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치앙마이 한달살기(22)/익숙해질 무렵, 안녕

한달살기 소감을 점수로 말한다면?

by 호히부부

(2018/1월 중순~2월 중순)



[호]


치앙마이에 온 지 한 달이 흘렀다.

이제 호텔 밖을 나서면 어느 골목으로 가면 맛있는 카페가 나오고,

어느 모퉁이를 돌면 공중 화장실이 어디에 있는지 거의 알게 됐다.

이 정도면 이 도시에는 어느 정도 적응이 됐다는 것, 이제 떠날 때가 다가온 것이다.

내일이면 이 도시를 떠난다.


다음이나 네이버에서 ‘한달살기’를 치면

‘제주도 한달살기’와 함께 ‘치앙마이 한달살기’도 함께 검색된다.

그만큼 치앙마이에 와서 한 달 가까이 머무는 사람들이나,

혹은 두세 달, 일이 년까지 머무는 한국인들이 많다는 뜻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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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의 핫 플레이스라는 님만해민 구역은 물론이고,

올드타운이나 기타 유명 관광지를 다니며 실제 한 달을 살아보니

한국인 70대 노부부를 비롯해 젊은이들, 자녀를 동반한 젊은 주부들까지

엄청난 한국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크게는 치앙마이가 좋아서 찾아왔지만,

많은 사람들이 교류하는 치앙마이 카페(다음이나 네이버)를 들어가 보면

저렴한 물가와 생활비에 끌려, 치안이 안정돼 있고,

태국민들의 친절함 때문에, 혹은 자녀 교육을 위해 등등의 이유로

장기간 머문다는 한국인들도 많이 보았다.

거기에다 슬로우 라이프를 지향하며

소위 멍 때리며 사는 것이 좋다는 이들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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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에 머무는 이들은 각자 나름의 이유가 있을 터.

나는 왜 이곳에 와서 한 달간 살았나를 되돌아보았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는 살아오는 동안 가족과 함께 국내를 비롯,

세계배낭여행을 많이 다녔었다.


그러나 자식들은 이제 다 커 성인이 되었고

우리 부부만의 어느 시기가 오면 잠깐씩의 국내 여행뿐 아니라

일 년에 한 번쯤, 잠시 살고픈 해외의 도시나 시골에서

현지인처럼 한 달여 살아보는 것에 대해 그동안 수없이 논의를 하곤 했었다.


그 끝에 (2014년 뉴욕 한달살기와 2015년 네팔 포카라 한달살기를 실행에 옮기긴 했으나

그때는 딸의 일정을 빌미 삼아 엉겁결에 했던 것이고)

이번에는 나름대로 마음을 단단히 먹고 치앙마이 한달살기를 감행한 것이다.


현재 우리 가계 사정에 걸맞은 곳으로,

물가가 저렴해 생활비가 적게 드는 치앙마이가 제격이었다.

우리 부부는 골프도 치지 않고,

남다른 특별한 취미나 선호하는 액티비티도 없기 때문에,

오로지 두 발로 천천히 하루 한두 시간씩 안전하게 걸어 다닐 수 있고,

주변의 풍경이 나쁘지 않아 구경할 수 있는 장소면 된다고 보았다.

그래서 치앙마이에 와서 한 달을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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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한 달간 머문 소감을 주제별로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점수화해서^^) 간단하게 써본다.


저렴한 생활비

물가가 전반적으로 저렴해서 주거비, 식비,

교통비 등의 지출에 큰 부담이 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현지 식당들이 한 끼에 40~60 바트(1,400~2,100원)면 가능했고,

쌀밥 한 공기는 10바트(350원)면 사 먹을 수 있었다.

10점 만점에 9점을 주고 싶다.


치안 상태

이른 아침이나 밤늦은 시간에도 올드 타운이나 호텔 주변을 돌아다녀도

안전한 곳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아직 한국인들이 물건을 도난당했다거나, 폭행을 당했다는 등의 내용을

치앙마이 카페에서 한달동안 발견하지 못했다.

물론 내가 알지 못한 것이 있을 수 있다는 가정하에

10점 중 9점.


외국인에 대한 친절도

치앙마이 현지인들의 외국인에 대한 친절도 또한 합격점을 넘어섰다.

길을 물을 때나 상점에서 물건 값을 질문해도

언제나 함빡 웃으며 최선을 다해 알려주었다.

특히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와로롯 시장이나, 관광상품점까지도

외국인에게 바가지를 씌우려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거의 대부분이 정찰제였고, 뒷골목 현지인 식당에서도

현지인들과 똑같은 가격을 제시했다.

