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준비하는 '마음_가짐', '마음과_짐'
사람들의 여행 기록은 대부분 여행 1일차로 시작한다. 여행을 떠나는 날, 기차역 또는 공항에서의 일정부터 기록을 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나의 기록은 여행 전날 시작된다. 여행 0일차. 여행가방에 넣어야할 목록들을 써놓고 가방에 넣으며 빠진 것 없나 하나하나 그 목록을 지워간다. 그것이 나의 여행 0일차 기록이다. (J임을 고백하는 것인가.) 나름 여행러버여서 큰 아이가 돌 전일 때부터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 경력이 쌓이고 쌓여 이제 짐싸기는 아주 식은 죽 먹기이다.
그렇게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이 대부분이었기에 여행 전날 써내려간 그 목록은 아이들 위주로 적히고 어른들의 짐은 후순위가 되기 일쑤지만,(그 예로 아이들 혹시나 혹시나 하며 여벌옷까지 챙기면서 엄마아빠의 옷은 단벌신사.) 나의 여행의 역사를 모두 기억하며 준비했던 기본적인 목록들을 먼저 써 본다.(가족여행이거나 혹은 자유부인여행이거나 혹은 아이들 없이 우리 부부의 여행이거나 뭐가 되었든 일단 챙겨야할 기본적인 목록이다.)
<의>
외출복, 잠옷, 속옷, 양말. 멋을 조금 더 생각한다면 가방과 신발, 악세사리까지 넣어두겠지? 아, 수영복도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식>
조금 긴 해외여행을 계획한다면 약간의 한국의 맛도 좀 챙겨야지. 고추장? 컵라면? 햇반!
얼마 되지 않는 여행 또는 국내여행을 계획한다면 PASS.
<주>
는 관련없음. 자는 것에 크게 예민하지 않아서 또 갔을 때 체험이 많기에 주는 잠만 잘 수 있으면 된다 주의이다.
<그 외>
세면도구, 화장품, 휴대폰 충전기.
혼자 여행을 간다면 내 것만. 가족과 간다면 딱 이것의 4인 기준으로 짐을 싸면 된다. 이거면 충분하다. 없으면 없는대로. 여행인데. 조금 불편하고 말면 된다. 정 필요하면 구입하면 되고 조금만 참으면 다시 모든 것이 다 있는 집으로 돌아오니까 말이다.
지금까지가 나의 현실판 여행 짐싸기. 지금부터는 조금 다른 생각을 펼쳐보려고 한다.
여행을 준비하는 마음_가짐
내일 나는 여행을 떠난다. 짐을 싸야 한다. 무슨 짐을 어떻게 싸야할까? 어디로 여행을 떠나는 거지? 얼마나 여행을 떠나는 거지? 왜 여행을 떠나는 거지? 그래, 이번 여행은 신랑이 나에게 준 2박 3일의 주말 자유여행이라고 해야겠다. 요즘 부쩍 가고싶었던 곳, 군산으로 가야겠다.
여행이라는 단어는 참 신기하다.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벌써 마음이 막 두근두근하고 설렌다. 여행갈 땐 이런 설레는 마음이 필수이다. 이 설레는 마음을 내 여행가방 제일 아래쪽에 든든하게 넣어본다.
여행을 준비하는 마음과_짐
사실 군산정도에 2박 3일이면 마음만 넣고 출발해도 되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짐은 있어야 한다. 정말 기본적인 것. 속옷, 잠옷, 세면도구와 화장품. 그리고 휴대폰과 블루투스 이어폰과 충전기. 입고 간 옷 외에 티셔츠 하나 정도 더 챙겨보자. 제일 중요한 건 돈. 밥도 사먹어야 하고, 혹시나 필요한데 챙기지 못한 것이 있으면 사야하니까. 아니다. 지갑도 필요없다. 나에겐 휴대폰 페이가 있으니 말이다. 그건 다음 달의 내가 계산해주겠지. 그러니 정말 작은 배낭 하나만 있으면 되겠다 싶다.
그런데 여기에 추가하고 싶은 것들이 있다. 내 가방이 조금 더 무거워질지언정 꼭 넣어가고 싶은 것들이 생겼다. 읽을 책 2권(왠지 1권은 아쉽다. 소설한 권, 에세이 한 권이 필요하다), 작은 노트와 필통. 드로잉 노트와 수채색연필, 고체물감과 붓. 예전에는 나의 짐 목록에 추가할 건덕지도 아니던 것들이 내일 여행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내 가방에 꼭 들어있었으면 하는 물건들이 되어 있다.
내 작고 소중한 여행가방에는 이렇게 세 가지를 넣어보려고 한다.
여행을 떠나는 설레는 마음. 그리고 정말 기본적인 짐. 마지막으로 여행지에서 여유부리며 내가 하고싶은 것들을 할 수 있게 하는 취미생활 용품들. 와, 이거 너무 설레잖아? 내일 출근해야 하는데. 아 몰라~ 하고 훌쩍 떠나버리고 싶다.
현실은 출근이니 오늘 밤 잠들면 꿈 속에서라도 나는 내 작고 소중한 여행가방을 들고 군산으로 가야겠다. 꿈 속에서 군산 가서 소고기뭇국 먹고와야지.
밤 기차 여행을 떠난 아이는 곰인형과 함께 네모난 가방을 가지고 갑니다. 그 가방 안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요? 기본적인 짐들에 더해 엄마에게 줄 선물? 아니면 다시 채워오기 위해 살짝은 비어있을까요? 그러고보니 이 아이의 여행은 어느 정도의 기간일까요? 갑자기 궁금한 것이 넘쳐나는 아이의 밤기차 여행입니다.
내가 만약 여행을 떠난다면 나의 여행가방에는 무엇을 넣어갈까요? 이것만큼은 포기할 수 없어 라고 하는 목록은 무엇일지 여행이 주는 설렘을 생각하며 가방을 꾸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