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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해랑 Dec 18. 2024

크리스마스 선물

선물받는 기쁨과 선물하는 기쁨



2024년의 끝자락을 앞두고 있는 12월의 셋째주. 거리에는 캐롤이 울려펴지고 크리스마스 트리와 각종 장식으로 거리와 가게들이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다. 이런 시즌이 되면 내가 속해 있는 몇 개의 모임에서는 선물을 주고받자는 기획을 하고 만남을 가진다. 그리고 오늘 저녁 모임에 이 '선물주고받기'를 했다. 선물의 가격은 부담스럽지 않게, 한 사람 당 하나씩 준비해서 랜덤으로 골라 개봉하기. 랜덤 선물 뽑기였다.  내가 무슨 선물을 받을지도 궁금하고 설레지만 내가 어떤 선물을 준비해가야 받는 사람이 실망하지 않고 기뻐할까? 고르는 재미도 아주 쏠쏠하다. 



혹시나 너무 내 스타일, 내 취향으로만 구입한 건가 살짝은 걱정하면서 모임에 갔다. 이 '랜덤선물뽑기'를 하자고 할 때 이야기 했던 게 '내 지갑은 쉽게 열리지 않을테지만 그래도 선물받으면 좋은 것' 이었으니까 집에서 포근하게 겨울 나시라고 준비했다. 내가 준비한 랜덤선물은 '할매조끼'였다. (사면서 내것도 산 건 안비밀이다.) 그리고 인터넷 구매를 하는 김에 다른 분들의 선물도 간단하게 하나씩 더 구입했다. 그것은 바로 '할매st 팥죽색 덧신'. 







내가 준 선물은 오른쪽 위의 할매조끼(랜덤선물), 가운데 턱하니 올려져있는 팥죽색 덧신(모두에게 선물)이다. 내가 받은 선물은 왼쪽 가운데 예쁜 크리스마스포장지로 싸여있는 독일식 크리스마스디저트 '슈톨렌'과 '그림책+깃털펜'이다. 몽땅 모아놓고 보니 어찌나 포근폭신한지. 다들 크리스마스 연말분위기가 난다며 선물받는 기쁨, 선물하는 기쁨을 누렸다.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서 아이들을 잠자리로 보내고 또 습관처럼 노트북 앞에 앉았다. 언제 한 번 멈출지 모르지만 오늘은 아닐거야 라며 오늘의 글감을 또 찾아보았다. 오늘의 일상과 함께 선물에 대한 이야기를 쓰다보니 예전에 읽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동화인지 소설인지 누구의 작품인지도 기억나지 않아 그냥 검색을 했다. (이런 얕은 지식, 그래도 연상이 되었다는 것에 위안을) 검색창에 쓴 키워드는 '크리스마스, 머리카락, 시계줄' 이었다. 검색결과는 <크리스마스 선물, 오 헨리 단편소설> 이었다. 가난한 젊은 부부, 델라와 짐의 이야기.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서로에게 특별한 선물을 주고 싶어했던 두 사람은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팔아 상대방을 위한 선물을 준비한다.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시계를 팔아 헤어핀을 선물한 짐의 앞에 머리카락을 팔아 시계줄을 준비한 델라. <크리스마스 선물> 사랑과 희생을 따뜻하게 그린,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내용이다. 선물의 의미. 시계는 없지만 짐이 받은 시계는 그 어떤 선물보다 마음이 느껴지고 평생 간직하고 싶은 선물이 아니었을까. 마찬가지로 예쁘게 꽂을 머리카락은 없지만 그 어떤 선물보다 사랑이 느껴지지 않았을까?


"당신은 제가 준비한 선물이 얼마나 멋지고 근사한지 생각조차 못할거에요."


서로에게 줄 최고의 선물을 가지고 한 달음에 달려온 집. 선물을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얼마나 설렜을까. 내민 선물 앞에 닥친 현실에 그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부디 그들의 마음 한 켠에 '가난'이라는 현실이 조금이라도 생각나지 않았길. 내가 가진 최고의 것을 서로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것으로 바꾼 그 아름다운 사랑이 가득한 저녁이었길.







나는 다음주에 어떤 선물을 준비해볼까. 우리 가족의 연말을 위해서 어떤 마음으로 어떤 선물을 준비하며 나의 마음을 그득하게 채워볼까. 물론 내 선물을 받는 그들도 나의 마음으로 가득 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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