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치앙마이(21)/여행의 끝에서 생각해보니

나에게 쓰는 정다운 일기 같았던...

by 호히부부

(2018/1월중순~2월중순)



[히]

치앙마이 처음와서 무척 길게 느껴지던 일주일이 지나고
2주가 넘어서자 하루가 빠르게 흘러갔다.
어찌 생각하면 익숙하기만 한 일상을 훌쩍 떠나
모든 것이 낯선 나라에서 한달여를 현지인마냥 지내보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그것도 세월의 나이 중반을 훌쩍 넘어 선 입장에서 생각해볼 때
삶에 있어서 엄청난 흥미로운 도전임은 더 이상 말할 것도 없지만
그보다 더 큰 것은 그 자체로 축복이자 감사함이라는 생각이다.


그러한 가운데 한달여를 돌이켜보니

삶이 늘 그렇듯,

좋았던가 하면 좋기 위해 의당 따라야 하는

힘들었던 것이 함께 떠오른다.


externalFile.jpg 치앙마이대학교 앙깨우 호수를 산책하며


무엇보다 한국은 유난히도 추웠던 올 겨울이었다.

겨울을 피해 여행을 떠난 것은 아니지만,

어쩌다 이렇게 따뜻한, 선선한 치앙마이에 와서 길을 걷다보니

나만 이렇게 좋아도 되나, 괜스레 송구스러울 정도로 우선 온몸의 관절들이

아이구 행복해라~ 하고 기지개를 펴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래서인지 70대 전후쯤 돼 보이는,

세계 여러 나라의 많은 사람들이(한국분은 말할 것도 없고) 겨울을 피해

심지어 두세 달씩 계시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물론 피한(避寒)과는 별 관계없이 젊은 청년들, 아이들을 데려온 젊은 엄마들 등,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이곳을 찾고 있었다.


20180202_140246.jpg 우연히 길을 가다 만난 한국분들과 함께 정겨운 담소를 나누었다.


어쨌든 그러느라 한국 우리집(시골주택이다) 강아지들, 닭들

그리고 집짐승 돌봄을 맡게 된 딸들에게 미안함을 느껴야 했다.

더욱이 한파에 수도가 계속 얼고 그로인해 보일러가 작동 안되는 상황이

연이어 발생할 줄은 전혀 예상 못한 일이어서

멀리서 지켜만 봐야 하는 곤란함과 맘고생은 더할 수밖에 없었다.

몸은 릴랙스한데 마음은 불편하니!

주택에 사는 동안은 겨울에는 여행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절실히 들었달까.


15181519840681.jpg


(그후로, 겨울 치앙마이 여행에서 발생했던 문제들을 교훈삼아 '그럼에도 겨울에 여행가는 방법'을

더~ 치밀히~ 연구했더니 다행히 큰 문제 없이 겨울 한달살기를 다닐 수가 있었습니다.^^)




끼니때마다 무엇에, 어떻게 밥을 먹을지가 늘 숙제같다가

값싼 음식천국 치앙마이에서 아예 안 해먹고 사먹기로 하니

이 또한 얼마나 편리하고, 룰루랄라~ 느긋한 일인가.

한 일주일까지는!


시간이 경과하자 끼니때만 되면 무엇을 사서 먹어야 입에 맞을지 그것도 고민이더라.

남편이나 나나 그다지 식성이 까다로운 편이 아님에도

태국 특유의 향이 음식마다 조금씩은 있다보니 그다지 먹고 싶은 것도 없고

시간이 흐를수록 한국음식만 떠오르는 것이다.


externalFile.jpg
externalFile.jpg


그 맘을 잠재우고 여러 태국음식을 맛보느라 조금은 힘들었지만

그래저래 가장 기본인 이 나라 음식에서부터

그만큼 현지화에 조금은 가까워지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ㅎㅎ


그러나 좀 더 긴 장기여행이라면 가끔씩 한국 식당도 이용하고,

건강을 위해서도 간단한 주방이 있는 숙소라도 빌려

우리의 음식을 기본 베이스로 해도 좋을 것 같다.




