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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해랑 Nov 17. 2024

엄마, 라면, 한 젓가락 쯤은

입 천장이 데일지언정




'눈물 젖은 빵'이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이자 시인이었던 괴테가 했던 말. 가난이나 고통을 의미하며,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인생의 참다운 의미를 모른다'라고 했던 그 말.

나는 이렇게 응용하고자 한다. '퉁퉁 불어버린 라면'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육아의 고단함을 모르는 사람일지도.... 정성스레 끓인 라면을 퉁퉁 분 채로 먹어본 적이 있는가. 나는 먹어본 적이 있다. 대체 왜 그랬냐고. 그러게요. 왜 그랬을까요.


아침부터 이리 저리 정신없이 아이와 집안의 뒤치닥거리를 하다 아이가 첫 낮잠에 들어갔다. 갑자기 조용해진 집 안에 내 속에도 허기가 느껴진다. 라면이 먹고싶다. 허한 내 속을 뜨끈하게 채워줄 자극적인 라면이 당긴다. 펜트리에서 라면을 꺼내 혹여나 아이가 깰까 부스럭대는 라면봉지를 달래가며, 가스불 소리에 아이가 자는 방을 힐끗대며 정성스레 라면을 끓여본다. 라면이 익어가는 그 3분은 적막의 시간이다. 김치는 사치다. 냄비를 식탁에 옮겨놓는 순간, 방에서 뒤척이는 소리가 들린다. 으엥~ 젓가락을 내려놓고 방으로 들어간다. 아니 젓가락을 던져놓고 방으로 튀어 들어간다. 다시 나온 식탁 위의 라면은 아까 내가 본 그 라면이 아니다. 너구리면보다 굵은 미지근한 라면이 되어있다. 한 젓가락 먹어보지만 아까의 그 설렘은 없다. 지금 내 식탁 위 라면 면발처럼 힘없이 툭툭 끊어질 뿐이다.


첫 아이를 키울 때 내가 이랬다. 잠든 아이가 깰까 온 긴장을 곤두세워 나의 시간을 적막으로 가득 채워 할 일을 하곤 했다. 그렇게 노력했음에도 온전히 끝낼 수 없는 일들이 많았다. 아이가 깨면 그 녀석이 최우선이었으니까.


분명 이 글을 읽는 많은 엄마들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맞아맞아. 그냥 대부분 본능적으로 젓가락을 냄비에 던져 쑤셔 버리고 아이에게 튀어간다. 수면연장을 시키고 라면을 먹기 위해, 아니면 우는 아이를 달래 안고 나와 라면을 먹기 위해.


지금의 나는 이렇게 말해주고싶다. 입천장이 까지더라도 뜨겁고 꼬들꼬들한 그 라면, 한 젓가락만 후루룩 면치기하고 눈물 한 방울 맺힌 채로 아이에게 튀어가라고. 그 면치기 한번 하는 시간 얼마나 광속인지 알잖아요? 라면인생이 얼만데! 한젓가락이라도 맛있게 호로록, 그정도는 이해해줘야죠. 내 새끼가.











라면인생. 어쩌다 TV를 보면 한번도 라면을 먹지 않은 사람이 꽤나 있었습니다. 저는 이해할 수 없는 인생이지요. 이미 라면의 맛을 알아버렸거든요. '라면을 먹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 먹은 사람은 없다.' 라고 어떤 명언을 바꿔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미 먹어버렸기에 라면을 먹지 않을 수 없는 사람입니다.


저는 신랑 피셜, '라면을 잘 끓이는 사람' 입니다. 이건 절대 저를 시켜먹으려고 해주는 침에 발린 칭찬이 아닙니다. 그런 제가 정말 라면을 맛없게 끓여 먹을 수 밖에 없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오늘의 글은 '라면에 대한 추억'이 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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