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받는 기쁨과 선물하는 기쁨
2024년의 끝자락을 앞두고 있는 12월의 셋째주. 거리에는 캐롤이 울려펴지고 크리스마스 트리와 각종 장식으로 거리와 가게들이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다. 이런 시즌이 되면 내가 속해 있는 몇 개의 모임에서는 선물을 주고받자는 기획을 하고 만남을 가진다. 그리고 오늘 저녁 모임에 이 '선물주고받기'를 했다. 선물의 가격은 부담스럽지 않게, 한 사람 당 하나씩 준비해서 랜덤으로 골라 개봉하기. 랜덤 선물 뽑기였다. 내가 무슨 선물을 받을지도 궁금하고 설레지만 내가 어떤 선물을 준비해가야 받는 사람이 실망하지 않고 기뻐할까? 고르는 재미도 아주 쏠쏠하다.
혹시나 너무 내 스타일, 내 취향으로만 구입한 건가 살짝은 걱정하면서 모임에 갔다. 이 '랜덤선물뽑기'를 하자고 할 때 이야기 했던 게 '내 지갑은 쉽게 열리지 않을테지만 그래도 선물받으면 좋은 것' 이었으니까 집에서 포근하게 겨울 나시라고 준비했다. 내가 준비한 랜덤선물은 '할매조끼'였다. (사면서 내것도 산 건 안비밀이다.) 그리고 인터넷 구매를 하는 김에 다른 분들의 선물도 간단하게 하나씩 더 구입했다. 그것은 바로 '할매st 팥죽색 덧신'.
내가 준 선물은 오른쪽 위의 할매조끼(랜덤선물), 가운데 턱하니 올려져있는 팥죽색 덧신(모두에게 선물)이다. 내가 받은 선물은 왼쪽 가운데 예쁜 크리스마스포장지로 싸여있는 독일식 크리스마스디저트 '슈톨렌'과 '그림책+깃털펜'이다. 몽땅 모아놓고 보니 어찌나 포근폭신한지. 다들 크리스마스 연말분위기가 난다며 선물받는 기쁨, 선물하는 기쁨을 누렸다.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서 아이들을 잠자리로 보내고 또 습관처럼 노트북 앞에 앉았다. 언제 한 번 멈출지 모르지만 오늘은 아닐거야 라며 오늘의 글감을 또 찾아보았다. 오늘의 일상과 함께 선물에 대한 이야기를 쓰다보니 예전에 읽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동화인지 소설인지 누구의 작품인지도 기억나지 않아 그냥 검색을 했다. (이런 얕은 지식, 그래도 연상이 되었다는 것에 위안을) 검색창에 쓴 키워드는 '크리스마스, 머리카락, 시계줄' 이었다. 검색결과는 <크리스마스 선물, 오 헨리 단편소설> 이었다. 가난한 젊은 부부, 델라와 짐의 이야기.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서로에게 특별한 선물을 주고 싶어했던 두 사람은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팔아 상대방을 위한 선물을 준비한다.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시계를 팔아 헤어핀을 선물한 짐의 앞에 머리카락을 팔아 시계줄을 준비한 델라. <크리스마스 선물> 사랑과 희생을 따뜻하게 그린,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내용이다. 선물의 의미. 시계는 없지만 짐이 받은 시계는 그 어떤 선물보다 마음이 느껴지고 평생 간직하고 싶은 선물이 아니었을까. 마찬가지로 예쁘게 꽂을 머리카락은 없지만 그 어떤 선물보다 사랑이 느껴지지 않았을까?
"당신은 제가 준비한 선물이 얼마나 멋지고 근사한지 생각조차 못할거에요."
서로에게 줄 최고의 선물을 가지고 한 달음에 달려온 집. 선물을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얼마나 설렜을까. 내민 선물 앞에 닥친 현실에 그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부디 그들의 마음 한 켠에 '가난'이라는 현실이 조금이라도 생각나지 않았길. 내가 가진 최고의 것을 서로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것으로 바꾼 그 아름다운 사랑이 가득한 저녁이었길.
나는 다음주에 어떤 선물을 준비해볼까. 우리 가족의 연말을 위해서 어떤 마음으로 어떤 선물을 준비하며 나의 마음을 그득하게 채워볼까. 물론 내 선물을 받는 그들도 나의 마음으로 가득 차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