치앙마이에 와서 있는 동안 우연히 만나는 현지 사람들에게서

참 한결같이 기분 좋은 인상을 받았다.

여행자를 배려하는 태도랄까.


20180124_132427.jpg


몇 년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은 적이 있는데 그 길을 갇는 내내

순례자가 무엇보다 우선이 되는 듯한 분위기를 느꼈고

그러한 느낌은 사람을 참으로 행복하게 했는데

이곳 치앙마이에서도 같은 기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니 낯선 여행자로서 더 이상 바랄 것이 뭐 있겠는가.

걷기에는 조금 불편한 도로교통 상황이나, 시내 차량들이 내뿜는 매연 등

어쩔 수 없는 현지 상황은 기꺼이 감수할 수 있었다.


externalFile.jpg 치앙다오 원주민 부락에서 만난 따스했던 일가족




현지 물가가 싸다는 것은 여행자로서 너무나 큰 축복이다.

치앙마이에서 참으로 행복했던 한두 가지 이유 안에 들 정도이니

치앙마이를 떠나 한국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치앙마이가 가장 그리울 한두 가지 이유에도 들겠지.ㅎㅎ


그럼에도 자꾸만 현지물가에 빠르게 적응할려고만 하니ㅋㅋ

100밧트(우리돈 3500원 남짓, 실제 물가로는 어림짐작 우리돈 만원가치는 될 듯)만

넘으면 큰 돈처럼 느껴지며 머리에서는 계산이 돌아가니

결국 이러다 한국 가면 또 후회하지... 싶으면서도

여전히 솟구치는 이놈의 절약정신이란.ㅋㅋ


externalFile.jpg 스시 한개 5밧트(약 170원)^^




끝으로 어쩌면 나로서는 치앙마이 여행을 마치며 들었던

가장 중요한 생각일 수도 있겠다.

목적을 갖는 여행은 그 자체로 참으로 행복하고

에너지 넘치는 시간을 만들어준다는 생각을 여행 기간동안 다시 되새겼다.

그러니 목적이, 방향이 있는 삶은 오죽하랴!


요즘은 여행 시작부터 어떤 주제를 가지고 떠나는 여행이 무척 많아졌다.

어쩌면 '한달을 한 도시에서 현지인처럼 살아보기' 그 자체가 확실한 주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거기다 이번에는 우리의 경험을 (뉴욕, 네팔 한달살기에서는 남편만 글을 썼는데

치앙마이 한달살기부터는 저도 함께)

간단하나마 기록으로 남기기로 계획을 세우고 출발을 했다.


20180130_180216.jpg
externalFile.jpg


치앙마이에서 한달을 사는 동안

새로운 세상을 보고, 느끼고, 경험한 그대로를

현지에서 기록으로 남기는 시간이 참 행복했다.

내가 나에게 쓰는 정다운 일기처럼.


물론 이 모든 것을 동시에 할려니

한국서보다 더 바쁜 하루를 보낸 기분이다.

여행하다가도 어디서고 글을 쓰기 위해 (허리, 다리도 안 좋은데ㅎㅎ)

매일 무거운 노트북을 가방에 지니고 바깥을 나서야 했고

틈만 나면 와이파이가 잘 되는 곳을 찾아다녔다.


externalFile.jpg


초반에는 무조건 노트북으로만 글과, 특히 사진을

힘들게 올렸는데(이곳이 와이파이가 좀 느리다) 그러다보니

핸드폰으로 쉽게 사진 여러 장을 주루룩 올릴 수 있다는 것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이제는 좀더 쉽고 빠르게 올릴 수 있게 되었는데 여행이 끝나버렸다.ㅎㅎ


다음에는 언제 어디로 떠나게 될지 모르지만,

그날을 벌써부터 마음에 품고,

익숙한 나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20180129_112637.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