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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해랑 Nov 21. 2024

초코파이와 지구의 자전

지구를 입으로 도는 자, 아가리어터




그래도 나름 저녁 절(제)식을 하고 있는 중인데, 그리고 주 2회 커뮤니티 서킷 프로그램도 빠지지 않고 참여하고 있는 중인데 여전히 몸무게는 변함이 없다. 아들의 팩트폭행("엄마 일주일 째 저녁 안 먹는데 1kg 밖에 안 빠졌대요~")에 2주가 지나면 또 1kg가 빠져있을거라며 2주에 2kg이면 훌륭하다 했었는데 여전히 1kg 빠지고 끝이다. 너무하다.


우리 학교 영양사 선생님이 너무하다. 점심이 너무 맛있다. 인심도 좋다. 아주 산처럼 쌓아주신다. 맛있어서 그걸 다 먹어버린다. 애들만큼만 주세요, 라고 말하고 싶지만 막상 급식실 배식차 앞을 지나가면 그 말이 절대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수줍게 더 주세요 라고 한다. 그래서 매일 아주 많이 먹는다. 오늘도 많이 먹어버렸다. 내일은 '돼깡후(부산시장돼지갈비후라이드&양파마요소스)'라는데 내일도 많이 먹을 예정이다.


집에 왔더니 오늘 저녁도 푸짐하다. 애써 외면하지만 아이들 저녁 차리기에 살짝 재미가 붙은 신랑은 많은 요리에 도전 중이다. 도망치듯 건조기에서 빨래더미를 꺼내 등돌리고 빨래를 개어본다. 빨래에 집중한다. 내일 아침에 먹으라며 조금 남겨놓는 배려에 내일 아침을 살짝 기대한다. 그런데 그렇게 절(제)식을 하고 아이들을 재우고 난 어둠 속에서 잠시 누워 고요를 만끽하고 있는데, 갑자기 '맥주'가 떠올랐다. 황태채를 올리브오일을 뿌려 에어프라이어에 구워먹으면 먹태 저리가라이다. 먹태는 단백질인데. 머릿 속에서 뭉게뭉게 나의 맥주 한 상이 펼쳐진다.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폭주하는 뇌를 막아야 한다며 벌떡 일어나 컴퓨터를 켜서 오늘의 글쓰기 창을 열었다. 그런데 그 결과가 이것이다. 글을 쓰며 마음을 다스리고자 했는데, 글을 쓰다보니 그 맥주 한 상이 더 멋지게 차려지고 있다. 이러려고 벌떡 일어나 글을 쓰기 시작한 게 아닌데.






어제의 대화가 생각난다. 친하게 지내는 언니들과의 단톡방에서 한 언니가 퇴근 길에 오른쪽 주머니에는 단백질쉐이크, 왼쪽 주머니에는 초코파이가 들어있다며 그것이 자기의 저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초코파이의 칼로리가 160kcal 라며 단백질쉐이크보다 저칼로리라며 초코파이를 먹는 본인을 합리화(?) 하기 시작했다. 또 다른 언니가 안에 마시멜로우가 헬이라며 지구 두바퀴를 돌아야 한다고 했다. 하나 먹고 지구 두 바퀴를 돌까?라고 하길래 내가 말했다. "그냥 먹어요, 나 대신 지구가 돌고 있어요. 혼자서도 돌고 태양주변도 돌고." 그래서 나는 똑똑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 나 대신 지구가 열심히 돌고 있는데, 머리도 잘 돌아가는 내가 오늘 이 밤, 맥주 한 캔 정도는 먹어도 되지 않을까? 신랑이 해준다면 황태채로 만든 홈메이드 먹태도 한 줌은 먹어도 되지 않을까? 아니 그래도 안주는 좀 참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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