눈길을 보내왔지만?
그러나 산티아고 순례길의 마지막 외식이니만큼
순례자 신분에 걸맞게
'순례자 정식'으로 마무리 하기로 했다.
사실, 메뉴가 세 코스로 정해져 있으니 시키기도 간편할 뿐 아니라,
값도 '순례자'라는 이름에 걸맞게 (약13~17유로) 비교적 저렴하다.
이에 부응하여 순례길의 마지막 혈당수치도 다행히 좋게 나와 주었다.^^
'당뇨 20년차 '호'의 혈당일지'를 마무리 한다.
산티아고길을 걷는 내내 혈당일지를 써보겠다고 장담했지만,
생각해보면 길위에서 비슷비슷한 상황의 나날일텐데(어쩌면 식생활이라는 것이 너무 제한적이기도 할테고)
과연 계속 쓸 얘기가 있을까 한편으로 고민도 들었었다.
그런데 같은 하루여도 생각은 다르듯, 같은 음식을 먹어도 그때그때 처한 상황이 다르다보니
소소하나마 어찌어찌 혈당일지를 이어갈 수 있었다.
혈당일지 사진을 보면 음식상(?)에 허구헌날 샐러드가 올려져 있는데
왠만한 작은가게에도 다행히 있어준, 값싸고 싱싱한 샐러드 덕분에
혈당수치 잡는데는 큰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이다.
물론 하루 20km 가까이 걸으면 왠만해서는 혈당 걱정할 일이 없기도 하지만.
글을 시작하며 얘기 드렸다시피
순례길 걷는 내내 와인 한병은 매일 꾸준히 마셨다.
그리고 와인과 혈당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음을 (의학적 설명은 불가하지만)온몸으로 느꼈다.^^
심지어 와인 한잔을 하면 호의 무릎이 금방 덜 아픈 듯? 하다고 하니
와인과 순례길은 떼어놓을 수 없는 찰떡 궁합,
우리 싸랑인 듯!ㅎㅎ
어쨌든 혈당일지 결론은,
혈당수치가 좋기 위해서는 건강한 식생활과
꾸준한 운동뿐이라는 것이다.
순례길 떠나기 전에도 알고 있던,
세상사람 다 아는 건강상식을 순례길에서 혈당일지를 써보며
다시금 새롭게 재확인해보는 시간이었다.^^
아디오스 혈당일지!
아디오스 산티아고!
아디오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