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밥 한 그릇의 추억
(2018/1월중순~2월중순)
[히]
치앙마이에서 지내는 동안 맛있게 먹었던 음식들 몇 가지를 모아보았다.
역시 음식 사진이다 보니 식욕 앞에서 이성을 잃어^^
사진마다 보기 좋은 깔끔한 사진이 없어서 쑥스럽다.
변명 같지만 우리가 간 식당들은 음식을 두세 종류 주문하면
한 번에 주는 것이 아니라 하나씩 서서히 나오니
한데 놓고 사진을 찍기 위해 기다린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ㅎㅎ
하지만 아무리 태국이 음식천국이요 맛있는 음식이 많다고 한들
한국사람인 우리로서는 우리나라 음식이 최고라는 생각을 새삼스레 다시 했다.
한 달여를 지내면서 한 일주일 정도는 호기심에 그런대로 맛있게 먹었으나
그 후로는 통 끼니때만 되면 사실 먹고 싶은 게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도 배는 고프고 먹어야 하니 어찌어찌 인터넷 블로그를 검색하거나
치앙마이 트립풀 책자를 뒤져 찾아 먹은 음식이
다행히 먹을만하고 입에 맞으면 고마움과 함께 안도감이 밀려오며
저절로 찰칵 사진이 찍어졌다. 꼭 몇 젓가락 먹은 후에 ㅋㅋ
(참고로, 이 글에 나오는 음식 가격들은 저희가 여행한 2018년 기준이고,
식당들은 2025년 현재도 활발히 성업 중에 있습니다.)
맨 먼저 올드타운 타패게이트 근처에서 왓프라씽 사원방향으로 내려오다 보면
있는 블루누들(Blue Noodle)이다.
소고기, 돼지고기 수프 국수 메뉴가 유명한 식당인데
책자에 나온 대로 메뉴판 번호 중 8번, 꾸에이 띠여우 느이를 시켰다.
소고기가 들어간 쌀국수로, 가격은 2천 원 주변.
센렉(중간면) 피셋(곱빼기)을 주문하래서 그대로 했건만
곱빼기라고는 절대 믿을 수 없는 적은 양이 나왔다.
태국음식들이 1인분 양이 엄청 작긴 하다.
그러나 진하게 우려낸 소고기 국물맛 하나는 아주 담백하고 개운했다.
또 하나는 어묵이 들어간 맑은 국수.
물론 모든 음식을 주문할 때마다 꼭 동시에 말하는 것은?
"마이싸이빡치!"....고수를 빼주세요!!!!!!
그런데 10번 중 절반 이상은 꼭 잊어버려 문제가 발생한다.ㅎㅎ
역시 올드타운 타패게이트 근처,
생선구이가 유명한 집, 러트 로스(Lert Ros).
대왕생선 한 마리가 숯불에 구워져 나오는데 하얀 생선살을 통째로 먹는 포만감이 대단했다.
돼지고기 숯불구이도 맛있었다.
식당 분위기는 소탈한 현지 식당 느낌이지만
대신 값이 저렴하고 먹은 음식마다 맛이 좋았다.
치앙마이는 산간지역에 위치해 바다가 가까이 없는 대신
차오프라야강으로 줄기가 이어지는 핑강이 가까이 있어서 거기서 잡히는 민물고기가 많아
시장에 가면 숯불에 굽고 있는 생선을 쉽게 볼 수 있다.
가끔씩 구워진 생선을 사서 먹곤 했는데 역시 맛있었다.
노점에서 사는 가격도 130밧~150밧, 우리 돈 4,5천 원 정도이다.
다음은 치앙마이 중심지 근처에 있는 유명 로컬 맛집,
카오쏘이 매사이(Khao Soi Mae Sai)에서 먹은 국수요리 '카오쏘이' 다
카오 쏘이는 커리에 코코넛 밀크를 넣어 끓인 육수에다
수제 면발과 부드러운 닭고기나 소고기 토핑이 어우러진 커리국수를 말하는데
태국인, 관광객 할 것 없이 즐겨 먹는 태국 대표 국수 중 하나이다.
두 번째 먹으러 가서야 알았는데 주방 옆에 야채들을 썰어서 모아놓아
국수에 더 넣어먹고 싶은 손님은 셀프로 먹게 해 두었다.