10점 중 10점.


교통수단

치앙마이의 교통수단은 노선버스 같은 대중교통수단이 전무하고,

대신 적은 수의 택시와 트럭을 개조한 합승 차량인 썽테우,

오토바이를 개조한 툭툭이가 주요한 이동수단이었다.

그러나 택시는 거리에서 쉽게 발견하기가 어려웠고,

썽테우는 일인당 30바트가 기본으로 돼 있으나 약간 먼 거리는 더 부르기도 하고,

툭툭이는 처음부터 요금을 흥정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대신 현재 불법으로 돼있는 우버나 그랩을 이용하는 것이 제일 손쉽고 편했지만,

마음은 그다지 편할 수 없었다.

10점 중 7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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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환경과 매연

아직 동남아 주요 관광지에 비하면 길거리가 더러운 편이고,

하수구 주변에서는 냄새도 나는 등 깨끗하지 못하다.

사람들에게 위협을 주지 않고 얌전하지만 길거리를 배회하는 개들이 많다.

오토바이가 많아 매연이 심한 편이고, 길에 먼지도 많아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다.

인도가 따로 없는 곳도 많아 질주하는 오토바이나 차량이 위협적이고,

횡단보도나 건널목 신호등이 없는 곳이 많아 길 건너는 데 위험하기도.

10점 중 5점.


음식점의 청결도

님만해민 구역이나 올드타운 내의 관광객들을 상대로 하는 음식점들은

청결도도 좋고 관광객의 입맛에 맞는 음식도 많다.

하지만 대부분의 현지식당은 청결도가 그다지 좋지 못한 듯하다.

식탁도 더러운 걸레로 쓱싹쓱싹 두어 번 닦으면 끝이다.

그럼에도 식당에 비치된 얼음이나 물 등을 비롯 현지음식을 먹어도

다행히 별 탈은 없었다.

10점 중 6점.


운동 환경

일부 호텔이나 콘도 등에 수영장이 있지만, 치앙마이 시내에서는

한국처럼 공원이나 강변에서 걷거나 뛸 수 있는 장소가 별로 없다.

물론 내가 반딘키 호텔(깟수언께우 쇼핑몰) 주변에서만 다녔기 때문에

시내 다른 곳 상황은 잘 알 수 없다.

그걸 감안해서 10점 중 6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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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사지 환경

시내 거리, 심지어 골목 안에서도 맛사지샵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수많은 맛사지 가게들이 있는데 가격도 150바트(5,250원) 로컬 맛사지부터

1,500바트(52,500원)가 훌쩍 넘는 고급 스파 맛사지까지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생각해 볼 수 없는 저렴한 가격이다.

그럼에도 좋은 맛사지사를 만나는 일은 가격의 문제가 아니고 운인 듯.

나는 마사지받는 것을 싫어해 받질 않아서 모르겠으나

맛사지를 자주 받아본 아내의 의견을 참조할 때

가격에 비해 미안할 정도로 가성비가 높다고 한다.

10점 중 9점.


디지털 노마드 환경

시내 대부분의 카페나 식당 등에서 무료 와이파이가 가능하다.

하지만 신호가 약하거나 와이파이 속도가 느려 답답하기가 일반적.

또 어떤 곳은(스타벅스) 하루 동안만 가능한 한시적 아이디를 발급하기에

다음날은 또다시 로그인을 해야 하는 불편함이 따른다.

일부 호텔 방에서는 휴대폰은 연결되지만

노트북은 연결되지 않는 곳도 있다(호텔 측에 문의했으나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자신들도 해결할 수 없다고).

그러나 가장 좋았던 점 하나는 편안함이었다.

몇 시간이고 앉아 있어도 불편하게 하지 않는 분위기가 무엇보다 최고였다.

10점 중 8점.


커피맛 순례

치앙마이 시내 곳곳에는 정말로 맛있는 커피숍이 골목마다 숨어 있다.

관광비자로 체류가 가능한 90일 동안 매일 다른 카페를 다닐 수 있다고

트립풀은 약간 과장해서 소개할 정도다.

치앙라이와 매땡 등 치앙마이 주변에서 질 좋은 커피 원두가 공급되기 때문이란다.

자주 갔던 아카아마 커피숍을 비롯해 치앙마이는 정말 맛있는 커피 천국이다.

맛에 비해 가격도 착해서 아메리카노는 대체적으로 60바트(2,100원) 수준.

10점 중 9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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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 토털 점수 : 100점 중 78점


하지만 내가 언제

치앙마이에 다시 오게 될지... 는


나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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