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는 나의 그림책 에세이
언젠가 나의 책을 한 번 만들어보고 싶었다. 나는 사실 세상 긍정적이고 자존감도 높고 자신감도 있는 사람이긴 하다. 그렇지만 책을 만든다는 것은 전문가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나의 글을 엮어 한권의 책으로 만들어 출판을 한다? 무언가 결과물이 떡하니 만들어져 내 눈 앞에 놓여질 것이다 생각하니 두려웠다. 누군가에게 보일 것을 생각하니 더 꺼려졌다. 부끄럽기도 하고 부족한 부분이 그대로 드러날까 걱정도 되었다. 그러다 보니 시작을 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2024년 6월, 인스타그램에서 우연히 글쓰기 모임을 모집한다는 글을 보았다. 그 전에도 이런 모임들을 모집하는 글을 많이 보았다. 그 때는 흘려보냈다. 이렇게 바쁜데 내가 어떻게 매일 글을 쓰겠어. 출근하고 퇴근하고 육아하고 나도 놀아야 되는데 하루 인증 놓치면 끝인데?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넘겼다. 그런데 이번엔 자꾸 눈길이 갔다. 모집 마감일이 얼마 남지 않았네. 해볼까? 이번주말까지 신청서네. 내일이네. 오늘까지라고? 에라 모르겠다. 그렇게 나는 작가가 되었다.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충동적으로.
매주 그림책을 한권 정해 그 안에서 주제를 꺼내 글을 쓰는 식이었다. 주제를 내어주니 그 주제에 맞게 생각을 이끌어내는 것이라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매일 매일 자유주제였으면 머리를 쥐어짰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하루하루 반의 의무감, 반의 뿌듯함으로 그냥 쓰기 시작했다. 완벽하게 끝내지 못했을지언정 하루를 마무리하기 전에 업로드를 해야 하므로 숙제 같은 마음으로 글 목록을 채워갔다. 그런데 그렇게 막상 하나하나 글을 싸놓고(?) 보니 부족한 게 또 매력 있다. 혼자 다시 읽어보며 피식피식 웃는다. 가볍고 싱거운 글인데 오묘하게 나 같다. 용기가 생겼다.
매주 그림책 한권씩을 가지고 그림책의 내용으로 글을 쓰거나 주제를 끌어내어 글을 쓰거나 무엇이 되었든 일단 나의 창작물이 생기는 것이었다. 그림책이 주였지만 나는 나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나보다 내가 쓴 글을 발행하고 읽고 또 읽어보니 나는 내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어하는 사람이었다. 그림책에서 뽑아낸 내용과 주제로 어린 시절 추억부터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행복까지 글에 녹아져 표현되고 있는 것 같아서 새롭게 나를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그러다 보니 다음 날 어떤 주제가 나올까 또 어떤 나의 이야기를, 나의 생각을 풀어낼 수 있을까 기대도 되었다. 의미를 담뿍 담은 말장난에 웃어주는 글벗님들의 응원도 나를 춤추게 했다. 글쓰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이 있었는데, 이 모임이 나의 두려움을 이겨내 한 발 내딛을 수 있게 해주는 터닝포인트가 된 것 같다.
그래, 완벽하지 않아도 돼.
그래, 나는 완벽하지 않은 글을 쓰고 있어. 이 글들이 모여 한 권의 책이 된다면, 그 책은 완벽하지 않은 책이 될지도 몰라. 그렇지만 한 번 해봐야겠어. 완벽하고 싶은 마음을 이기는 완벽하지 않을 용기가 생겼거든. 나는 완벽하지 않지만 하고 싶은 걸 시작한 용기있는 작가가 될 거야.