카오쏘이 쌀국수는 태국식 김치라고 하는 소금에 절인 듯한 열무 같은 것을 곁들여 먹는데
우리의 절인 김치 맛도 나면서 입에 맞아서 우리도 더 가져다 먹었다.
세상 어느 식당들이든 손님이 많은 데는 다 공통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다.
맛있고, 양 많고, 값싸고, 편안한 환경 등이 아닐지.
카오쏘이 매사이 식당도 그런 곳 같았다.
다음은 님만해민(Nimmanhaemin)에 있는 퓨전 누들 전문점,
크레이지 누들이다.
가게 이름처럼, 기본 라면에 돈가스, 족발, 해산물, 치즈, 반숙 계란, 만두 등
다양한 토핑을 조합해서 독창적이고 다양하게 변형된 국수메뉴들로 유명한 식당이다.
그런데 막상 맛을 보니 우리 입맛엔 그닥.ㅎㅎ
매콤한 국물 라면 좋아하는, 젊은 친구들이 좋아할 만한 맛이랄까.^^
사진에 얼음물이 담긴 컵이 있는데 식당에서 무료로 주는 물이다.
웬만한 로컬식당에는 대부분 물과 얼음을 비치해두고 있다.
처음 며칠간은 혹시 배탈이 날까 봐 생수를 사 먹다가
나중에는 그냥 이 얼음물을 먹었는데 별 탈이 없었다.
여기도 워낙 알려진 집이라 사람이 바글바글.
역시나 님만해민에서,
아니 치앙마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한다는 통닭구이 집,
이름이 위치안부리 까이양.
이른 아침부터 숯불에 통닭을 굽는 연기가 골목 가득하다.
역시 맛이 아주 담백하고 숯불통닭구이의 맛이 그대로 살아있어서 입에 잘 맞았다.
한 번은 오후 4시쯤 간 적이 있는데 어느새 문을 닫아 허탕을 쳤다.
알고 보니 오후 4시 문을 닫는단다.
사진에 하얀 밥은 찰밥(스티끼라이스)이다.
웬만한 식당에는 다 이 스티키라이스가 있는데 찰지고 맛있어서 자주 사 먹었다.
우리 돈 300원~400원이다.
또 한 군데 님만해민에 있는 식당으로 한국인들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식당 중에 하나인
씨아 피쉬 누들(Sia Fish Noodle)이 있다.
이름 그대로 어묵 국수 전문점이지만 그중에도 특별히 인기 있는 메뉴가 있는데
Sup Gaduk(숩가둑, 돼지등뼈국)이다.
부드러운 고기와 진한 국물맛이 우리나라의 갈비탕 맛과 꼭 같아서
한국 음식이 그리울 때면 저절로 발길이 이곳으로 향했다.
이곳도 오후 4시 정도면 영업종료, 한 번은 두 시에 갔더니 숩가둑은 다 팔리고 없었다.
숲가둑을 먹으려면 서둘러야 할 것 같다.
치앙마이대학 구내식당 메뉴도 기억에 남는 즐거운 식사였다.
밥과 함께 먹고 싶은 음식을 추가해서 주문해 먹는 덮밥 형식인데
학교식당이니만큼 값도 저렴할 뿐 아니라,
(덮밥류 한 끼 식사가 25~35바트, 한화로는 약 900원~1,600원)
맛도 자극적이지 않고 입에 잘 맞았다.
거기다 대학 구내의 풋풋함과 활기는 덤이다.
치앙마이에서 가장 유명한 베트남 식당으로 트립풀에 소개된
브이티 넴느엉(VT Namnueng).
당연히 이 식당 시그니처 메뉴인 넴느엉(베트남식 구운 돼지고기 소시지) 세트와 함께
탕과 보쌈을 추가 주문해서 먹었는데 오랜만에 먹은 베트남 음식이 이렇게나 담백한지
새롭게 느껴질 정도로 맛있었던 식당이다.
아마도 태국음식의 향기에 은근히 지쳐 있어서 더 그랬을 수도. ㅎㅎ
길쭉한 오뎅처럼 생긴 것이 베트남 소시지 넴느엉인데(원래 5~6개 나왔는데 먹다 보니 ㅎㅎ)
라이스페이퍼에 넴느엉을 놓고 각종 야채 재료를 얹어 먹는다.
꼭 보쌈 맛이 나는 돼지고기도 참 맛있었다.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도 여행의 재미지만 매번 그럴 수는 없는데
'맛집'이라는 간판이 꼭 맛있는 집을 뜻하는 건 아니어서
한편 다행이기도 하다.
나이트바자 길을 걷던 중 점심때가 되어 우연히 들른 현지인 식당에서
가장 기본 메뉴인 팟타이와 볶음밥을 시켰는데
모처럼 양이 푸짐한 데다 맛까지 좋아 몸도 마음도 훈훈했다.
가끔은 아무 기대 없이 들어간 작은 식당에서 뜻밖의 감동을 마주할 때
그 순간, 단순히 배를 채우는 식사를 넘어
여행의 즐거움에 '맛'이라는 추억 하나가 더해지기도 한다.
태국 맥주 창(태국말로 코끼리를 창이라고 한다)과 함께 행복했던 시간.
꽃축제 가는 길목에서 우연히 들른 또 한 군데 현지 식당도 감동은 마찬가지.
국수, 갈비탕(?)이 너무 우리 입맛에 딱 맞아서 '벌써 우리가 현지인 다 됐나 보다'라고
농담을 할 정도의 맛 집이었다.
그런가 하면 아침식사는 숙소에서 미리 사둔 빵, 치즈 등과 과일을 주로 먹곤 했는데
가끔씩 이른 아침 숙소 뒷골목으로 나가면 골목길에 늘어선 구멍가게에서
간편한 아침을 만들어 놓고 팔고 있어서 그걸 사다 먹기도 했다.
닭죽과 찐계란이다.
신기하게 계란이 꼬챙이에 꽂아져 있는데
쪄지는 과정에서 흰자와 노른자가 계란찜처럼 고루 섞여 촉촉한 것이
목도 안 막히고 참 맛있었다.
닭죽은 우리 돈 700원, 계란은 600원쯤.
끝으로 우리가 머무는 호텔과 이어진 깟수언깨우 쇼핑몰 지하 음식코너.
(이곳은 2025년 현재 폐점상태랍니다).
끼니때마다 이것저것 생각해 보지만 그마저 생각나는 게 없을 때
불쑥 내려가서 이용하곤 했던 식당가이다.
그중 자주 이용했던 코너는 사진에서처럼 계란 오믈렛 덮밥집인데
원하는 토핑 개수에 따라 금액이 높아진다.
천 원에서 2천 원 사이.
언젠가부터 이 청년이 우리를 알아보고는
말없이 밥을 수북이 담아 내밀며 살짝 미소를 지어주었다.
치앙마이를 생각하면,
따뜻했던 밥 한 그릇과, 청년의 눈인사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컵쿤카~(고마워요^^).
(2018/1월 중순~2월 중순, 태국 치앙마이 한달살기 중에 가족카페에 '실시간'으로 쓴 글입니다. 가족카페다 보니 격의 없이 씌어지거나 미처 생각이 걸러지지 못한 부분들도 있지만, 그 시절만의 예스러운 정서와 감정에 의미를 두고 공유합니다. 가끔 글 중간에 2025년 현재의 상황과 심정을 삽입하기도 하고, 글 맨 아래에도 2025년의 현재 생각을 덧붙이기도 합니다.)
[호]
사람 사는 세상은 어디나 비슷할 터.
유럽이나 아프리카, 혹은 동남아 어느 나라건
먹는 음식은 알고 보면 다 거기서 거기 아닐까 싶습니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육류와 생선,
쌀이나 면류, 야채에다 얹는 양념과 향신료만 적고 많을 뿐,
우리 입맛에 맞는 음식도 많고,
안 맞더라도 그 나라 사람들의 입맛을 느낄 수 있는
고유한 맛의 음식 또한
약간의 거부감만 없애면 먹을 만했습니다.
예전에는 해외여행을 다니더라도 한국 음식 비슷한 것을 먹고 싶을 땐,
중국음식점이나 일본음식점을 찾아
그나마 우리 음식에 대한 허전함을 달래곤 했는데
이제는 한류 열풍으로 어디를 가나
우리 라면이나 김치까지 손쉽게 사서 먹을 수 있으니
입맛 까다로운 사람도 여행 다니기가 참 손쉬워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